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상장사 100곳 최근 열흘새 시총 50조↑...코스피 1400선까지 떨어질수도 경고 나와

【뉴스퀘스트=최석영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이후 두 달 넘게 하락세를 이어왔던 국내 주가가 최근 오름폭을 키우며 투자자들의 맘을 설레게 하고 있다.

실제 최근 열흘 새 국내 주요상장사 100곳의 주가는 10% 넘게 상승했고, 이들의 시가 총액도 50조원이 넘게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시장에서는 바닥을 찍고 회복세로 돌아서는 것 아니냐는 긍정론도 나오고 있지만 국내외의 대부분 전문가들은 '더 큰 충격'이 올 수 있다며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31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국민은행 딜링룸에서 한 직원이 증시 현황판 앞을 지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31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국민은행 딜링룸에서 한 직원이 증시 현황판 앞을 지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주가에 '봄바람'... 과연 바닥일까

1일 기업분석 전문 한국CXO연구소가 국내 주요 상장사 100곳의 주가와 시가총액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 국내 첫 확진자가 발생한 1월 20일 895조원이었던 상장사 100곳의 시가총액은 두 달이 지난 지난달 20일 30% 가량이 하락한 629조원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이후 등락은 있었지만 반등세로 돌아서 지난달 30일부터 681조원으로 회복했다.

열흘 새 51조원(8.2%)이 증가한 셈이다.

특히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선언한 지난달 12일과 비교하면 시총은 94.5% 수준까지 회복했다.

업종별로 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포함된 전자업종의 시가총액이 지난달 20일 338조원에서 30일 361조원으로 가장 많이 증가했다.

같은 기간 자동차 업종 시가총액은 5조7398억원 증가했다. 다음으로 제약 4조9820억원, 금융 4조원, 석유·화학 3조5503억원, 금속·철강 3조1401억원, 정보통신 2조2938억원, 전기·가스 1조3031억원, 건설 1조802억원 순이었다.

특히 최근 10일 사이 상장사 100곳의 주가는 평균 11.2% 상승했다. 주요 20개 주요 업종별 주가도 일제히 올랐다.

주가 상승률이 가장 높은 업종은 항공·해운으로 열흘 새 주가가 20.3%나 올랐다. 주가가 워낙 큰 폭으로 하락하다 보니 상승폭도 컸던 것으로 보인다.

이어 금융(18.4%), 제약(17.7%), 제지(16.4%), 건설(15.8%), 기계(15.6%), 금속·철강(14.8%), 식품(14.5%), 농수산(13.5%), 자동차(12.3%), 전기·가스(10.8%), 여행(10.5%) 업종 등 전업종에 걸쳐 10% 이상 주가 상승률을 보였다.

시가총액 1위 기업인 삼성전자의 시총은 1월20일 372조원에서 지난달 20일 271조원, 23일 253조원까지 주저앉았다. 두 달 사이 100조원 넘게 증발했다.

이후 회복세로 돌아서긴 했지만 3월 말까지 시가총액 300조원대로 돌아가진 못했다.

오일선 CXO연구소 소장은 이런 주가 흐름에 대해 "코로나19에 대한 불안감이 이전보다 낮아지고 정부의 비상경제조치 정책이 맞물리면서 주식시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자료=CXO연구소]
[자료=CXO연구소]

◇ '어닝 쇼크'에 외국인 이탈 계속 "더 큰 위기 온다"

그러나 국내외의 대부분 전문가들은 "아직 위기는 시작도 하지 않았다"며 신중한 투자를 당부하고 있다.

특히 현재 국내 증시를 떠받히는 세력은 개인투자자로 두 달 넘게 외국인들의 매물을 받아내고 있다.

개인들은 이를 동학농민운동에 빗대 '동학개미운동'이라고 부르며 연일 매수세를 이어나가고 있는데 여기에는 대부분 반토막 수준으로 떨어진 주식에 투자하면 큰 이익을 볼 곳이라는 '10년 만의 기회론'도 한몫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스라엘 출신의 투자자이자 기업가인 오하드 토포 TCK인베스트먼트 회장은 "외국인들이 한국 자산을 계속 팔 것"이라며 "곧 닥칠 2차 충격에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지난 30일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토포 회장은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당시 한국 주식시장에서 500억 달러(약 61조원) 이상의 외국인 투자자금이 이탈했다"며 지금 상황이 그때와 3가지 정도가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선 전 세계적인 소비 위축으로 특히 수출국의 큰 피해가 예상된다"며 "공급망(supply chains) 붕괴로 한국과 같은 나라가 특히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해외 연기금 등 글로벌 투자자가 한국 시장을 이탈하면서 한국 주식과 채권의 가격은 하방 압력을 크게 받을 것"이라며 "외국인들은 세계적 경제위기 속에서 상대적으로 위험이 더 높은 자산을 먼저 팔려 할 것이고, 한국 주식과 채권이 바로 그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증권사도 코로나19 충격으로 코스피의 올해 예상 등락 범위를 하향 조정했다.

한국투자증권은 1일 코스피의 올해 등락 범위를 지난달 12일 발표한 연간 전망치 1800~2200에서 1400~2050으로 제시했다.

박소연 투자전략부장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발전한 코로나19로 인해 글로벌 경기에 대한 기대가 급속도로 약해졌다"며 "각국의 부양책에 힘입어 경제에 미칠 충격은 다소 완화되겠지만 글로벌 수요는 당분간 부진한 흐름을 이어갈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박 투자전략본부장은 "4월 시장은 3월에 비해 다소 조심스러운 움직임을 보일 것"이라며 "미국과 유럽의 소비가 완전히 정상화할 때까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는 만큼 실적 상향 조정이 확실하거나 방어적 성격이 강한 업종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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