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로퀸‧칼레트라 이어 가장 유력한 후보까지 '실험 실패'

 

2020 년 4 월 8 일 독일 북부 함부르크 소재 에펜도르프 대학(UKE) 병원에서 렘데시비르의 코로나19 치료 효과에 관한 연구가 시작된 가운데, 기자회견장에 렘데시비르 약물 한 병이 비치되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2020 년 4 월 8 일 독일 북부 함부르크 소재 에펜도르프 대학(UKE) 병원에서 렘데시비르의 코로나19 치료 효과에 관한 연구가 시작된 가운데, 기자회견장에 렘데시비르 약물 한 병이 비치되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선태 기자】 전 세계가 갈망하는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이 원점에서 재검토되어야 할 처지에 놓였다.

비록 실수라고는 하지만 세계보건기구(WHO)가 렘데시비르에 대한 코로나19 임상시험 '실패 가능성' 보고서 초안을 게재했기 때문.

◇ "부적절한 보고서 임의 게재"…길리어드 강력 반발

22일(현지시간)자 파이낸셜타임스는 중국에서 실시한 임상실험에서 렘데시비르는 환자의 상태 개선이나 혈류 내 병원체 감소에 별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이와 동시에 진행된 비교실험에서 렘데시비르를 투약한 환자 중 13.9%가 사망했고, 더욱이 이 수치는 투약 받지 않은 환자의 사망률 12.8%와도 비슷한 수준이었다는 것이다.

일주일 전만 해도 렘데시비르가 미 시카고 의과대학 임상실험에서 상당한 효능을 입증한 것으로 알려지며 가장 유력한 치료제 후보로 올라선 터라 이런 결과로 인한 충격이 쉬 가시지 않는 분위기다.

당장 개발사인 길리어스가 주가 폭락 상황을 맞고 있다.

더욱이 지난 2월 25일 세계적인 명성을 지닌 WHO 코로나19 조사단의 브루스 아일워드 박사가 “현재로서 효능을 보이는 유일한 약물이 렘데시비르”라 밝히기까지 했다.

이에 대해 렘데시비르 개발사인 길리어드 측은 성명을 내고 "이 실험이 환자 수 부족으로 조기 종료된 것이며 따라서 연구 결과가 유의미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결정적으로 WHO가 임상 참여기관들의 동의를 받지 않고 해당 보고서 초안을 올렸다 삭제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불가피하게 됐다. WHO 대변인 타릭 자사레비치(Tarik Jasarevic)가 '실수로 인한 게재'임을 공식 발표했다.

그럼에도 렘데시비르의 효능을 입증할 결정적인 실험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서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드리워진 암운을 당분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렘데시비르의 다른 유력 경쟁자들도 대체로 임상 실험 결과가 실망스럽기는 마찬가지다.

미국에서 주로 사용되어 온 클로로퀸과 유사물인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게임 체인저” “신의 선물”이라며 적극 권장해 주목받은 말라리아 치료제다.

하지만 21일(현지시간) CNN은 최근 미국 재향군인 메디컬센터가 수백 명의 환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연구에 근거,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이 코로나19 치료에 별다른 효과가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사망률을 높일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 연구는 재향 군인들의 의료 차트를 토대로 한 것으로 의학논문 사전 출판 사이트인 ‘메드아카이브(medrxiv.org)’에 공개됐다.

그에 따르면 총 368명의 환자들 가운데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복용한 97명의 환자들의 사망률은 27.8%인 반면, 약을 복용하지 않은 환자 158명의 사망률은 11.4%로 더 낮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마이클 라이언 WHO 긴급준비대응 사무차장은 클로로퀸 투약 효과에 대해 “아직 실증적인 증거가 없다”며 사용 자제를 당부했다.

◇ 클로로퀸‧칼레트라 효과 입증 실패...부작용 우려도

한때 렘데시비르의 강력한 경쟁 후보로 부상했던 에이즈 치료제 칼레트라도 임상시험에서 실망스런 결과를 낳기는 마찬가지다.

4월 20일 중국 광저우 인민병원에서 리링화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이 칼레트라의 효과에 대한 임상시험을 진행한 뒤 셀(CELL)지에 게재한 보고서가 이를 뒷받침한다.

리 교수는 앞서 199명을 대상으로 첫 번째 실험을 진행한 데 이어 다음으로 86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두 번째 실험을 진행했다.

칼레트라를 처방한 그룹과 그렇지 않은 그룹 사이에서 유의미한 차이를 발견할 목적으로 실시된 시험은 그러나 둘 다 무위로 돌아갔다.

약물을 처방한 쪽이나 처방하지 않는 쪽이나 증상에 아무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게다가 두 번째 실험에서는 칼레트라를 처방받은 환자들에게서 설사와 구역, 식욕 상실과 같은 부작용까지 나타났다.

이런 결과는 지난 3월 18일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슨(NEJM)에 게재된 연구에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어 결과적으로 칼레트라는 아직까지 “효과 없는 약”으로 남고 있다.

그간 렘데시비르에 거는 세계 의학계의 기대는 상상 이상이었다.

미 길리어드 사이언스 사가 에볼라 항체로 개발하다 효과를 얻지 못해 폐기될 처지에 놓였던 이 약물은 미국의 1번 코로나19 바이러스 환자에게 처방되면서 빛을 보게 되었다.

온갖 항바이러스제와 항생제에도 악화일로의 증상을 겪던 환자가 렘데시비르를 투여 받은 뒤 빠르게 호전되었고 한 달 뒤 완치 판정을 받고 퇴원한 것이다.

그 직후 2월 12일 미 국립보건원 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는 렘데시비르에 대한 임상시험에 들어갔고 우리 식품의약품안전처도 렘데시비르의 임상 3상 시험을 허가한 바 있다.

한편, 길리어드사는 현재 다수 국가에서 코드명 SIMPLE로 명명된 렘데비시르 임상시험 2건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 결과가 이달 말 경 나올 것으로 보이며, 5월에는 중증 환자들에 대한 임상시험 결과도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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