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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 2020-05-29 18:00 (금)
[이철형의 와인인문학⑦] 와인의 흑사병 필록세라 이야기(3)
[이철형의 와인인문학⑦] 와인의 흑사병 필록세라 이야기(3)
  • 이철형 와인 칼럼리스트
  • 승인 2020.05.07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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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퍼블릭도메인픽쳐(www.publicdomainpictures.net/)]
[사진 출처=퍼블릭도메인픽쳐(www.publicdomainpictures.net/)]

【뉴스퀘스트=이철형 와인 칼럼리스트】코로나 19가 완전히 해결되지 않고 가을부터 새로운 팬데믹이 올 수도 있다는 어두운 전망들이 나오면서 우리를 여전히 불안하게 하고 있다.

와인의 흑사병이라는 필록세라는 어떨까?

필록세라 문제가 20세기 이후 지금까지 과연 완전히 해결되었을까?

이 역시 앞으로 다시 기승을 부려 인류 주류사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와인을 사라지게 하거나 와인의 가격을 폭등시킬 우려는 없는 것일까?

그 가능성을 점치기 위해 필록세라의 전파기와 극복기에 이어 마지막으로 이의 현재 진행형과 박멸 가능성을 알아보자.

19세기 중후반과 같이 거의 전지역이 초토화되다시피하는 일은 없지만 여전히 필록세라와의 눈에 보이지 않는 전쟁은 국지전 형태로 세계 곳곳의 와이너리들에서 계속되고 있다.

완전히 사라지지도 않았지만 메르스, 사스, 코로나 19처럼 필록세라도 변종까지 생겨났다.

그것도 필록세라에 잘 견디는 포도 품종의 원산지라는 미국에서.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근 100년만인 1983년에 바이오타입 B(biotype B)라는 변종이 생겨나서 그동안 필록세라에 잘 견디는 것으로 인기를 끌어 대목으로 사용하던 포도나무(AXr1)를 공격하고 그동안 필록세라의 안전지대이자 청정지역이라고 생각했던 오레곤, 워싱톤주를 덮친 것이다.

그래서 이 지역에서는 십수년 동안 가꾸어왔던 포도원을 갈아엎고 새로이 심어야 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미국 나파밸리의 경우에는 1990년대에 이로 인해 전체의 2/3에 가까운 포도원들이 새로이 포도나무를 심어야 했고 미국 와인의 대부라 불리우는 로버트 몬다비는 이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자신의 와이너리의 가족 경영을 포기하고 회사를 주식시장에 상장시켰다는 설이 나돌 정도다.

그런데 그 원인은 변종도 변종이지만 안타깝게도 필록세라에 강한 것으로 인기를 누렸던, 이 교배를 통해 개량된 대목용 포도나무의 부모 나무 중의 한쪽이 필록세라에 약한 유럽종인 비티스 비니페라가 섞였을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사람이 하는 일인지라 실수가 있을 수는 있다고 인정하더라도 그 작은 실수가 한 지역 혹은 한 산업 전체의 존망을 결정할 수도 있다는 데까지 생각이 미치면 섬뜩해지기까지 한다.

특히나 바이오 산업같이 생명을 다루는 분야에서의 실수나 데이터 조작같은 도덕성의 결핍은 그 대가가 너무 클 것 같다.

그럼 20세기의 눈부신 과학기술을 가지고도 도대체 왜 근절시키지 못하는 것일까?

변종이 생긴 것도 문제지만 여기에는 원초적인 필록세라의 생물학적 요인이 존재한다.

이 필록세라가 바퀴벌레처럼 박멸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통상 곤충의 경우 변태 단계의 어느 한단계를 차단하면 그 이후의 단계로 변화하지 못해서 번식자체가 차단되어 멸종하게 되는데 필록세라는 다르다는 것이다.

필록세라의 무서움은 각 변태 단계별로 독립적으로 생존 및 번식이 가능해서 어느 한 단계를 차단한다고 해도 각기 다른 단계에서의 독립적인 생존과 번식을 통해 다시 전체 변태과정을 지속해간다는 데에 있다.

