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 지성호 어쩌나 ... '과시성 가짜뉴스'로 혼란 부추겨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노동절(5·1절)이었던 지난 1일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에 참석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김 위원장이 빨간 리본을 가위로 자르고, 좌우에 박봉주 국무위원회 부위원장과 김재룡 내각 총리가 리본을 잡고 있다. 김 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 당 제1부부장이 뒤에 받침대를 들고 서 있다. [사진 = 연합뉴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노동절(5·1절)이었던 지난 1일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에 참석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김 위원장이 빨간 리본을 가위로 자르고, 좌우에 박봉주 국무위원회 부위원장과 김재룡 내각 총리가 리본을 잡고 있다. 김 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 당 제1부부장이 뒤에 받침대를 들고 서 있다. [사진 = 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선태 기자】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사망설과 코마설, 중병설 등 그 동안의 온갖 억측을 잠재우며 보란 듯이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달 11일 평양의 노동당 중앙위 본부청사에서 당 정치국 회의를 주재한 뒤 20일만이다.

김정은 위원장이 5월 1일, 북한 국가기념일인 노동절에 맞춰 평안남도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에 참석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일 보도했다.

순천인비료공장은 김 위원장이 지난 1월 7일(보도일 기준) 올해 첫 현지지도 장소로 찾은 곳이다.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위원장이 그간의 건강이상설을 일거에 불식시키려는 듯 환한 미소를 띤 채 단상에 앉아 있고, 그 곁에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함께 한 사진을 공개하는 등 이날 일정을 비교적 상세히 보도했다.

외신들도 김정은 위원장의 출현 소식을 긴급 속보로 알렸다.

김정은 신변이상설을 처음 제기한 CNN은 2일 오전 톱뉴스로 “북한 매체, 김정은 공개 행보 보도” 제하의 기사를 내보냈다. CNN은 “3주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그의 건강 이상 여부에 세계적인 이목을 집중시켰던 김정은 위원장이 공개 행사에 참석했다”며 만면에 웃음을 띤 김정은 위원장이 개막식 테이프를 자르는 모습을 이날 오전 방영하기도 했다.

로이터 통신은 2일 오전 6시경 “조선중앙통신, 김정은 위원장 공개 활동 보도” 한 줄 속보를 내보낸 데 이어, “북한 지도자 김정은, 비료공장 준공식 참석” 등의 추가 속보를 내보냈다.

◇ 김, 북한 실세들과 함께 환한 미소로 발언 이어가

북한 지도자가 20일 정도 언론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일은 그다지 주목거리가 되지 못한다.

그런데 지난 4월 북한이 중시하는 김일성 주석 생일에 금수산태양궁전을 김정은 위원장이 참배하지 않으면서 국내외에서 숱한 의혹이 쏟아졌다.

조선중앙방송은 “주체비료생산기지로 훌륭히 일떠선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이 전 세계 근로자들의 국제적 명절인 5월 1일에 성대히 진행됐다”며 이 자리에 “우리 당과 국가 무력의 최고 영도자 김정은 동지께서 준공식에 참석하시었다”고 전했다.

방송은 특히 들뜬 준공식장 분위기와 함께 “환영곡이 울리는 가운데 경애하는 최고 영도자 김정은 동지께서 준공식장에 나오셨고, 몸소 준공테이프를 끊으셨다”면서 김 위원장의 공장 시찰 과정을 설명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조선중앙방송은 이날 김정은 위원장이 “인민들의 식량문제, 먹는 문제를 해결하시기 위해 크나큰 노고를 바쳐오신 위대한 수령님과 위대한 장군님께서 현대적인 인비료공장이 일떠섰다는 보고를 받으시면 얼마나 기뻐하시겠는가”라며 준공식 관계자를 치하했다고 전했다.

또한 “이제는 우리 농업 근로자들이 마음 놓고 당이 제시한 알곡 고지를 점령하는 데 전심할 수 있게 되었다”며 “순천인비료공장은 당 정책 절대 신봉자들이 군민일치의 단결된 힘으로 창조한 자랑스러운 결실”이라고 공사 참여자들을 치하했다고 전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순천인비료공장 완공이 ”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5차 전원회의 이후 이룩한 첫 성과이며 우리나라 화학공업을 한 계단 도약시키는데서 중요한 계기”라고 추켜세웠다.

특히 김책공업종합대학 교원과 연구사들이 연관단위들과 협동하여 순천인비료공장 종합생산체계를 훌륭히 구축한 사실을 상기한 뒤 “인재는 나라의 큰 자원이고 발전의 동력"이며 "인재육성은 우리 당이 가장 중시하는 정책적 문제”라고 강조했다.

