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철강·석유화학 등 공급망 붕괴...생산차질·매출타격 본격화 예상

【뉴스퀘스트=최석영 기자】 "2분기부터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부정적인 영향이 본격화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의 선제적인 지원이 절실하다."

대한상공회의소와 자동차·철강·석유화학·기계·조선 등 5개 업종협회가 16일 코로나19에 따른 산업계 대책회의를 열고 2분기 수요 절벽과 유동성 위기에 대비해 정부의 파격적인 지원을 요청했다.

현대자동차 울산5공장 투싼 생산라인이 코로나19 사태로 해외 현지 판매사들이 대부분 영업을 중단하는 등 수출 물량이 크게 줄어 이달 13∼17일 임시 휴업한다. 지난 8일 현대차 울산공장 야적장과 수출선적부두에 완성차들이 대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현대자동차 울산5공장 투싼 생산라인이 코로나19 사태로 해외 현지 판매사들이 대부분 영업을 중단하는 등 수출 물량이 크게 줄어 이달 13∼17일 임시 휴업한다. 지난 8일 현대차 울산공장 야적장과 수출선적부두에 완성차들이 대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자동차·철강·석유화학 등 생태계 붕괴 우려 

이날 회의의 발제자로 나선 한국투자증권 김진우 애널리스트는 "코로나19의 경제적 영향이 1분기에는 부분적으로 나타났지만 2분기부터는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2분기에 공급차질과 수요절벽이 겹친 부정적 수치들이 나오기 시작하면 경제주체의 불안심리가 가중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그는 코로나19로 가장 크게 타격받을 업종 중 하나로 글로벌 공급망이 복잡하게 연계돼 있고 수요에 민감한 자동차를 꼽았다.

김 애널리스트는 "2분기에 생산차질과 매출타격이 본격화되면 세계 자동차 산업은 7.7% 이상 수요가 하락할 것"이라며 "자동차 산업의 부진은 후방산업인 철강이 고스란히 영향을 받으면서 2분기에 철강 판매량 감소와 채산성 악화가 동시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에 한국철강협회 이재진 통상협력실장은 이런 전망을 근거로 "코로나19와 저유가로 촉발된 경제적 위기가 보호무역조치 확산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정부가 적극 대응해 줄 것”을 건의했다.

또 철강재 수입신고의 정확성 확보, 유통이력 관리제 확대 등을 통해 향후 예상되는 무역분쟁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철강 교역·유통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 수요 절벽·유동성 위기 선제 대응해야

이날 회의 참석자들은 2분기 수요절벽과 유동성 위기에 대한 정부의 선제적 대응을 주문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 김태년 운영위원장(전무이사)은 "미국, 유럽 등 해외시장의 감염병 확산으로 4월부터 글로벌 공급망 붕괴와 수요급감 쇼크가 닥칠 것으로 예상된다"며 "공공기관 차량구매 확대, 친환경차 보조금 강화, 취득세·개별소비세 감면, 온라인 거래 활성화 등의 정책지원이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한국기계산업진흥회 최형기 상근부회장도 "통상 생산에서 수주까지 3~12개월이 소요되는 기계산업의 특성상 피해가 가시화된 후 대응하면 시기를 놓쳐버린다"며 "공공·대학·국책연구소 등이 보유한 노후장비의 국산 조기교체, 정부조달 기계장비 구매 시 국산장비 우선구입 제도화 등 정부가 공공발주를 확대해 수요절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했다.

한국철강협회 이민철 상근부회장은 "중국이 대규모 인프라 투자에 나섰던 2008년 금융위기 때와 달리 지금 철강 산업은 전 세계적 공장가동 중단에 수요가 증발해 버팀목이 없는 상황"이라며 "정부가 계획된 공공사업은 조기에 추진하고 20년 넘은 노후 상수도관과 열배관 교체사업을 새로 추가해 달라"고 했다.

울산시 남구 석유화학공단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울산시 남구 석유화학공단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 정부의 직간접 유동성 지원도 요청

수요 감소 영향으로 기업들이 유동성 문제를 겪는 만큼 정부의 직간접 지원이 있어야 한다는 요구도 빗발쳤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 이병철 상근부회장은 "코로나19와 함께 유가급락으로 1분기 전세계 선박 발주량이 전년 동기 대비 71.3% 줄고, 국내 조선사의 주력 선종인 LNG선 발주는 단 2척에 불과다다"며 "사태가 장기화되면 선박인수 지연, 자금회수 차질 등으로 유동성 문제가 불거질 우려가 있다"며 "선박 제작금융의 만기연장, 운전자금 공급 등 금융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김태년 위원장은 "미증유의 위기에 처한 자동차 부품사와 완성차 업계도 통틀어 약 33조원의 유동성 공급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법인세·부가세·개별소비세 납부유예, 4대 보험 및 세금 납부기한 연장 등 간접적인 유동성 지원방안도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참석자들은 이밖에 ▲연장근로 대폭확대 ▲유연근무제 조속개정 등 노동규제의 완화 ▲탄소배출권 가격 안정화 ▲기존화학물질에 대한 등록 유예기간 연장 등 환경규제 관련 애로 해소 등을 논의했다.

대한상의 우태희 상근부회장은 "과거 위기 속에서 우리 경제가 그나마 버틸 수 있었던 이유는 주력 제조업, 기간산업이 받쳐주었기 때문"이라며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이 주력산업의 경쟁력 훼손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사태 장기화 등 최악의 경우를 대비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회의에는 대한상공회의소, 한국철강협회, 한국기계산업진흥회,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한국석유화학협회 등 주요 업종별 협회의 상근부회장 및 임원이 참석했다.

대한상의는 오는 21일에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IT산업계 대책회의를 가질 예정이며, 23일에는 제약바이오, 화장품, 의류패션 등 소비재 산업계와 대책회의를 차례로 개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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