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회의 소집·해외사업장 셧다운에 국내공장 가동...자금경색 우려 대응도

【뉴스퀘스트=최석영 기자】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사태'로 글로벌 경제 위기 가능성이 더욱 높아짐에 따라 각 기업들이 비상대응체제 가동에 나섰다.

앞으로 예상되는 글로벌 경제위기 시나리오는 생산과 소비 위축으로 기업들의 대규모 실적 악화가 불가피하고 회사채 시장에서도 돈이 돌지 않으면서 버티지 못하는 기업이 나타날 경우 경제의 선순환 고리가 무너지면서 대규모 위기가 현실화 된다는 것이다.

이에 코로나19 방역에 우선순위를 뒀던 국내 기업들이 비상경영 체제 속 허리띠를 더욱 졸라매는 방향으로 태세 전환에 나섰다.

지난 18일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야적장에 완성차들이 대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18일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야적장에 완성차들이 대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현대기아차 해외사업장 셧다운에...국내 공장 본격가동

23일 재계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글로벌 주요 사업장들의 '셧다운'이 잇따르고 기업어음(CP)시장의 신용경색 우려마저 나오면서 복합위기에 대응하는 비상경영 체제를 가동하고 있다.

현대·기아차가 잇단 해외 사업장의 셧다운에 국내 공장들의 재택근무를 중단하고 본격 가동에 들어간다. 다만 코로나19 예상수칙을 철저히 준수하고 직원들의 감염 차단에 우선을 둔다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

현대·기아차이 상황은 녹록치 않다.

미국의 앨라배마와 조지아 공장이 지난 18일부터 생산을 중단했으며 체코 공장과 슬로바키아 공장은 23일부터 2주간 문을 닫는다.

현대차 인도 첸나이 공장도 이달 말까지 가동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기아차 안드라프라데시 공장은 이번 조치에 포함되지 않았으나, 중단을 검토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현대·기아차는 지난달 27일부터 시작한 자율 재택근무를 풀고 23일부터 본격 가동에 들어간다.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출근 시간 범위를 오전 8∼10시에서 오전 8∼오후 1시로 넓히고, 필수근무시간(오전 10시∼오후 4시)을 없애는 확대된 유연근무로 전환한다.

현대차 관계자는 "부문별 협업을 강화해서 사업운영 차질을 예방하는 동시에 출퇴근 시간을 최대한 분산해서 직원 접촉을 최소화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 비상경영체제 속속 가동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이번주 초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를 소집했다.

SK는 대기업 중 가장 먼저 전사 재택근무를 도입하는 등 코로나19 사태에 가장 적극적인 대응으로 위기를 슬기롭게 넘기고 있지만 앞으로 닥칠 경영위기의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로 인해 실물경제는 물론 수출에도 악영향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회의에는 SK이노베이션과 SK하이닉스 등 주요 계열사 CEO들이 참석한다.

SK그룹 관계자는 "그간 진행해왔던 경영회의"라면서도 "이번엔 코로나19로 상황이 어려워짐에 따라 각 계열사별로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점검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SK이노베이션은 국제 유가 폭락으로 원유 재고평가손실이 커지면서 1분기에 대규모 적자를 낼 가능성이 높아지는 상황이다. SK하이닉스 역시 북미, 유럽지역의 코로나19 확산으로 수요위축에 따른 스프레드 악화가 예상되고 있다.

'코로나19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국내 사업장의 안전에 주력했던 삼성전자는 최근 해외 사업장의 예방과 글로벌 경제위기 대응을 위해 TF의 기능을 강화 했다.

주력 사업부인 반도체는 유럽과 미국의 장비업체들이 코로나19로 생산에 차질을 빚으면서 공급망이 위태로운 상황에 놓였고, 23일부터 TV를 생산하는 슬로바키아 공장의 가동을 1주일 동안 중단하는 등 해외 가전공장도 초비상 상태이기 때문이다.

SK이노베이션이 화상면접을 도입한 데 이어 신입사원 필기전형도 온라인으로 진행해 채용 전 과정에 '언택트 방식'을 도입했다고 23일 밝혔다. 사진은 전날 진행된 온라인 필기전형에서 채용 감독관이 화상으로 지원자들을 살펴보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SK이노베이션 제공]
SK이노베이션이 화상면접을 도입한 데 이어 신입사원 필기전형도 온라인으로 진행해 채용 전 과정에 '언택트 방식'을 도입했다고 23일 밝혔다. 사진은 전날 진행된 온라인 필기전형에서 채용 감독관이 화상으로 지원자들을 살펴보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SK이노베이션 제공]

◇ '돈맥경화' 우려에 긴급 자금 점검도

국내 기업들은 기업어음(CP)와 회사채 시장을 중심으로 신용경색 우려에 자금상황 긴급 점검에도 들어갔다.

최근 CP금리가 치솟으면서 신용경색 조짐이 나타나자 금융위원회는 20일 국내 증권사들과 함께 CP시장 긴급 점검회의를 한 바 있다.

한 대기업 자금담당자는 "CP시장 불안이 커지자 현금흐름이 좋은 기업들도 만약을 대비해 CP 발행 여건을 알아보는 태핑(사전 수요조사)에 나선다는 얘기들도 나온다"고 전했다.

정부도 채권시장안정펀드를 조성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홍남기 부총리는 "금융시장이 얼어붙으면 회사채와 주식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기업이 돈을 구하지 못하는 '돈맥경화'가 나타난다"며 "어려운 시장 상황에서는 누군가 채권을 사서 돈을 순환시키는 역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앞서 포스코그룹 계열사인 포스파워의 신용등급이 AA-로 우량하지만,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수요예측에서 발행 목표액을 채우지 못했다.

한편 항공업계는 19일 국적 항공사들이 모여 경영자금 지원 건의안을 정부에 제출하기로 했다. 건의안에는 항공사가 자체 신용으로는 회사채를 발행하기 어렵기 때문에 국책은행의 지급 보증이 선행돼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저작권자 © 뉴스퀘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