크게 보면 이들은 포도나무 잎의 유충, 줄기의 유충, 뿌리의 유충, 날개 유충의 4단계 변태과정이 존재하는데 이들 각각의 단계에서 자체 번식이 가능하다고 한다.

통상은 성체만이 번식을 할 수 있는데 4단계 각 단계별로 성체가 되는 셈이다.

잎의 유충. [사진=위키디피아]
잎의 유충. [사진=위키디피아]

포도 나무 잎에 사는 유충은 암컷과 수컷의 알로 나뉘는데 이것이 부화하면 입이 없어 먹지를 못하고 곧 죽게 되는 대신 죽기 전에 서로 교접해서 겨울에 암컷이 나무 줄기 껍질에 알을 하나 낳고 죽는다.

그런데 이것이 봄이 되면 부화해서 잎으로 올라가서 다시 단성생식으로 대략 한 마리가 200개의 알을 낳는데 이 알이 부화하면 다른 잎으로 가거나 뿌리로 가게 되고 뿌리로 간 유충은 수액을 먹기 위해 나무 뿌리에 구멍을 낸다.

이때 통상은 나무 자체가 자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진액을 내서 그 상처를 막아 뿌리가 흡수한 양분이 줄기를 타고 잎으로 올라가는 방어 시스템을 작동시키는데 필록세라는 나무가 이 조치를 못하도록 독을 주입하여 계속 구멍이 나 있는 상태로 만들어 버려서 방어시스템을 무력화시킨다는 것이다.

[사진=플리커닷컴]
[사진=플리커닷컴]

그 결과 나무가 뿌리로 하여금 영양분을 줄기나 잎으로 공급하지 못하게 하여 포도나무가 점차 죽게 된다.

이 뿌리 유충은 또 매 여름마다 동일한 포도나무의 다른 뿌리나 다른 포도나무의 뿌리에 알을 낳으면서 7년 이상을 살아가는데 이 알들은 가을에 부화해서 동면한 후 봄에 수액이 오르기 시작할 때에 활동을 개시한다.

습기가 있는 지역에서는 이것이 날개가 있는 진딧물로 발전하기도 하는데 이것도 다시 포도나뭇잎 뒷면에 암컷과 수컷의 알을 낳는다.

생물학적으로는 참 신비스러운 생존 방식인데 포도나무나 이를 퇴치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겐 이건 대책이 없는 존재가 되는 것이다.

게다가 앞서 언급한 것처럼 사람들의 대응방식에 맞추어 이들도 진화하여 느리지만 변종까지 생겨났다.

그래서 20세기 초반에 필록세라가 극복이 되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전세계의 포도재배지역에서 발견되고 있는 것이다.

필록세라 자체의 독특한 생존 방식과 변종 형태 이외에도 이들이 여전히 박멸되지 않고 존재하는 또 다른 이유는 일부 포도원들이 ‘우리 와인은 순수 혈통’이라는 특화 전략을 꾀하여 필록세라에 강한 포도나무를 대목으로 사용하지 않는 접붙이기 방식 대신에 아예 비티스 비니페라 종 자체를 심고 있기에 여전히 그들의 생존 무대를 제공하는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지구 온난화도 한몫을 하는데 혹한을 잘 견디지 못한다는 필록세라에게 이것은 오히려 생존에 좋은 환경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이는 유난히 추운 혹한의 겨울을 지낼 때 동네 어르신들이 내년에는 대풍년이 들 것이라는 말을 새삼 상기시켜주는 대목이다. 병충해를 일으키는 세균이나 곤충들도 혹한은 견디기 힘들다는 것이니..

그런데 아무리 박멸이 어렵다고 해도 왜 필록세라의 피해가 커질 수밖에 없는 것일까?

앞에 언급한 것처럼 독특한 생물학적 생존 방식으로 인해 박멸하기가 어렵다는 점 말고도 조기 발견이 어렵다는 것이 피해를 키운다.

