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개인투자자 자금 50조원 유입...외국인 시총비중은 31%로 축소

【뉴스퀘스트=최석영 기자】 올해 들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급락한 국내 주식시장에 개인투자자 자금이 50조원 가량 유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개인들이 이른바 '동학개미운동'을 펼치며 코로나19로 크게 떨어진 증시에 본격 뛰어든 셈인데, 이에 그동안 외국인의 매매 동향에 휘둘리던 국내 증시의 체질까지 바꾸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반면 외국인들은 지난달까지 3개월 연속 순매도에 나서서 지난 2월 40%까지 육박하던 국내증시 비율은 4월말 현재 31.5%까지 떨어졌다.

11일 오전 명동 KEB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가 표시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11일 오전 명동 KEB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가 표시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 개미들 올해 30.7조원 순매수...예탁금 44.4조원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은 올해 들어 지난 8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약 26조900억원, 코스닥시장에서 4조6670억원을 각각 순매수했다.

국내 증시에서 무려 30조7570억원어치의 주식을 사들인 것이다.

특히 이달 들어 주가지수가 박스권에서 등락하는 가운데에도 개인은 지난 4일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7000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며 일간 기준 역대 최대 순매수 규모를 기록했다.

이와 함께 향후 주식 매수를 위한 대기성 자금인 투자자 예탁금 역시 큰 폭으로 증가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 코스피·코스닥시장의 투자자 예탁금은 44조4689억원으로 작년 말(27조3384억원) 대비 17조1305억원(62.66%) 늘었다.

투자자 예탁금은 투자자가 주식을 사려고 증권사에 맡겨놨거나 주식을 판 뒤 찾지 않은 돈이다.

최석원 SK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주식 순매수 금액과 투자자 예탁금 증가분을 합쳐 올해만 50조원가량의 개인 자금이 주식시장에 유입된 상황"이라며 "대개 국민연금의 연간 순매수 금액이 10~20조원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현재 개인 순매수 금액은 엄청나게 큰 규모"라고 분석했다.

이에 최근 시장에서는 외국인과 기관의 매도에 맞선 개인의 순매수를 빗대어 '동학개미운동'이라는 신조어가 탄생하기도 했다.

◇ 개인 덕분에...거래 호황·수급 안정성 높아져

개미들이 '사자' 행진을 이어가면서 증시는 코로나19 사태로 주가가 급락한 이후 되레 거래 호황의 신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4월 코스피·코스닥 시장의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20조7804억원으로 작년 12월(9조1635억원)보다 2.27배나 급증하면서 사상 처음으로 20조원을 넘어섰다.

이에 지수 또한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근 2주간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각국 증시가 큰 폭의 등락을 거듭하는 가운데에도 코스피는 1900~1950의 박스권 내에서 안정적인 등락을 나타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코로나19 이후 주식시장은 과거 외국인 수급에만 의존했던 장세에서 벗어나 개인·외국인·기관이라는 수급의 3대 축을 형성했다"며 "이는 그만큼 코스피의 수급 동력이 견고해졌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이달 들어 지난 8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1조5311억원, 기관은 2670억원을 각각 순매도했으나 개인이 1조7102억원어치를 사들이면서 코스피는 지난달 말 대비 0.09% 하락하는 데 그쳤다.

외국인 기관의 매물을 개인들이 받아낸 셈이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동학개미운동이 성공해야 하는 이유'라는 리포트에서 "왜곡된 정보나 외국인의 일방적인 수급에 의한 주가 변동성을 줄이고 합리적 주식 가격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내국인의 투자 비중이 높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래픽=뉴스퀘스트, 자료사진=연합뉴스]
[그래픽=뉴스퀘스트, 자료사진=연합뉴스]

◇ 외국인 3개월 연속 '팔자' 행진

이날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달 외국인은 국내 증시에서 5조3930억원 순매도하며 3개월 연속 '팔자' 행진을 이어갔다.

역대 최대 순매도 기록을 썼던 지난 3월(-13조4500억원)보다는 순매도 규모가 줄었지만 3개월 연속 매도 우위다.

국가별로는 케이맨제도가 1조2000억원어치 팔아치운 것을 비롯해 미국 1조원, 프랑스 1조원, 싱가포르 8000억원 각각 순매도했다. 반면 사우디아라비아(3000억원), 중국(2000억원), 대만(1000억원) 등은 순매수했다.

이에 지난달 말 현재 외국인의 상장주식 보유액은 505조원으로 한때 40%에 육박했던 국내 시가총액 비중도 31.5%로 쪼그라들었다.

상장주식 보유액이 가장 큰 국가는 미국으로 214조6000억원에 달해 전체 외국인 보유액의 42.5%다.

다만 외국인들은 지난달 상장채권 시장에서 13조3000억원어치를 사고 3조9000억원어치를 팔았다. 여기에 1조9000억원이 만기 상환돼 7조4000억원의 순투자가 이뤄졌다.

이로써 1월부터 4개월 연속 순투자다.

지난달 말 현재 외국인의 상장채권 보유액은 140조5000억원으로 전체 상장채권의 7.3%에 달하면서 한 달 만에 사상 최대 기록을 다시 갈아치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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