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유럽 코로나19 악영향 본격화하는 앞으로가 더 문제

【뉴스퀘스트=최인호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으로 큰 타격이 예상됐던 지난 3월 수출실적이 우려만큼 나쁘진 않았던 것으로 집계됐다.

국내에서 코로나19 확산세가 확대되었던 지난 2월 수출은 늘어난 조업일수 덕에 15개월 만에 반등한데 이어 세계보건기구(WHO)가 펜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선언한 3월에도 미국과 유럽연합(EU) 수출이 호조세를 유지하며 지난해 수준으로 선방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코로나19가 유럽과 미국에서 코로나19가 폭발하며 세계 경기에 본격적으로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큰 상황이어서 향후 한국 수출은 장담하기 어려운 형국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 2월 11일 오후 광주 서구 기아자동차 광주공장이 가동 중단으로 완성차를 모아두는 주차장이 비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2월 11일 오후 광주 서구 기아자동차 광주공장이 가동 중단으로 완성차를 모아두는 주차장이 비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 3월 수출 예상외 선전...자동차·반도체 청신호

산업통상자원부는 1일 지난 3월 수출 실적이 지난해 같은 달 대비 0.2% 감소한 469억1000만달러로 잠정 집계됐다고 밝혔다.

전월의 증가세를 이어가지는 못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큰 폭의 하락세를 보이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에 비하면 선방한 결과다.

조업일수를 배제한 하루 평균 수출도 전월의 마이너스(–)11.9%보다 낙폭을 줄인 –6.4%를 기록했다.

산업부는 이에 대해 "코로나19로 글로벌 경기 둔화와 공급망 훼손, 유가 급락,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등이 한국 수출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됐지만, 다행히 영향은 제한적이었다"고 평가했다.

게다가 이달 수출물량이 13.1% 증가하면서 우리의 수출 펀더멘탈이 튼튼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실제 3월 수출 물량은 17개월 만에 최대 증가 폭 기록하며 2개월 연속 늘었다.

◇ 자동차 생산 정상화·반도체에도 긍정적 신호

코로나19 사태 초기 생산 차질로 직격탄을 맞았던 자동차도 정상화 되는 모습이다.

중국 31개 성·시 내 공장이 조업을 재개하면서 국내 생산 공장도 정상가동 되고 있다. 19일 기준 중국 진출기업 1189개 중 98.0%인 1165개가 정상조업 중이다.

이에 따라 대중 수출은 전년보다 5.8% 하락했지만, 감소율은 전월의 -8.9%보다 줄었다.

유럽의 경우 이동제한과 완성차 업체들의 공장 가동중단에도 자동차(3.1~25일·10.9%)와 차부품(8.5%) 수출은 증가세를 유지했다.

최대 수출품목인 반도체는 스마트폰, PC의 1분기 출하량 급감으로 물량 증가세가 둔화하면서 2.7% 감소했다.

하지만 북미 데이터센터 투자, 코로나19로 인한 재택경제 활성화 등 서버용 메모리 수요가 견조하고 D램을 중심으로 단가가 회복되는 등 긍정적인 신호가 나왔다.

코로나19로 인해 오히려 수출이 크게 늘어난 품목도 있다.

재택근무와 실내 활동이 늘고 온라인 교육, 쇼핑, 게임, 스트리밍 서비스 등 온라인 트래픽이 급증하면서 정보기술(IT) 관련 품목인 컴퓨터(82.3%), 무선통신기기(13.3%) 수출이 확대됐다.

가공식품(54.1%), 세안용품(68.9%), 손세정제(81.4%), 진단키트(117.1%)와 같은 코로나19 관련 생필품, 방역용품 등 기타 품목의 수출도 급증했다.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3월 수출이 큰 폭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소폭 감소에 그치는 등 한국 수출은 아직 견조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며 "특히 수출 물량이 증가세를 보이며 펀더멘털은 견조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지난달 25일 넥슨화장품 관계자가 서울 강남구 코엑스 스타트업 브랜치에서 열린 '제2차 KITA 빅바이어클럽 연계 온라인 화상 수출상담회'에서 중국 바이어와 상담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25일 넥슨화장품 관계자가 서울 강남구 코엑스 스타트업 브랜치에서 열린 '제2차 KITA 빅바이어클럽 연계 온라인 화상 수출상담회'에서 중국 바이어와 상담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향후 상황은 예측불허...꼼꼼한 대책 필요

일단 1분기 수출 성적표는 우려했던 것보다는 나았지만, 앞으로의 상황은 예측하기 어렵다.

코로나19가 유럽, 미국으로의 수출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칠 경우 하락 폭이 점점 커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과 유럽은 코로나19의 영향이 시작 단계로 현재 코로나19로 인한 기업의 피해가 전방산업(완성품산업)에서 주로 나타나고 있다.

향후 전방산업을 넘어 부품이나 소재를 제공하는 후방산업에까지 영향이 전해지는 '2차적 영향(secondary layer effect)'이 오면 많은 기업이 도산하거나 유동성 위기에 빠지게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2월과 3월 하루평균 수출이 두 달 연속 하락세이고 3월 수출단가가 11.7% 급락한 것도 불안감을 키운다.

지난달 수출 단가는 지난해 평균 수준인 -10.6%보다 감소 폭이 컸다. 업종별로는 석유제품 -22.7%, 석유화학 -17.2%, 섬유 -9.7%, 철강 -9.1%의 하락세가 크게 나타났다.

최대 무역국인 중국으로의 수출은 회복 추세를 보이지만, 지난해 3월 대비로는 여전히 감소해 아직 완전하게 회복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에 따라 정부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수출의 급격한 위축을 막는 데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2월 20일 총리 주재 무역전략조정회의에서 한국무역보험공사, 수출입은행 등 7개 정책금융기관은 무역금융을 전년보다 28조1000억원 많은 260조3000억원을 공급하기로 결정했다.

또 중소·중견기업의 유동성 지원을 위해 수출채권조기현금화 5000억원 지원을 추가경정예산 통과 즉시 개시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향후 한국 수출은 코로나19의 본격적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며 "수출기업이 당면한 유동성 부족, 마케팅·물류·입국제한 등 애로사항을 해소하고 중장기적으로 수출 기반이 훼손되지 않도록 관련 대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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