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월 매주 단위로 RP 무제한 매입 "금융회사 신청액 전액 공급"
금융시장 안정·정부 민생금융안정 패키지 프로그램에 기여 기대

지난 1월 20일 오전 서울 한국은행 강남본부에서 현금운송 관계자들이 설 자금 방출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1월 20일 오전 서울 한국은행 강남본부에서 현금운송 관계자들이 설 자금 방출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최석영 기자】 한국은행이 3개월 동안 시중에 돈을 무제한 푸는 '한국판 양적완화'에 나선다.

지난 1997년 IMF(국제통화기금) 사태나 2008년 금융위기 때도 하지 않던 전례 없는 초강경 조치다. 미국 등 주요국 중앙은행이 펼치는 양적완화(QE)와 사실상 다르지 않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한은은 26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4월부터 6월까지 일정 금리수준 아래서 시장의 유동성 수요 전액을 제한 없이 공급하는 주단위 정례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금융 불안을 차단하고 정부의 민생·금융안정 패키지 프로그램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한은에 따르면 6월 말까지 매주 화요일 정례적으로 91일 만기의 RP를 일정금리로 매입한다.

매입 한도를 사전에 정해두지 않고, 시장 수요에 맞춰 금융기관의 신청액을 전액 공급할 방침이다.

금융기관이 RP 거래 대상이 되는 적격증권만 제시하면 매입 요청한 금액을 모두 사들이겠다는 의미다.

입찰금리는 기준금리(연 0.75%)에 0.1%포인트를 가산한 0.85%를 상한선으로 하고 입찰 때마다 공고하기로 했다.

한은 관계자는 "전액공급 방식의 (한도 제약 없는) 유동성 지원은 과거 외환위기나 금융위기 때도 실시된 적이 없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한은은 RP 입찰 참여 금융기관에 증권사 11곳을 추가하고 RP 매매 대상증권도 한국전력공사 등 공기업 발행 채권 8종을 추가했다.

RP란 금융기관이 일정기간 후에 다시 사는 조건으로 채권을 팔고 경과 기간에 따라 소정의 이자를 붙여 되사는 채권이다.

한은이 공개시장운영으로 RP를 매입하면 시장에 유동성(통화)이 풀리는 효과가 난다.

윤면식 한국은행 부총재가 26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무제한 유동성 공급 방안을 의결한 뒤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제공=한국은행]
윤면식 한국은행 부총재가 26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무제한 유동성 공급 방안을 의결한 뒤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제공=한국은행]

윤면식 한은 부총재는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확산하면서 한국은 물론 전 세계 금융시장에서 변동성이 확대했고, 일부 시장에선 자금조달이 원활히 되지 않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윤 부총재는 이번 조치가 미국 등 선진국의 양적완화와 사실상 같은 것 아니냐는 질문에 "시장 수요에 맞춰 수요를 전액 공급하는 것이 사실상의 양적완화가 아니냐고 한다면 꼭 아니라고 할 수 없고 그렇게 봐도 크게 틀린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국판 양적완화'로 봐도 무방하다는 설명이다.

다만 한은은 이번 조치로 실제 어느 규모의 유동성이 추가 공급될지는 가늠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윤 부총재는 이번을 포함해 최근에 RP 대상증권에 추가된 대상 증권의 발행규모를 약 70조로 추정하고 "신청액을 전액 공급한다는 방침만 결정됐을 뿐 실제 입찰과정에서 요청액이 얼마 들어올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은은 7월 이후에도 시장 상황과 입찰 결과 등을 고려해 조치 연장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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