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번 환자 발생후 '반짝' 있었지만 안정적인 배송 확인후 '뚝'
사회적 거리두기 재택근무 확대로 '방콕용품' 소비 크게 증가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언택트(비대면) 소비가 급증하는 가운데 지난달 17일 오전 서울 시내의 한 택배 물류센터에 택배가 수북이 쌓여 있다. [사진=연합뉴스]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언택트(비대면) 소비가 급증하는 가운데 지난달 17일 오전 서울 시내의 한 택배 물류센터에 택배가 수북이 쌓여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최석영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전 세계로 빠르게 확산하면서 이른바 선진국으로 꼽히는 미국과 유럽 등에서조차 극심한 생필품 사재기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이상하리만큼 평온하다. 이에 외신들도 이 같은 한국을 배우자며 집중 조명하고 있다.

'사재기 없는 한국'의 비결은 무엇일까.

위기를 함께 이겨내야 한다는 시민들의 성숙한 공동체의식과 함께 우리의 안정적인 '택배 시스템'이 숨은 공신으로 꼽힌다.

코로나가 본격 확산하기 시작한 초반 반짝 사재기 조짐이 나타났지만, 안정적인 배송을 확인하면서 평시 수준으로 회복했다는 분석이다. 

[자료=CJ대한통운]
[자료=CJ대한통운]

◇ 31번 환자 발생후 '반짝 사재기' 있었다

지난 2월18일. 대구·경북지역 집단 감염을 촉발하며 코로나19 공포를 확산시킨 31번 환자가 확진 판정을 받자 생수나 라면 같은 비상물품의 판매가 온라인상에서 폭증하기 시작했다.

CJ대한통운은 택배 송장 정보를 바탕으로 CJ올리브네트웍스의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을 활용해 지난 2월 첫째주~3월 둘째주(2월1일~3월14일)에 배송된 상품 1억8000만건을 분석한 결과, 이런 정황이 확인됐다고 9일 밝혔다.

이에 따르면 2월 4주(23~29일)에 생수와 라면, 통조림 등 비상물품 주문량이 전주 대비 약 3배 수준으로 늘었다.

주말 물량이 통상 월요일에 송장 정보로 등록되는 점을 감안하면 31번 확진자 발생 이후 첫 주말인 2월 21~23일 주문이 몰렸다는 분석이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할 것이란 불안감이 소비에 반영된 시점이다.

2월 3주와 4주를 비교하면 통조림은 4만건→14만건으로 3배, 라면은 12만건→31만건으로 2~3배 이상 물량이 늘었다.

택배는 박스 단위로 배송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통조림은 최소 280만개(박스당 24~36개), 라면은 930만개(박스당 30개)가 배송된 셈이다.

그러나 이런 '온라인 사재기' 현상은 금새 정상화됐다.

안정적인 배송이 지속되자 원하는 물품을 원하는 때에 주문해도 정상적으로 택배가 도착한다는 믿음이 확산됐기 때문이다.

실제 이 기간 전주 대비 2.5배까지 치솟았던 라면 배송량은 3월 1주(1~7일)와 2주(8~14일)에 전주 대비 각각 39%, 33% 감소하면서 안정세를 보였다. 2월 4주에 2.5배로 늘었던 생수 역시 같은 기간 41%, 25%씩 줄어들면서 평시 수준으로 회복했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미국이나 일본과 달리 한국에서 사재기가 확산되지 않고 반짝 현상에 그칠 수 있었던 것은 이런 택배시스템이 한몫 했다고 볼 수 있다"며 "택배가 전 국민에게 없어선 안될 필수적 생활 기간산업으로 인식된 셈"이라고 말했다.

[자료=CJ대한통운]
[자료=CJ대한통운]

◇ 재택근무 확산에...언택트 소비 가속화

정부가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조하고, 기업들의 재택근무도 확산되면서 3월엔 생필품이 아닌 일상생활에 쓰는 '집콕 용품' 소비가 크게 증가했다.

홈 카페와 관련된 커피메이커(22.5%), 거품·반죽기(61.6%) 등이 3월 2주 들어 전주보다 배송 물량이 크게 늘었고, 같은 기간 튀김기(21.3%)나 요구르트 제조기(30.2%) 등 홈 쿠킹 관련 물품도 배송량이 많아졌다.

도서·음반 분야 배송 물량은 2월 4주 170만건으로 전주 대비 13% 늘었다. 공연과 전시회 등이 중단되면서 문화 생활을 누리지 못한 소비자들이 집에서 여가를 즐긴 것으로 보인다.

보통 도서나 음반은 신학기가 시작되는 3월 1~2주에 판매량이 크게 늘지만, 올해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일주일 앞당겨졌다는 분석이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택배 시장이 지속적으로 성장하며 택배 빅데이터 정보가 우리 삶의 트렌드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며 "이런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더 와닿는 택배 서비스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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