주가 급락하자 '부나방' 처럼 증시로...外人들은 12일째 연속 '팔자' 현금보유 늘려
지난달 말부터 투자자들 벌써 반토막...코로나19 확산 꺾인후 투자해도 늦지 않아

코로나 19로 주식시장이 연일 요동치고 있다. 20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한 직원이 컴퓨터 화면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코로나 19로 주식시장이 연일 요동치고 있다. 20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한 직원이 컴퓨터 화면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최석영 기자】 "10년 만의 '기회'가 다시 찾아온 것 아닌가요. 지금 빚을 내서 투자 하더라도 대박을 칠 수 있을 것 같은데..."

최근 주가가 연일 폭락하자 '저가 매수'를 노리고 주식시장을 기웃거리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각종 주식투자·재태크 카페 등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이미 발을 들였다"는 투자자들과 "언제 투자에 나서야 하냐"는 문의가 넘쳐나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감염병으로 인한 글로벌 증시 폭락이 처음인데다 아직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확산세가 멈추지 않고 있어 섣부른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 '바닥'은 어디...반등 쉽게 예상 못해

국내 증권 시장은 '바닥론'이 나오기도 했지만 현재 반짝 반등한 뒤 다시 폭락하는 바닥 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반등을 쉽게 예측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미 증시에 발을 들인 개인투자자들은 연일 이어지는 폭락장에 투자금이 반토막 이하로 떨어졌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 19일 코스피가 10년 8개월 만에 1500선 밑으로 주저 앉으면서 각종 주식투자·재태크 카페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버티는 게 승자다", "지금이라도 손절해야 하나", "지금 매수에 나서면 안되나요?" 등 개미투자자자들이 설왕설래하는 모습이다.

지난 2일부터 19일까지 개인은 8조6307억원 순매수해 월간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그만큼 주식투자에 나선 개미가 많아진 셈이다.

하지만 이 기간 외국인은 11일 연속 '팔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해당 기간 외국인은 총 9조5121억원을 순매도했다. 이는 전산자료가 있는 지난 1999년 1월 이후 월간 기준 역대 최대 순매도 규모다.

이날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 집계에 따르면 지난달 24일부터 현재까지 개인투자자 순매수 상위 100위 종목의 평균 주가수익률은 마이너스(–)25.1%를 기록했다.

개인은 코로나19 확산 우려에 외국인 투자자가 매도세로 돌아선 지난달 24일 이후 이들 종목을 11조1636억원어치 사들인 것이다.

같은 기간 외국인은 단 하루(3월 4일)를 제외하고 국내 증시에서 12조원 넘게 팔아치웠다.

◇ 버핏도 샀다는데...

코로나19 악재로 증시가 급락하는 동안 외국인과 기관투자가의 매물을 받아 든 개인투자자들의 손실이 불어나고 있다.

'지금이 저점'이란 판단으로 빚을 내 투자에 나섰지만 예상보다 증시 바닥이 깊어지면서다.

개미들이 이처럼 증시 투자에 나서는 것은 미국 월스트리트 증권가의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회장이 이끄는 버크셔헤서웨이가 최근 약 537억원어치 주식을 사들였다는 소식 등에 고무되서다.

실제 버크셔해서웨이는 지난 달 27일 미국 델타항공 주식 총 4530만달러(약 536억8000만원)어치를 사들였다.

버핏 회장은 "남들이 욕심 낼 때 공포심을 가지고, 남들이 공포를 느끼면 욕심을 부려라"는 투자 조언을 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버핏 회장은 주로 소비재나 금융 부문에서 성장 잠재력이 높다고 판단한 기업 주식을 구매해 장기 보유하는 '가치 투자자'이다.

일반 개인들이 대출을 받아가며 단기 투자에 나서는 것과는 맥이 다른 투자인 셈이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대출을 통한 증시 투자나 신용거래는 이자 등을 감안하면 호흡이 짧을 수밖에 없는 투자 방식으로 지금이 저점이라는 판단에서 진행된다"며 "투자자가 저점을 정확하게 짚기 어려운 만큼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 외국인 움직임 살펴라

지난 19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 '우버'의 주가는 38%나 폭등했다.

이날 아침 다나 코스로샤히 최고경영자(CEO)가 "회사는 전염병을 극복할 충분한 유동성을 갖고 있다"며 2월말 현재 100억달러 현금을 갖고 있다"고 밝힌 직후였다.

우버의 이날 폭등은 현재 투자자들이 얼마나 현금보유에 민감한 지를 나타내는 대표적 사례다.

해외 투자자들이 코로나19 확산으로 몇 달이 될 지 모르는 경제활동 중단 기간에 견뎌낼 회사를 찾고 있다는 반증이다.

국내 증시에서의 외국인의 움직임을 봐도 마찬가지다.

외국인들은 국내 증시에서 주식을 매도해 보유하고 있다가 다른 종목에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현금(달러)으로 비축하고 있다. 급등하는 한율 움직임이 이를 반증한다.

국내 증시가 급등한 20일에도 외국인은 '팔자'를 먼추지 않고 있다.

증시에는 '공포에 사라'는 오랜 격언이 있다. 예측이 어려운 위험에 증시가 폭락했을 때 오히려 투자 기회가 온다는 뜻이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어디까지 확산될지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섣부른 주식 매수는 '모험'이 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증시 반등의 가장 중요한 변곡점으로 확진자 수 증가세의 둔화를 꼽는다.

한 증시 전문가는 "메르스때 확진자 수 증가 속도가 감속되는 구간에서 증시가 반등에 성공한 경험이 있다"며 "그러나 현재 한국에서는 코로나19가 조금 꺾기는 추세지만 유럽과 북미지역에서는 한창 확산되고 있는 양상인 만큼 지금 증시에 자금을 담기는 것은 시기상조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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