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인구의 가계부채가 '약한 고리'...전세금-증시투자 패턴 잘 살펴야

【뉴스퀘스트=최인호 기자】 국제통화기금(IMF)이 우리나라의 금융시스템에 대해 "글로벌 금융위기 같은 극단적 상황에서도 잘 버틸 수 있다"는 평가를 내렸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경제 충격을 견딜 수 있는 체력을 가졌다는 의미다.

다만 빠른 고령화화와 이들의 금융부채가 약한 고리라고 지적했다.

IMF는 21일 이런 내용을 담은 우리나라의 금융부문 평가 프로그램(FSAP) 보고서를 공개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한국의 고령자 가계대출에 대해 잘 모니터링 하라고 권고했다. 서울 송파구 잠실 롯데월드타워를 찾은 시민이 인근 아파트 단지를 바라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제통화기금(IMF)이 한국의 고령자 가계대출에 대해 잘 모니터링 하라고 권고했다. 서울 송파구 잠실 롯데월드타워를 찾은 시민이 인근 아파트 단지를 바라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한국, 금융위기급 충격에도 잘 버틸 것

IMF는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버금가는 스트레스 상황을 가정해 평가를 진행한 결과, 한국의 금융시스템이 전반적으로 복원력(overall resilient)이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이 보고서는 코로나19 사태 이전 자료(작년 6월 기준)를 기준으로 작성됐지만 FSAP의 스트레스 시나리오가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충격의 크기·지속기간(depth and duration)을 이미 반영했다고 금융위원회는 설명했다.

이는 코로나19가 경제 전반에 금융위기급 충격파를 몰고 와도 우리 금융시스템이 잘 버틸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IMF는 저금리·저성장, 인구 고령화, 핀테크 발전을 포함한 금융시장 환경을 고려하면 한국의 일부 분야는 자세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가계부채가 전반적으로 관리가능한 수준이지만, 주택가격 하락 충격이 발생하면 고령층 차주의 취약성이 클 것이라는 판단이다.

실제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60대 이상의 가계대출 증가율은 연평균 9.9%다.

30대 이상의 가계대출 증가율이 7.6%, 30대 이하가 3.3%, 50대가 4.4%에 비해 가장 높은 수준이다.

60대에 진입한 베이비부머계층이 노후를 위해 부동산투자 등을 확대하면서 그만큼 위험도 커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연금 역시 현행 추세대로라면 2057년쯤 기금 소진이 예상되는 만큼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IMF는 평가했다.

◇ 전세자금 받아 증시 투자 패턴도 살펴야

IMF는 "전세 제도의 잠재적인 차환 리스크(rollover risk)와 전세보증금의 주식투자 활용에 따른 '전세제도-주식시장 간 연계성 증가'에 대해서 살펴봐야 한다"고 권고했다.

전세제도는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제도인데, 전세보증금을 돌려줄 때까지 자금을 운용하다 손실을 보면 돌려주지 못할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다.

금융위 관계자는 "전세보증금을 활용한 투자도 많아졌고 개인이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곳이 주식이나 펀드투자"라며 "IMF는 원론적 차원에서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할 위험이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고 말했다.

IMF는 은행 시스템은 전반적으로 안정적인 것으로 봤다.

금융위기 같은 위협이 와도 지방·상호저축·정부소유은행 등 제한적 영향을 줄 것으로 추정했다.

다만 IMF는 저금리나 핀테크, 비은행 금융기관이 등장해 경쟁이 심화하면서 은행과 보험업권의 미래 전망이 불투명하다고 우려했다.

IMF는 정부에 대해서도 미시·거시건전성 모니터링 체계를 갖추고 있고, 가계부채 등에 대한 적극적인 정책추진 의지를 갖고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금융안정성(financial stability)을 최우선 정책목표로 설정한 협의체가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아울러 비(非) 지주 금융그룹 감독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자본시장과 불완전판매 등에 대해서도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한편, FSAP은 극단적인 상황이 현실화하면 생길 수 있는 금융시스템의 취약요소를 미리 발견하는 게 목표다. 우리나라는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국가로 분류되어 정기적으로 FSAP 평가를 받아야 한다. 이번 평가는 2003년, 2014년에 이은 세 번째다. 

[자료=금융위원회]
[자료=금융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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