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직격탄 맞은 대한항공 유동성 위기로 휘청...경영권 분쟁도 진행중

[사진=뉴스퀘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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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퀘스트=최석영 기자】 '한진칼'이 최근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서 가장 뜨거운 종목중 하나로 주목받고 있다. 한진칼 주가는 지난주말(17일) 28%나 급등하다 하루(거래일 기준)만인 20일 26.03% 내린 8만1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21일에는 8만400원으로 개장해 장중 한때 7만5600원까지 조정을 받다 상승 반전해 8만15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이는 오는 24일로 취임 1주년을 맞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누나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측의 '3자연합'의 경영권 분쟁이 깔끔하게 해소되지 않은데다 자회사격인 대한항공이 최근 코로나19(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로 인한 어려움으로 1조원대의 유상증자를 추진하면서 한진그룹의 향후 전망이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재계 관계자는 "한진그룹을 둘러싼 얽히고 설킨 이해관계와 항공업계의 어려움으로 대한항공의 향후 운명은 한치앞도 내다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대한항공이 코로나19 장기화로 당장 이달부터 유동성 위기를 돌파해야하는 만큼 어떻게든 정부의 지원을 받아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지배구조 문제도 다시 정리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 조원태 취임 1년...'코로나 위기' 넘을수 있을까

조원태 회장이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에 이어 그룹 경영권을 승계한지 오는 24일이면 1년이 된다.

최근 조원태 회장이 '3자연합'과 경영권 분쟁에서 완승을 거두긴 했지만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그룹 주력인 대한항공이 휘청거리는 만큼 향후 그룹의 운명을 낙관하기는 이르다.

이에 한진그룹은 최근 코로나19로 어려움으로 각종 자구안을 내놓고 비상경영을 펼치고 있는 만큼 별도의 취임 1주년 행사는 열지 않을 계획이다.

당장 조 회장 앞에 놓인 시급한 과제는 코로나19 위기 극복이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은 여객 매출의 94%에 달하는 국제선 운항을 대부분 중단하며 매출이 급감한 데다 고정비 등의 비중이 커지면서 자칫하면 이달 중 곳간이 바닥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항공업계는 대한항공이 지난달 발행한 항공운임채권 자산유동화증권(ABS) 6228억원이 이달 내로 모두 소진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달에 나가는 고정비용이 4000억~5000억원 규모인데다 이달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만 2400억원이기 때문이다.

항공운임채권 ABS는 항공권 판매로 미래에 발생할 매출을 담보로 하는 채권으로 항공사들의 주요 자금조달 수단 가운데 하나다. 대한항공은 통상 2조원 가량을 ABS로 조달해왔다.

대한항공은 외부의 수혈이 없으면 당장 이달말에 '부도 위기'에 처하는 셈이다.

현재 대한항공은 필수 인력을 제외한 전 직원을 대상으로 6개월간의 휴업에 들어갔고 임원진의 급여를 30~50% 반납하기로 하는 등 각종 자구책을 시행 중이다.

그럼에도 최근 한국신용평가는 대한항공의 항공운임채권 자산유동화증권(ABS) 신용등급을 'A'에서 'A-'로 한단계 하향 조정해 조기상환 리스크가 커진 상태다.

인천국제공항에 대한항공 항공기가 날개를 접은채 서 있다. [사진=연합뉴스]
인천국제공항에 대한항공 항공기가 날개를 접은채 서 있다. [사진=연합뉴스]

◇ '특단의 자구안' 묘수 있을까

이에 따라 조 회장이 향후 어떻게 경영 능력을 발휘해 위기 상황을 극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조 회장은 지난달 "코로나19로 어려움이 가중되는 만큼 새로운 시각으로 시장을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며 여객기를 화물기로 활용하자는 '역발상'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등 위기 극복 전면에 나서고 있다.

이에 앞서 대한항공이 소유한 서울 종로구 송현동 소재 토지 및 왕산레저개발 지분 등 유휴자산 매각을 선언하고 관련 절차를 밟고 있다.

조 회장은 지난달 29일 낸 담화문에서 "코로나19 위기의 파고를 넘기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뼈를 깎는 자구 노력도 병행하겠다"며 "기존에 발표한 송현동 부지 등 유휴자산 매각과 더불어 이사회와 협의해 추가적인 자본 확충 등으로 회사의 체질을 한층 더 강화하는 계기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한 방안으로 최소 5000억원에서 1조원에 이르는 유상증자를 추진할 계획으로, 현재 주요 증권사들과 주관사 선정 등을 위한 논의를 진행 중이다.

다만 코로나19 타격이 워낙 큰 데다 현재 진행형이어서 아직 가시적인 성과는 드러나지 않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선친인 고 조양호 회장은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자체소유 항공기를 매각한 후 재임차해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고, 당시 유리한 조건으로 보잉 737 항공기 27대를 구매하는 등 위기를 기회로 바꾸었다"며 "아들인 조원태 회장이 이런 DNA를 물려 받았는지 이번 코로나19 위기가 증명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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