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수은, 대한항공·아시아나에 총 2.9조원 지원하며 지분률 크게 올라

【뉴스퀘스트=최석영 기자】 국책은행인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국내 종합항공사(FSC) 2곳의 지분을 10% 이상씩 보유한 2대 주주에 오르면서 '항공산업 국유화' 설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일단 선을 긋고 있는 입장이지만 기업에 유동성을 공급하면서 어느 정도 경영간섭이 불가피해 이런 논란이 계속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양대 항공사의 부채비율이 높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장기화 되면서 유동성 위기가 계속될 것으로 보여 굳이 국유화를 추진하지 않더라도 자연스레 정부의 손에 의해 운영되는 처지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시나리오도 나온다.

한국의 양대항공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항공의 항공기가 인천국제공항에 서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의 양대항공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항공의 항공기가 인천국제공항에 서 있다. [사진=연합뉴스]

◇ 산은·수은, 양대항공사 2대주주 올라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은과 수은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에 각각 1조2000억원과 1조7000억원을 지원하면서 일부를 영구채로 매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매입한 영구채는 추후 보통주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이렇게 되면 산은과 수은의 양대 항공사 지분률은 10% 이상씩으로 높아진다.

정부가 항공업을 지원하면서 영구채 방식을 활용하는 건 이들의 부채비율이 높기 때문이다.

연결기준 지난해 말 대한항공의 부채비율은 871.5%, 아시아나는 1386.7%다.

부채비율이 더 높아지면 회사채와 ABS(유동화증권)을 조기에 지급해야 하기 때문에 자금난이 더 심각해 질 수 있으므로 부채비율을 낮추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영구채는 회계상 자본으로 잡기 때문이다.

두 은행은 지난해에 아시아나에 1조6000억원을 지원하면서 같은 방법을 썼다. 당시 영구채를 5000억원 샀고 나머지는 신용한도(크레디트 라인) 8000억원, 스탠바이LC(보증신용장) 3000억원 등으로 지원했다.

이후 두차례에 걸쳐 아시아나 CB(전환사채) 5000억원을 사들였다. 주식으로 바꿀 경우 지분율은 23%에 이른다. 아시아나가 매각 우선협상대상자인 HDC현대산업개발과 미래에셋대우에 대한 유상증자를 마무리되면 지분율은 약 15%가 된다.

하지만 산은과 수은이 영구채를 추가로 사 들이면 지분율은 다시 높아진다. 규모와 시행 시점에 따라 달라지나 영구채 규모가 3000억원이라면 산은과 수은의 지분율은 25% 안팎에 달하게 된다.

두 은행은 최근 대한항공에도 1조200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는데 이 가운데 영구채 3000억원을 매입하기로 했다.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하면 지분율은 약 10.8%에 달한다.

◇ 대한항공·아시아나 경영권 향방은

현재 대한항공의 최대주주는 한진칼이고, 아시아나 최대주주는 인수가 마무리되면 HDC현대산업개발이다.

그러나 이들 두 기업은 모두 경영권이 안정되어 있지 않다는 치명적인 약점을 가지고 있다.

대한항공의 최대주주인 한진칼은 지난해부터 지난달 말 주주총회에 이르기까지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누나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KGCI, 반도건설의 '3자연합' 측과 치열한 경영권 분쟁을 치렀다.

이에 대한항공이 경우 제1 국적항공사라는 특수성이 있는 데다 정부 기관이 적잖은 지분을 확보하게 돼 과거보다는 훨씬 공기업적 성향을 갖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대한항공 지분 11.5%를 보유하고 있었으나 최근 일부 매도해 946만8929주(9.98%)를 보유 중이다. 이번에 산은과 국민연금이 연합하면 지분율이 20%를 넘는 셈이기 때문이다.

아시아나의 상황도 녹록치 않다.

최악의 경우 HDC현산이 2500억원의 계약금을 날리더라도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포기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과 항공업계는 앞으로 HDC현산측과 채권단의 아시아나항공 지원 협의 결과가 아시아나항공 매각 성공 여부를 좌우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항공산업이 위기를 맞은 상황에서 HDC현산측과 채권단이 인수조건을 어떻게 변경할지가 관건"이라며 "양측의 협상 결과에 따라 아시아나항공 매각 성공 여부가 가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지난 22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제5차 비상경제회의를 마치고 결과 합동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은성수(맨 오른쪽) 금융위원장이 지난 22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제5차 비상경제회의를 마치고 결과 합동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정부 경영자율권 보장 선언했지만 '간섭' 불가피

이에 금융당국은 주식을 갖더라도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나섰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주 기간산업 지원 방안을 발표한 뒤 국유화 논란이 일자 각계 전문가에게 서한문을 보내 "기업경영의 자율성을 보장한다는 게 정부의 확고한 원칙이다"라며 "기업의 보통주를 일부 취득하더라도 의결권은 행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의 이같은 공언은 지켜지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유동성을 공급하면서 고용유지를 조건으로 내걸고 고액연봉과 배당과 자사주취득을 제한하려면 경영에 관여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금도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강화하면서 일부기업이 대응하는데 어려움을 호소하는 상황인데 정부가 기금을 통해 항공사를 비롯해 기간산업 지분을 직접 갖게 되면 기업이 느끼는 부담은 더욱 커지는 게 불가피하다.

특히 기간산업안정기금을 운영하기 위한 기금운용심의회에 노사정이 모두 참여하게 되면 상황은 더 복잡해 진다. 경영간섭은 더욱 심해질 수 있다는 우려다.

항공업계의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양대 항공사의 위기가 극에 달하는 상황에서 국유화 등의 이야기나 나오는 것은 바람직 하지 않다"며 "지금은 정부와 업계가 모두 힘을 모아 위기를 극복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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