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지원금, 당장 급한데 전국민 지급후 나중에 고소득자 환수하면 돼

【뉴스퀘스트=최석영 기자】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경기전망에 대해 "V자는 말도 안되고 U자도 바닥이 얼마나 긴 U자인지 알기 어렵다"며 다소 비관전으로 내다봤다.

특히 코로나19로 전세계 경제가 타격을 받고있는 상황이어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때 보다 더 심각하고, 대공황 수준으로 갈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장하준 케임브리지대학교 교수. [사진=연합뉴스]
장하준 케임브리지대학교 교수. [사진=연합뉴스]

◇ 코로나 경제위기, 1932년 대공황급

장 교수는 21일 KBS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와 인터뷰에서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보다 심각하다"고 진단했다.

장 교수는 "그때는 위기가 한쪽에서 주로 금융시장에서 문제가 생긴 것인데 이번에는 모든 데서 다 생겼다"며 "공장이 돌아가지 못하고 사람들이 가게를 가지 못하니까 경제가 순환이 안 돼 금융뿐 아니라 생산, 소비 전반에 걸쳐서 온 위기이기에 그때보단 훨씬 더 큰 위기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 실업률이 이 사태 일어나기 전에 4%였는데 실업자가 13%가 더 느는 등 실업률이 공식적으로 발표가 안 났지만 17~18%가 됐다"며 "이러한 숫자들이 거의 대공황에 버금가는 그런 상황으로 가고 있다"고 했다.

"IMF가 올해 세계경제성장률을 –3.0%로 잡았고, 지금 대공황이고 전시상황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어떻게 생각하시냐"는 사회자의 물음에 "1929년 대공황 상황까지 갈 수 있다"라고 답했다.

장 교수는 "IMF가 올해 세계경제가 3% 수축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이는 사실 낙관적인 시나리오"라며 "보고서를 보면 이는 IMF가 올 하반기에 코로나가 잡힌다는 전제 하에 한 예측이었다"고 했다.

이어 "즉 올 하반기에도 코로나가 잡히지 않으면 올해 세계경제성장률이 –6%가 될 것이라는 것이다"라며 "결국 대공황 이후에 가장 경제 수축을 많이 하게 되는 셈이다"라고 덧붙였다.

장 교수는 "사람들 겁주려고 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객관적인 숫자가 그렇게 갈 수 있다"라며 "나는 병리학자가 아니어서 그쪽은 잘 모르기에 예측이 100% 가능한 건 아니지만 지금 이미 나오는 숫자들의 상황이 그렇다"고 말했다.

IMF가 한국이 올해 성장률을 –1.2%라고 예상한 데 대해서 장 교수는 "다른 나라보다는 훨씬 나은 상황이 맞다"면서도 "한국이 수출의존도가 높은 나라라서 우리나라 경제만 잘 돌아간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다. 미국이나 유럽이 생각보다 더 떨어져버리면 지금 뭐 –1.2%라는 것도 더 하향조정해야할 지도 모른다"고 했다.

◇ 재난지원금, 급한데 일단 전국민 지급후 나중에 고소득자 환수하라

장 교수는 논란이 되고 있는 재난지원금 지급 범위와 관련 "일단 전국민에게 준 뒤 나중에 고소득자들한테 세금으로 다시 거둬가면 된다"는 방안을 제시했다. 상황이 급한데 소득을 따질 시간이 없다는 주장이다.

장 교수는 '재난지원금 지급대상'을 놓고 더불어민주당은 100%(전국민), 정부와 미래통합당은 '소득 70%선까지'를 놓고 논쟁을 벌이는 있는 상황에 대해 "당장 급하니까 지금은 100% 국민 다 주는 게 좋다"며 "지금 그거 추리고 있자면 시간 들고 하루가 급한 분들이 많은데 일단 줘놓고 소득자들한테는 세금으로 다시 거둬가면 된다"고 주장했다.

장 교수는 "선별한다고 서류 제출해라, 뭐 해라 그런 시간이 없다"며 "지금은 일단 다 주고 나중에 70%선이 됐든 80%선이 됐든 나중에 세금으로 거둬가면 된다"고 재차 상황이 급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는 OECD에서 멕시코 다음으로 작은 복지국가다"며 "이번 기회를 통해 우리나라 복지제도를 재정비를 해야 된다"고 주문했다.

장 교수는 "우리나라 연금이 너무 형편 없어 노인 자살율도 엄청 높다"며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단발성 재난소득 이런 것보다는 장기적인 복지국가 확대 기회를 삼았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장 교수는 코로나19 이후 '뉴 노멀'을 대비해야한다고도 말했다.

그는 "이번 계기로 사람들이 얼마나 서로 얽혀있는지를 깨달은 것 같다"며 "이를 정치 지도자들이 잘 유도하면 연대가 강화되는 쪽으로 사회가 재구성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 사회와 경제 재구조화를 시작해야 하지만, 단순히 경제가 어려우니 돈을 풀자는 차원이 아니라 과연 인간 삶에서 중요한 게 뭔가"라고 반문하면서 "어떤 식으로 사회를 조직해야 다같이 안전하고 건강하고 다같이 잘살 수 있는가를 생각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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