[사진=위키디피아]
[사진=위키디피아]

처음 포도원을 조성할 때 감염된 포도나무가 있을 경우 첫해부터 발견되는 것이 아니라 수년이 지나서 포도나무가 죽어가기 시작할 때에야 비로소 그 조짐을 발견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미 조성된 포도원의 경우에는 필록세라에 감염된 경우 초기부터 발견되는 것이 아니라10~15년의 세월이 경과하고 나서야 알게 된다는 것이다.

이유는 통상 건강해보이는 포도나무를 뽑아보지는 않기 때문이다.

죽은 나무라야 뽑아서 살펴보는 것이 농부의 마음인데 죽은 나무의 경우에는 필록세라는 이미 다른 나무로 옮겨가고 없어 발견하기가 어렵다.

따라서 이것을 알아차렸을 때는 전 포도원을 갈아엎는 방법 말고는 다른 대안이 없다고 한다.

그런데 이 경우 새로이 포도원을 조성하는데 만도 최소 4~5년이 소요된다. 생산없이 조성에만 4~5년이 걸린다는 얘기다.

비록 포도가 포도나무를 심고 3년이면 열린다고는 하나 어린 포도로 만든 와인은 풍미가 덜하여 고급 품질의 와인을 만들 수도 없으니 시장성이 문제가 된다.

따라서 일단 감염되면 알아차리고 재조성하여 시장성있는 품질의 와인이 나오기까지는 빨라야 최소 7~10년이 소요되니 이런 긴 기간을 수입없이 버틸 포도농가도 없고 이런 농가에 지원할 금융기관도 없다.

결국 예방이 최고이고 운도 따라야 하는 것이다.

그럼 필록세라 극복 기술은 어디까지 왔을까?

소비자나 생산자나 모두 앞으로도 계속 불안한 상태로 가슴 졸이며 지내야 하는 것일까?

우선 다양한 유형의 필록세라에 대응할 수 있는 대목용 포도나무의 개선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그리고 포도원으로 들어가는 기계나 사람들의 소독에도 신경을 쓰고 있고 포도원에 작업하러 들어가는 횟수를 최소화하려는 노력도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바이오 다이나믹 농법의 경우에는 자주 포도원에 들어가야 하므로 이 또한 쉽지는 않다.

2018년도에는 한 생물학 연구에서 필록세라에 견디는 유전형질을 찾아내기도 했고 호주에서는 DNA프로파일링 기술로 토양에서 필록세라의 유전자물질을 감지해내어 조기에 포도원의 필록세라 감염여부를 발견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아직 실험실 연구 단계라서 상용화하기에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한다.

그래도 이것이 상용화되면 드론 등의 기술을 함께 활용하여 효율적인 저비용 공중 촬영 등을 통해 필록세라 조기 경보 시스템이 개발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희망을 갖게 한다.

조기 발견이 그나마 차선책으로라도 중요한 이유는 앞서 언급한대로 포도원 재조성의 시간을 아주 크게 단축시킬 수 있기 때문이고 첫 포도원 조성시에도 필록세라의 감염 여부를 알 수 있기에 미연의 방지책이 되기 때문이다.

필록세라의 궁극적인 박멸이나 이에 잘 견디는 포도나무 자체를 개발하는 것은 불가능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과 연구는 지속될 것이고 해충이나 세균과 인간과의 물고 물리는 전쟁에서 지금까지는 적어도 인간의 승리의 역사였다.

따라서 우리는 아직도 와인을 즐기고 있고 앞으로도 즐길 것이다.

다만 이 승리의 역사 배경에는 항상 숨은 공로자들이 있었으니 코로나19와의 피말리는 전쟁의 일선에서 이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한 분들에게 감사와 찬사를 보내듯이 필록세라의 위협 속에서도 인류사에서 8000년 역사를 이어주고 있는 포도농가와 와인생산자 그리고 과학자들에게도 와인을 마실 때마다 감사와 찬사를 잊지 말아야 할 것 같다.

인류와 인류의 문화유산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온 그리고 이 순간에도 노력하고 있는 모든 숨은 공로자들을 위해 감사의 건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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