조선중앙방송은 “전체 참가자들은 탁월한 영도로 주체적인 비료공업 발전에서 새로운 전변을 안아오시고 자립경제 강화를 위한 혁명적 대진군을 승리에로 이끌어주시는 최고 영도자 김정은 동지께 최대의 영광을 드리며 폭풍 같은 만세의 환호를 터쳐 올렸다”며 한껏 고조된 현장 분위기를 소개했다.

여기에 덧붙여 방송은 김 위원장이 “열광의 환호를 울리는 건설자들과 군중에게 따뜻이 손 저어 답례를 보내셨다”고 전했다.

그간 국내 보수 논객들은 김정은 위원장 유고를 기정사실화하면서 김여정의 후계자 내정 여부를 두고 나름 치열한 논쟁을 전개해 온 바 있다. 

이날 행사에는 김정은 위원장, 김여정 당 제1부부장 외에도 김재룡 내각 총리, 박봉주·김덕훈·박태성 당 부위원장, 조용원 당 제1부부장 등 노동당 경제 부문 핵심 간부들이 대거 참석했다.

다만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겸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은 이날 행사에 참석하지 않았는데, 그는 연초 김정은 위원장이 다녀간 뒤로 정부 핵심 인사들과 함께 이 공장을 방문해 사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노동절(5·1절)이었던 지난 1일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에 참석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마스크를 쓴 참석자들이 김 위원장 쪽으로 박수를 보내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노동절(5·1절)이었던 지난 1일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에 참석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마스크를 쓴 참석자들이 김 위원장 쪽으로 박수를 보내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 탈북자 출신 야당 당선자들 가짜뉴스 진원지 부각

김정은 위원장의 건재한 모습이 영상으로 확인되면서 그간 그를 둘러싸고 무수히 난무했던 ‘이상설’이 한꺼번에 불식될 전망이다.

국내에서는 특히 탈북자 출신 야당 의원 당선자들의 과시성 억측들이 새삼 화제가 되면서 향후 그들이 북한 관련 가짜뉴스의 숙주가 될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김정은 위원장이 평안남도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에 모습을 드러낸 당일인 1일, 이 사실을 모른 채 탈북자 출신인 미래한국당 지성호 당선인이 모 지상파 방송에 출연해 “김정은 위원장의 사망을 99% 확신한다”고 주장한 것이 대표적인 억측이다.

지 당선인은 정보 출처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말할 수 없다고만 답변했다.

그럼에도 그는 김정은 위원장이 “심혈관 쪽에 수술을 받고 지난 주말 쯤 사망한 것”이라는 그럴 듯한 가짜 뉴스를 갖다 붙이는가 하면, “사망 일주일쯤 뒤에 북한이 김 위원장의 사망을 공식 발표할 것”이라는 등 그간의 북한 관행에 기댄 예단을 내놓기도 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김정은 위원장의 동정에 관해 “특이 동향이 식별되지 않았다”며 한 마디로 부인했다.

그런가 하면 태영호 당선인은 그간 김정은 신변이상설의 중심에 서 왔다.

총선 직후 김정은 위원장의 행적 문제가 제기되면서, 한동안 미래통합당은 태 당선인의 말에 거의 놀아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당선자 신분이 된 뒤부터 김 위원장 와병설을 꾸준히 제기해온 태영호 씨는 최근까지 "김 위원장이 최소 일어서지 못하는 상태"라거나 “김 위원장의 신변에 이상이 생긴 것은 확실하다”고 주장해 왔다.

그는 그 근거로 “15일 태양절 참배에는 무조건 나와야 하는데, 사진 한 장 찍는 것도 못 했다는 것은 일어설 수 없는 상태에 놓여 있다는 뜻”이라며 김 위원장 와병설을 기정사실화했다.

심지어 그는 김여정 아닌 다른 핏줄이 후계자가 될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포스트-김정은 체제에 관해 자신의 '대체불가능한 정보력'을 한껏 부각시키는 등 사태를 즐겨 왔다.

이에 미래통합당과 보수 언론 및 보수 유튜버들은 태 당선자의 말에 살을 덧붙여 퍼나르기 바빴다.

지성호와 태영호 두 야당 당선인은 북한 탈북자 출신으로 그간 기회 있을 때마다 '북한 내부자 제보'라며 이른바 극비 정보를 방출해 언론의 주목을 받아 왔다.

이전 같으면 무시되기 안성맞춤인 그들의 발언이 최근 연일 회자된 이유는 그들이 이제는 탈북자가 아닌 국회의원 당선인 신분이기 때문이다.

북한 문제가 생길 때마다 이들 탈북자 출신 의원들이 그럴 듯한 가짜뉴스로 여론의 혼란을 부추길 가능성이 커 우려를 낳게 한다.

청와대가 "태 당선인과 지 당선인 등의 언급은 무책임한 발언"이라 논평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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