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트럼프, 거짓말 세례로 자멸...이의 제기한 전문가는 제거"

【뉴스퀘스트=김선태 기자】 미국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망자 수가 베트남전쟁의 미군 희생자 수를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8일(현지시각) 미 존스홉킨스대학 통계에 따르면 미국내 코로나19 사망자는 5만8365명으로, 미 국립기록관리처에 기록된 1960년대 베트남전쟁 미국인 희생자 5만8220명을 추월한 것이다. 

현재 미국은 전 세계에서 코로나19 최다 확진자와 최다 사망자 수를 보유하고 있다. 어쩌다 이 지경이 됐을까. 

28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중소기업을 위한 경기부양책으로 약 3490억 달러 규모의 급여보호프로그램(Paycheck Protection Program, 이하 PPP)을 발표한 뒤 기자들의 질문을 피해 손사레를 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28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중소기업을 위한 경기부양책으로 약 3490억 달러 규모의 급여보호프로그램(Paycheck Protection Program, PPP)을 발표한 뒤 기자들의 질문을 피해 손사레를 치고 있다. [사진=EPA/연합뉴스]

◇ 美 코로나19 사망자, 베트남전 희생자수 넘어서

29일(현지시각)자 워싱턴포스트에서 칼럼니스트 데이나 밀뱅크(Dana Milbank)는 "트럼프는 지금 자신이 믿는 가장 유력한 코로나바이러스 해독제를 임상시험중"이라며 "거짓말"이 그것이라고 비꼬았다. 

마찬가지로 25일 뉴욕타임스 기고문에서 칼럼니스트 미셸 골드버그(Michelle Goldberg)는 미국이 코로나19 방역에 실패한 첫 번째 이유로 '트럼프 행정부의 거짓말 세례'를 들었다. 

골드버그는 "트럼프 정부가 그나마 부족한 전문가들을 썩어빠진 기구들로 대체해 나갔고, 다른 한편으로는 대통령의 변덕에 따라 공공정책이 우왕좌왕 했다"고 논평했다.

트럼프 정부에 의해 희생된 대표적인 전문가로 미 보건부 바이오의약품첨단연구개발국(BARDA) 릭 브라이트 국장을 들 수 있다.

그는 지난 21일(현지시각) 보건부 부차관보 직에서 해임돼 국립보건연구원(NIH) 한직에 발령난 것으로 알려졌다. 

결정적인 해임 사유는 트럼프 대통령이 "신의 선물"이라고 부른 하이드록시 클로로퀸 처방을 반대해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린데 있다.

하지만 브라이트 박사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인정하는 이 분야 최고 전문가 중 한 사람이다.

인플루엔자 백신 전문가로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서 일했으며 2010년부터 생물의약품첨단연구개발국(BARDA)의 인플루엔자 및 신생 전염병 책임자로 있다가 2016년 국장직에 올랐다. 

칼럼에 따르면 브라이트 박사는 "정치적 연줄이 있는 사람들이 홍보에 가담한 잠재적으로 위험한 약물에 돈을 대는 데 반대했으며 그 결과 자신이 제거되었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하이드록시 클로로퀸을 처방한 환자들에게서 심각한 심장 이상 문제가 발생한 사실을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 통신의 토야 조던 기자 또한 "릭 브라이트 박사가 정치적 커넥션을 가진 이들이 위험한 약물을 지원하려는 노력에 저항했기 때문에 해고된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와 더불어 25일자 월스트리트 저널은 "호흡기 질환 전문가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전문가 낸시 메소니어(Nancy Messonnier) 박사가 코로나 바이러스의 지역 사회 확산이 우려된다고 경고하자 격노한 트럼프가 그녀를 해고하려 했다"고 폭로했다.

28일 현재 미국은 세계 인구의 4%를 차지하면서 전 세계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의 32%를 차지하고 있다.

