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산연, 주택시장 U자형 침체 우려

코로나19 여파 등으로 강남일대 아파트 시장에 호가를 낮춘 급매물이 증가한 가운데 서울 시내의 한 부동산에 급매 안내문이 붙어있다. [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 여파 등으로 강남일대 아파트 시장에 호가를 낮춘 급매물이 증가한 가운데 서울 시내의 한 부동산에 급매 안내문이 붙어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최인호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주택거래량이 지난 2008년 글로벌 수준(약 20%) 감소할 경우 민간소비 지출이 3조2000억원, 고용은 10만명 가량 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27일 '코로나19 사태의 부동산 경기 파급효과 및 대응방안'이라는 보고서를 내놨다. 

건산연의 허윤경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국내 주택거래량이 사스발생 당시(-3.0%) 또는 외환위기·글로벌 금융위기(-19.8%) 수준으로 줄어들 경우 민간 소비지출이 연간 0.23~1.50%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건산연은 거래량이 사스발생 때처럼 3.0% 감소하면 민간소비지출의 실질 감소액은 515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따라 부동산 산업은 생산유발효과 7400여억원, 부가가치 1조9000억원, 고용은 1만6000명이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 거래량이 글로벌 금융위기 때처럼 19.8% 감소한다면 연간 민간소비지출의 실질 금액이 3조2000억원 하락해 부동산 산업은 생산유발효과 4조6000억원, 부가가치 12조2000억원, 고용은 10만명이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다.

건산연는 특히 상가 등 비주거용 부동산시장이 코로나19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아 자영업자 등 임차인의 어려움이 커지고 거래 감소·자산가치 하락, 금융부실 확대, 경매 증가 형태로 리스크가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허 연구원은 “해외 사례를 종합할 때 국내 부동산 시장 침체는 시작 단계에 불과하다”며 “코로나19가 경제위기로 전이될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부동산 시장을 방어하기 위한 단계별 정책 수단 도입이 검토돼야 한다”고 말했다.

건산연은 이에 따라 단기적으로 사업자금이나 생활자금 대출 목적에 한해 한시적으로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확대하고, 채무의 단기적 유예나 조정 등으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사업자를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장기적으로는 3기 신도시 등 기존에 계획된 개발을 조기 추진하고, 정비사업과 분양사업에서 기존의 불합리한 규제를 개선해 향후 경기 회복기의 주택 부족 문제에 대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코로나19 여파로 국내 주택시장이 금융위기 이후 보였던 ‘U’자형 침체를 겪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됐다.

이 같은 전망은 주택산업연구원(주산연)이 최근 주택시장 전문가와 주택사업자 총 151명을 상대로 긴급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에 따른 것이다.

설문에 응한 주택사업자와 시장전문가 가운데 50.8%(77명)가 주택시장이 ‘앞으로 1∼2년간 하락 후 점진적인 회복세로 전환’하는 U자형 침체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말까지 하락 후 내년 상반기부터 회복세로 전환’하는 V자형 침체(30.6%), ‘올해 말까지 급락 후 3∼5년간 침체 지속’하는 L자형 침체(14.1%), ‘앞으로 2∼3년간 하락 후 인구요인에 의한 장기 침체기로 이행’하는 I자형 침체(4.7%)가 그 뒤를 이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아파트 매매 가격은 1년간 전국적으로 18% 급락했다가 이후 반등했으나 이전 수준까지 회복하는 데 3년이 걸려 V자형 침체에 가까웠다.

반면, 2008년 금융위기 이후에는 5년 동안 9%까지 점진적인 하락세를 유지하다가 이후 종전 수준으로 회복하는 데 3년이 소요돼 U자형 침체 유형을 보였다.

김덕례 주산연 주택정책연구실장은 “코로나19 위기가 실물시장에서부터 점진적으로 확산해 금융시장으로 전이되는 양상으로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며 “위기의 전개·확산 과정이 느리면서도 그 기간과 폭은 더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김 실장은 “코로나19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최소한 내년 말이나 내후년 상반기까지 지속할 수도 있을 것”이라면서 “과감한 선제 대응이 없으면 시장 상황은 최악으로 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조사에 참여한 시장 전문가와 주택 사업자들의 49.3%는 정부 주택시장 규제에 대해 ‘전반적으로 시장경제의 기본원리를 저해하는 과도한 상태’라고 응답했다.

규제 완화의 우선순위는 대출 규제 완화, 세제·거래규제 완화, 가격 규제 완화 순으로 나타났으며 주택사업자에 대한 금융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한편 주산연은 오는 29일 유튜브를 통해 ‘위기 극복을 위한 주택시장 규제 혁신방안’이라는 주제로 온라인 세미나를 개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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