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기 91일, 연 0.78% 금리로 RP매입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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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퀘스트=최석영 기자】 한국은행이 시중에 무제한 돈 풀기, 이른바 '한국판 양적완화' 나선 첫 날 금융권에 5조2500억원의 자금을 공급한다.

오늘부터 매주 금융권에 무제한 자금을 공급하는 만큼, 금융시장도 안정을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은은 2일 오전 시중에 유동성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은행과 증권사 등을 대상으로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 입찰을 실시한 결과 5조2500억원이 응찰했다며 이 금액 모두 공급한다고 밝혔다.

만기는 91일이며 금리는 기준금리(연 0.75%)와 유사한 연 0.78%로 결정됐다.

한은은 통화안정증권 수익률과 한은의 직전 RP 매입 평균금리, 증권사의 RP 조달금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금리 수준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RP란 일정기간 후에 구매자로부터 되사는 조건으로 판매하는 채권을 뜻한다. 한은은 시중에 돈을 풀거나 풀린 돈을 거둬들일 때 RP거래를 사용한다. 한은이 금융회사에서 RP를 사들이면 그만큼 현금이 시중에 풀리는 효과가 있다. 대신 금융회사들은 한은이 RP를 사 주는 대신 담보채권을 한은에 맡겨야 한다.

은행이나 증권사가 한은에 채권을 맡기고 돈을 빌린 것으로 보면 된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26일 일정 금리 수준에서 시장의 자금 수요 전액을 제한 없이 공급하는 주 단위 정례 RP 매입 제도를 3개월간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한국판 양적완화'가 실시된 주된 이유는 정부가 회사채시장 안정을 위해 조성한 채안펀드가 순조롭게 가동될 수 있도록 하려는 의도다.

채안펀드가 시장에 나온 채권 매물을 사들이려면 금융권의 협조가 필수적인데 저금리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대출 수요로 수익성이 악화할 것을 우려한 금융권이 자금 공급을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또 금리인하 등으로 시중으로 푼 돈이 실제 고객들에게 흘러가려면 은행들의 대출이 필수적인데, 은행권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한은이 무제한 유동성 공급 방침을 발표한 뒤 실시한 첫 입찰임에도 불구하고 이날 금융사들의 요청자금 규모는 그리 크지 않았다.

한은이 지난달 19~24일에도 증권사 대상 RP 매입과 국고채 단순매입으로 총 5조원의 유동성을 공급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시장 일각에서는 금융사들이 담보로 맡길 만한 우량 증권을 이미 다른 용도의 담보로 많이 소진한 상태여서 한은에서 추가로 돈을 빌릴 여력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른 편에선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한은이 RP 매입 모집금리 수준을 기준금리보다 낮게 설정하고 금융사들의 금리 부담을 낮춰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에 대해 한은 관계자는 "RP 매입금리를 기준금리보다 낮게 책정하면 금융기관의 금리차액거래 수단으로 전용돼 응찰 규모가 필요 이상으로 과다해질 우려가 있다"며 "모집금리를 기준금리보다 낮게 설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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