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성추행 사실을 인정하는 사퇴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23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성추행 사실을 인정하는 사퇴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박민수 기자】 부산시장 오거돈.

그가 성추행 책임을 지고 23일 시장 직에서 물러났다.

부산은 대한민국에서 서울 다음으로 두 번째 큰 도시다.

부산 시정 최고 책임자인 오 전 시장은 1948년생, 우리 나이로 74세다.

슬하에 1남 2녀를 둔 가장으로 결코 적지 않은 나이다.

고희를 넘긴 그가 전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울먹이며 자신의 성추행 사실을 자아비판하고사죄했다.

오 전 시장은 행시 출신으로 1974년 부산에서 사무관으로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대부분 부산에서 근무했으며 노무현 정부 때는 해수부 장관도 역임한 전형적인 행정관료다.

그 동안 양지에서만 살아온 칠순의 이 공직자는 말년에 망신살이 뻗쳤다.

아니 단순 망신살이 아니라 법적 책임을 지고 감옥에 갈 처지다.

그의 화려했던 삶은 한 순간의 실수(어쩌면 이번 한번이 아닐 수도 있다는 합리적 의심이 들기도 한다)로 결코 돌아오지 못할 나락으로 추락했다

사필귀정이다.

그런데 오 전 시장의 성추행 사건을 지켜보면서 드는 의문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피해 여성을 대리한 부산성폭력상담소의 발표에 따르면 피해여성은 "4월 초 오 시장 수행비서의 호출을 받았고 처음 있는 일이었다"고 한다.

피해 여성은 "업무 시간이었고 업무상 호출이라는 말에 서둘러 집무실로 갔고 그곳에서 성추행을 당했다"고 이야기했다. 

의문 하나.

오 전 시장의 성추행 시점이 업무시간 중인데다 장소가 그의 집무실이었다는 점이다.

대개 위력에 의한 성추행은 업무 시간 이외의 시간에 은밀한 공간에서 이뤄지는 게 대다수였다. 물론 성추행이 낮 밤을 가리면서 벌어지는 범죄는 아니다.

그러나 그는 대명천지 벌건 대낮에 그것도 부하 공무원들은 열심히 근무하는 시간에 자신의 집무실에서 성추행을 저질렀다.

미치지 않고서 제 정신으로서야 그럴 수는 없는 일이다.

그의 정신 상태를 의심케 한다.

행여 나중에라도 약이나 술에 취해 심신미약 상태에서 저지른 범행이었다고 핑계 대지 않기 바란다.

의문 둘.

그의 성추행은 결코 우발적 범행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의 사퇴회견 전문 어디에도 '실수'라던가 '우발적'이라는 표현은 없다.

따라서 그의 성추행은 미리 계획된 범죄로 보인다.

부산시 홈페이지에 따르면 지난 1월 29일 현재 부산시 공무원은 총 1만9000여명이다.

이 가운데 본청 직원 수는 2697명에 이른다. 적지 않은 수다.

당연히 시장이 이들의 면면을 다 알기는 불가능하다.

2차 피해를 막아야 한다는 당위성에 동의 하기에 피해 여성의 나이나 직급 등 정확한 정보는 굳이 알려고 하지 않겠다. 

그러나 오 전 시장은 비서를 시켜 업무를 이유로 피해 여직원을 콕 찍어서 사무실로 불렀다는 점은 참 이상하다.

면담 중에 얼떨결에 실수로 벌인 성추행이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오 전 시장은 평소 그 여직원에 대해 다른 생각을 품고 있었다는 말이 된다.

게다가 오 전 시장의 이같은 행각이 이번 한번 뿐이었을까? 

의문 셋.

그의 사퇴 회견문에서도 석연치 않은 부분이 보인다.

"저는 한 사람에게 5분 정도의 짧은 면담과정에서 불필요한 신체접촉을 했습니다. 이것이 해서는 안 될 강제추행으로 인지될 수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경중의 관계없이 어떤 말로도 어떤 행동으로도 용서받을 수 없습니다."

5분이 아니라 단 1초라도 헛짓거리를 했다면 성추행이다.

5분 정도로 짧게 불필요한 신체접촉을 했다고 해서 용서받을 수는 없다.

게다가 '해서는 안 될 강제추행으로 인지될 수 있음을 깨달았다'니 궤변도 이런 궤변이 없다.

또 그가 말하는 경중은 무엇을 의미한 건지도 애매모호하다.

여기서 말하는 경중은 성추행 정도를 의미하는 것으로 이해되는데 오 전 시장이 단순히 손을 잡거나 하는 등의 가벼운 터치를 말하는 건지 아니면 더 한 행동을 의미하는건지 모호하다.

의문 넷.

가해자와 피해자가 시장직 사퇴를 위한 합의서를 작성하고 공증을 받았다고 한다.

대개 이런 유형의 성추행범들 특히 권력을 등에 업은 성폭력 범죄자들은 피해자의 폭로에도 불구하고 대개 '절대 그런 일이 없다'며 오리발을 내민다.

아니면 더 나아가 상대방의 '정치적 음모'이며 '덫에 빠졌다'는 식으로 뻔뻔스럽게 나가는 게 정석이다.

실제 오 전 시장은 지난 해 다른 여성 공무원을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졌을 때 "소가 웃을 일"이라며 "형사 고발하겠다"고 엄포를 놓고 딱 잡아뗐다.

박민수 편집국장.
박민수 편집국장.

그런데 오 전 시장은 부산성폭력상담소에서 피해 사실 확인 작업에 나서자 이번에는 성추행 사실을 순순히 인정했다고 한다. 

도대체 어떤 결정적 증거를 가지고 있었기에 오 전 시장은 순순히 성추행 사실을 시인했을까. 

이 모든 의문점들은 결국은 수사를 통해 명명백백히 밝혀져야 한다. 

진상 규명은 필수적이다.

그래야 현 진보 정권 인사들의 성 인지 감수성이 수준 이하라는 일반의 오해와 비난을 해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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