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철(李漢喆1812~1893 이후), 조중묵(趙重默생년몰미상), 철종어진(哲宗 御眞), 1861년, 비단에 채색, 202cm×93cm, 보물 1492호, 국립고궁박물관 소장
이한철(李漢喆1812~1893 이후), 조중묵(趙重默생년몰미상), 철종어진(哲宗 御眞), 1861년, 비단에 채색, 202cm×93cm, 보물 1492호, 국립고궁박물관 소장

【뉴스퀘스트=백남주 큐레이터】 이 그림은 조선 제25대 왕인 철종(哲宗 1831~1863, 재위 기간 1849~1863)의 군복본(軍服本) 어진(御眞)으로, 얼굴은 측면을, 몸은 정면을 바라보며 교의에 앉아 있는 모습을 그린 전신 초상이다.

바닥에는 용무늬 화문석이 깔려있고 두발은 2단으로 된 족좌대에 올려져있다.

공작 깃을 꽂은 전립을 쓰고, 동달이 위에 전복을 입었는데, 양쪽 어깨와 가슴엔 오조룡(五爪龍) 무늬의 보를 달고 있다.

화려한 색으로 수를 놓은 광대(廣帶)와 푸른색의 전대(戰帶)를 가슴까지 올려 맸다.

오른손에는 무관의 지휘봉인 등채(藤茦)를 들었고, 왼손 엄지에는 활시위를 당길 때 사용하는 깍지를 끼고 있으며, 앉아 있는 교의 뒤편에는 어검(御劍)이 비스듬히 세워져 있다.

화가는 가는 붓을 사용하여 복식을 섬세하게 묘사하였는데, 머리에 쓴 전립부터 입고 있는 전복의 무늬, 어검의 장식, 바닥에 깔아 놓은 화문석 등을 매우 사실적으로 그렸다.

전체적으로 비단의 뒷면에서 채색하는 배채(背彩) 기법을 사용하여 부드러우면서도 깊이 있는 색감과 화려하고 섬세한 무늬의 조화를 이루어냈다.

굵은 갈색 선으로 얼굴과 코의 윤곽을, 가는 선으로 눈매와 눈썹, 수염을 섬세하게 그렸으며, 특히 눈동자의 표현에 공을 들였는데, 홍채를 그릴 때에는 금을 사용하였다.

또 왼쪽 눈의 눈동자가 중앙으로 몰려 있는 상태를 그대로 묘사하였는데 이를 통해 철종의 외모가 왜곡 없이 그대로 묘사되었음을 알 수 있다.

화려함이 돋보이는 군복의 질감을 그대로 느낄 수 있게 주름 표현에도 선염을 많이 넣어 음영을 강조하였다.

철종의 어진은 재위 당시 모두 4점이 만들어졌는데, 1852년(철종 3년)에 2점, 1861년(철종 12년)에 강사포본과 군복본 2점이 작되었다.

강사포본과 군복본을 제작할 때 이한철과 조중묵이 주관화사로 참여하여 어진을 그렸고, 두 본의 제작에 한 달 여가 걸렸다.

현재 국립고궁박물관에는 3점의 철종 어진이 전해지는데, 강사포본과 면복본은 화재로 인해 화폭의 대부분이 소실되었고, 군복본만 화폭의 2/3정도가 남아있다.

군복본 어진의 오른쪽 상단에 철종의 친필로 “내 나이 31세 초상(予三十一歲眞)”이라고 쓴 표제가 남아있다.

그 옆에 적힌 “철종 희륜정극 수덕순성 문현무성 헌인영효 대왕(哲宗 熙倫正極 粹德純聖 文顯武成 獻仁英孝 大王)”이라는 묘호(廟號)와 존호(尊號)는 후대에 첨가된 것이다.

이 어진은 화재로 인해 화폭의 1/3이 소실되었지만, 현존하는 유일한 군복본 어진이라 그 가치가 매우 커서 2006년 보물 1492호로 지정되었다.

이유원(李裕元, 1814~1888)에 따르면, 사도세자는 군복을 즐겨 입었고, 부친에 대한 추모의 정이 남달랐던 정조는 화성 현륭원으로 행차할 때마다 군복을 입었다고 한다.

또한 정조 어진을 그릴 때도 군복을 입은 모습을 그렸고, 정조 이후 익종과 헌종, 그리고 철종 모두 군복본 어진을 그렸다고 한다. (조선미, 『한국의 초상화-형과 영의 예술』, 돌베개, 2009, 92~93쪽 참조.)

전계대원군(全溪大院君)의 셋째 아들인 철종 임금은 1844년(헌종 10년) 아버지가 형인 회평군의 옥사에 연루되면서 강화도로 유배되자, 아버지를 따라가 유년 시절을 강화도에서 보냈다.

그러던 중 조선 24대 왕인 헌종(재위기간1834∼1849)이 후사가 없이 승하하자, 순조의 비인 순원왕후(1780~1857)의 명으로 철종은 갑자기 궁에 들어와 왕위에 올랐다.

그러나 즉위 이후 대왕대비인 순원왕후가 계속 수렴청정을 하는 바람에 1852년에서야 겨우 친정을 시작하지만, 세도정치의 거센 소용돌이에 휘말려 제대로 정치를 해보지도 못하다가, 왕위에 오른 지 14년 만에 생을 마쳤다.

【참고문헌】

어진의궤와 미술사(이성미, 소와당, 2012)

조선왕실의 어진과 진전, 국립고궁박물관 개관 10주년 기념 특별전 도록(국립고궁박물관, 2015)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한국학중앙연구원, http://encykorea.aks.ac.kr)

한국의 초상화-형과 영의 예술(조선미, 돌베개,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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