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4차산업 육성방안 베껴놓은 수준...여권 등 제시한 내용도 제외돼 논란

【뉴스퀘스트=최석영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포스트 코로나'에 대비한 '한국판 뉴딜' 정책의 윤곽이 드러났다.

향후 2~3년 동안 정부가 데이터·5G(5세대 이동통신)·AI(인공지능) 등 디지털 인프라 구축, 비대면 산업 집중 육성, 국가기반시설(SOC)의 디지털화 등에 집중 투자한다는 게 골자인데 구체적인 방안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지만 '온라인·디지털화'에만 쏠렸다는 평가다.

포스트 코로나까지 거론하면서 그 동안 거창하게 거론됐던 기후변화 대응과 연계한 '그린뉴딜'이나 바이오산업 육성, 기존산업 지원, 대규모 국책사업 투자 등 신속한 경기부양 등의 방안은 온데간데없다는 지적이다. 

[그래픽=뉴스퀘스트]
[그래픽=뉴스퀘스트]

◇ 한국판 뉴딜 추진 방향 확정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7일 2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를 열고 ▲데이터·5G 등 디지털인프라 구축 ▲비대면산업 집중육성 ▲SOC의 디지털화 등 3대영역 프로젝트가 중심의 한국판 뉴딜 추진 방향을 확정했다.

홍 부총리는 모두발언에서 "이번 코로나 위기는 전 세계적 동시 충격, 수요·공급 동시 위축, 비대면화·디지털화의 급격한 가속화 등 경제·사회구조 변화까지 동반하는 양상"이라며 "이를 기회로 살리기 위해 한국판 뉴딜을 집중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판 뉴딜을 코로나19 계기 경제·사회구조 변화 중 우리 경제의 디지털화 가속과 비대면화 촉진 등에 중점을 둔 디지털 기반 일자리 창출, 경제혁신 가속화 프로젝트로 요약했다.

기존의 토목사업 위주 경기 부양성 뉴딜과는 확연히 다르다고 강조했다.

디지털 기반 프로젝트에 집중하고 민간투자와 시너지 효과가 크면서 경제 모든 영역의 생산성·경쟁력 제고와 직결되는 임팩트 있는 대규모 혁신프로젝트라고 설명했다.

한국판 뉴딜 실행의 구체적인 방안으로는 ▲데이터 전(全)주기 인프라 강화 ▲데이터 수집·활용 확대 ▲5G 인프라 조기구축 ▲5G+ 융복합사업 촉진 ▲AI 데이터·인프라 확충 ▲전산업으로 AI 융합 확산 ▲비대면서비스 확산기반 조성 ▲클라우드 및 사이버 안전망 강화 ▲노후 SOC 디지털화 ▲디지털 물류 서비스 체계 구축 등 10대 중점과제를 마련할 계획이다.

정부는 이달 말까지 프로젝트별 세부사업을 마련해 다음달 초 한국판 뉴딜 세부추진 방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앞서 정부는 범정부적 포스트 코로나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경제산업 분야에 대해서는 기재부 등 경제부처를 중심으로 포스트 코로나 태스크포스와 거시·총괄, 산업·중기, 고용, 바이오, 국토·교통, 과학·정보통신 등 6개 작업반을 구성, 대응 방안을 마련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7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2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7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2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그린뉴딜 등 알맹이 빠졌다?

그러나 이 같은 정부의 한국판 뉴딜 방안에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경제계 등이 기대하는 '그린뉴딜'과 대규모 국책사업 등이 빠져 향후 논란이 예상된다.

우선 여권에서는 기후변화 대응과 연계한 그린뉴딜을 중심에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전일(6일) 국회에서 열린 관련 토론회에서는 환경운동가 출신 예비의원뿐 아니라 차기 민주당 지도부에 도전하는 의원들까지 그린뉴딜 필요성에 한목소리를 냈다.

이에 한국판 뉴딜의 방향을 놓고 재난지원금 지급범위 결정 때와 같은 정부와 여당의 논쟁이 재연될 수도 있다는 우려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장은 이날 토론회 축사에서 "지금 뉴딜이라는 이름으로 소개되는 것에는 디지털 전환과 그린뉴딜도 있고, SOC나 교육인프라 투자 같은 것도 있는데, 그 중에 디지털 전환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일자리를 충분히 만들어내지 못한다는 약점이 있을 수 있다"며 "그린뉴딜은 하기에 따라 반드시 가야할 방향에 부합하면서도 동시에 일자리도 만들어 낼 수 있는 좋은 계획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기후변화대응 및 에너지전환산업육성특위 위원장인 우원식 의원도 "그린뉴딜은 우리 상품의 대외 경쟁력을 높일 뿐 아니라 일자리를 만드는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한국판 뉴딜은 그린뉴딜에 기초해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당 원내대표에 도전하는 김태년 의원은 "그린뉴딜은 환경도 지키고 경제 활성화에도 크게 도움되는 일석이조, 일석삼조의 뉴딜 방식"이라며 "당에서 우원식 전 대표와 김성환 의원이 특별한 소명의식으로 전담하다시피 했는데 원내대표가 되면 더 힘있게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장이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포스트 코로나 시대와 그린뉴딜' 토론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장이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포스트 코로나 시대와 그린뉴딜' 토론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정부 발표는 뉴딜 아닌 일자리 늘리기 수준

그린뉴딜은 에너지 전환에 대한 투자 등을 통해 기후변화에 대응하며 새로운 시장과 일자리까지 만들어내려는 것으로 유럽을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에서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민간 전문가 사이에 논의가 진행되다 지난 총선을 계기로 여당의 총선 공약으로까지 떠올랐다.

이날 토론회의 첫 발제자인 유종일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원장은 "경제 회복은 디지털 일자리를 만들고 소비 활성화를 하는데 그치지 말아야 한다"며 "지속가능한 경제를 만들어내는 그린 뉴딜을 한국형 뉴딜의 내용으로 빨리 채워 넣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우리가 K-방역을 얘기하고 대한민국이 세계를 리드할 자부심을 갖고 그러지만 '기후악당' 국가로 남아서는 절대 그렇게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홍종호 서울대학교 교수도 에너지를 중심으로 디지털과 바이오를 융합한 그린 뉴딜을 제안했다.

홍 교수는 "에너지가 좋은 것은 한국에서 가장 혁신이 안돼 잠재력이 가장 크고 디지털과 바이오 등과 엄청나게 융합이 가능하다는 것"이라며 "정부의 재정투자는 에너지 뉴딜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환경운동가 출신인 양이원영 더불어시민당 의원 당선인은 토론에 나서 "에너지 전환산업 투자·육성을 통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기후 위기를 막으면서 경제성장과 일자리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정부의 한국판 뉴딜 방안과 관련 경제계 등에서는 사업 방향이 디지털에 너무 국한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제단체의 한 관계자는 "이번에 정부가 발표한 뉴딜 방향은 그동안 추진되어 왔던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등으로의 4차산업으로의 구조개편 방안을 되풀이한 것에 그친 것 같다"며 "우리의 산업 구조를 바꾸고 무너진 밸류체인을 복원하기 위한 기업 공장들의 국내 회귀를 위한 유인 방안 등이 제시되지 않아 아쉽다"고 말했다.

이어 "경제계는 정부가 대형 토목사업을 벌이라는 것이 아니라 기업들이 국내에서 기회를 얻을 수 있는 사업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뉴스퀘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