칼럼은 "그럼에도 미 연방정부는 여전히 바이러스 대량 테스트와 추적 체계를 수립하기 위한 식별 가능한 계획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며 "미국 병원들은 긴요한 장비 대신 일련의 중개업자들이 공급하는 '망토와 단검'으로 무장한 꼴"이라고 비꼬았다.

AP통신은 한 매사추세츠 주 의사의 말을 빌려 "기병대는 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도 비꼬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왼쪽)과 스티븐 므누신 재무부 장관. [EPA=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왼쪽)과 스티븐 므누신 재무부 장관. [EPA=연합뉴스]

◇ WP "트럼프, '위대한 미국' 망상에 집착"

코로나19 팬데믹이 일어나기 전까지만 해도 미국은 전 세계가 부러워하는 의료기술 강대국이었다.

세계 최고의 과학자들이 너도나도 이 나라에서 일하려고 몰려들었다.

그랬던 미국이 지금 "의사들이 대통령의 생각에 반하지 않으면서, 소독제를 주사하는 것이 안전하지 않다는 사실을 대중에게 호소하는 신세"로 전락했다.

2006년부터 2011년까지 주미 독일대사를 지낸 클라우스 샤리오트(Klaus Scharioth)는 "내 생애에 이런 일을 보게 될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며 탄식했다.

지난 17일 워싱턴포스트는 대놓고 '미 정부, 코로나19 대응 실패' 제하에 장문의 분석 기사를 실었다.

기사는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으로부터 코로나19 발생을 통보받은 이래 70일에 걸친 대응 과정을 정리하면서 "미국 정부는 일련의 정치적 및 제도적 실패를 거듭한 이래 코로나19의 자국 내 대유행을 막을 절호의 기회를 놓쳤다"고 지적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지난 4일 기사에서 "미국 내 코로나19 사망자 수는 베트남전쟁의 총사망자수보다 높을지 모른다. 이 지경에 이를 필요가 없었다"고 보도했다.

그런데 거짓말처럼 그 추측이 현실이 된 것이다.

워싱턴포스터에 따르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세상에 등장한 이래 미 정보기관이 대통령의 일일 정보보고(President's Daily Briefing)에서 이 문제를 언급했다.

이후에도 미 정보기관은 틈날 때마다 이 문제를 언급했지만 백악관은 그때마다 귀를 닫거나 "코로나19는 기적처럼 사라질 것"이라는 말을 되풀이했다는 것이다.

당연히 이는 일선 보건 전문가들의 입장과 상충되었고 따라서 미 방역 당국은 혼란 속에 제대로 된 대응 시기를 놓치고 말았다. 

이 문제는 트럼프 정부 상층부로 이어졌다.

가령 미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유럽연합으로 여행하지 말 것을 제안했지만 스티븐 므누신 재무부 장관은 이를 반대했다.

모두가 아는 바처럼 한 달 뒤 트럼프 대통령이 유럽 여행 금지령을 발표했을 때는 이미 수만 명의 유럽인들이 미국에 들어온 뒤였다.

또 미 보건부가 지난 1월 말부터 방역자금의 추가 지출을 요청했지만 백악관은 이를 무시했고, 마침내 승인이 난 때는 이미 코로나19가 미국 내에 창궐한 3월 초였다.

그로 인해 미국은 호흡기와 마스크 등 적절한 방역 장비를 갖출 시기를 놓치고 말았다.

오늘과 같은 대규모 발병이 야기된 실질적 이유로 미 정부가 사전에 충분한 진단 키트를 생산하지 못한 점을 들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워싱턴포스트는 "미 정부와 질병통제예방센터는 잠재적 위기 앞에서 '미국은 늘 위대하다'는 망상에 사로잡힌 나머지, 진단 키트 개발을 위해 자신들 뿐만 아니라 글로벌 보건기구가 시급히 참여해야 한다는 사실을 미처 깨닫지 못했다"고 해석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 점이야말로 미국 정부가 코로나바이러스 방역과 관련하여 저지른 가장 큰 실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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