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 '자본과 이데올로기' 출간기념 대담, 선진국 보건시스템 붕괴로 자본 만능주의 환상 깨져

토마 피케티(Thomas Piketty), Fronteiras do Pensamento / Luiz Munhoz[Flickr 공유사진, CC BY-SA 2.0]
토마 피케티, Fronteiras do Pensamento/Luiz Munhoz [사진=Flickr]

【뉴스퀘스트=김선태 기자】 지난 4월 30일 미 시카고 대학 블로그 사이트인 프로마켓(Pro-Market)은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Thomas Piketty)의 신작 '자본과 이데올로기' 출간을 기념해 저자와 나눈 대담을 실었다. 

이 대담에서 코로나 바이러스는 단연 화제였고 이에 편집자는 "지금은 지배 이데올로기에 맞서 불평등을 현저하게 줄이기에 매우 적절한 시기"라는 피케티의 발언을 메인 타이틀로 뽑아 강조했다. 

토마 피케티는 경제적 불평등을 내재한 자본주의의 동학을 분석하고, '글로벌 자본세'를 그 대안으로 제시한 '21세기 자본'으로 일약 세계적인 경제학자로 떠오른 프랑스의 소장 경제학자다. 

◇ "불평등은 이념적이고 정치적인 문제"

"불평등은 경제적이거나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이념적이고 정치적인 문제다." 
'21세기 자본'의 후속작으로 무려 1200쪽에 달하는 피케티의 신간 '자본과 이데올로기'의 핵심 주장이다. 

책은 역사 이래 모든 사회에서 불평등이 어떤 식으로건 정당화되었음을 방대한 사료에 근거해 논증한다. 

이에 따르면 서구 민주주의도 예외는 아니었으며 특히 지난 40년 동안 서구의 불평등 격차는 이전 어느 때보다 벌어졌다. 

대담에서 피케티는 "코로나19 위기가 이처럼 극심한 격차의 민낯을 드러냈다"고 주장했다. 

동시에 그는 "강력한 공공시스템의 구축이 더 이상 미룰 수 없을 정도로 절박해졌다"며 "코로나19 위기가 공중 보건과 보편적 복지, 나아가 공공복지에 대한 서구의 인식 부족을 적나라하게 드러내주었다"고 혹평했다. 

피케티는 "심지어 그 정도 수준의 공중보건 시스템조차 갖추지 못한 채 최소한의 소득으로 버텨야 하는 다수의 빈곤국들은 이대로 놔둔다면 향후 몇 주 또는 몇 달 사이에 치명적인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피케티는 그동안 서구 선진국들이 이른바 '기술자본주의'의 환상에 젖어 있었음을 지적하는 일도 잊지 않았다. 서구는 코로나19 팬데믹을 맞아 그러한 환상이 무기력하게 깨진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기술자본주의라는 환상은 사회경제적 진보가 기술 진보와 시장의 힘에 기계적으로 수반하는 결과라고 가정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역사적으로 보아도 사회경제적 진보는 사회 내에서 불평등이 감소하거나 평등이 증가한 시기에 발맞춰 이뤄졌으며, 특히 교육과 보건 분야에서 이러한 경향이 두드러졌다"는 주장이다. 

그의 대표작 '21세기 자본'이 엄청난 사료를 동원해 경제성장에 대한 자본 성장의 우위를 논증하고 있다면, 이번 신작은 방대한 실증적 분석을 통해 기술자본주의의 허구성을 논증하고 있는 셈이다. 

◇ '성장 위한 불평등론' 허구성 논증

피케티는 무엇보다 동유럽이 붕괴하고 세계가 미국 중심의 시장경제 체제로 전환하면서 '불평등 체제'를 합리화하려는 시도가 전례 없이 강화되었음을 지적한다. 

그는 "1980년대 이래 서구 지도자들은 평등의 중요성이 경제 성장과 진보에 미치는 교훈을 외면한 채, 그 대안으로 초자본주의(hyper-capitalist) 신화 따위를 지어내려 했다"며 "그러나 이번 코로나19 팬데믹이 그 따위 신화를 단숨에 붕괴시켜 버렸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전 세계에 미증유의 위기를 몰고 왔지만 피케티는 역으로 "지금이야말로 우리 모두가 한 발 물러나 불평등을 합리화하는 지배 이데올로기에 맞서 평등을 회복할 두 번 다시 오기 어려운 기회"임을 강조한다. 

한편 미 ABC뉴스는 4월 26일자 보도에서 "코로나19가 불평등에 대한 한 경제학자의 경고를 상기시켰다"면서 피케티의 주장을 비중 있게 다뤘다. 

ABC뉴스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부유한 국가 내 빈곤층의 소득 감소와 빈곤 국가의 경제 위기가 악화일로이며 그로 인한 정치적 갈등이 도처에서 눈에 띈다"면서 "이것은 치명적인 불평등(virulent inequality)이 초래한 위기"라는 피케티의 지적으로 의미 부여를 대신했다. 

<참고>
◇ 프로마켓 피케티 대담https://promarket.org/piketty-on-the-covid-19-crisis-it-is-high-time-to-use-this-opportunity-to-counter-the-dominant-ideology-and-significantly-reduce-inequality/

◇ ABC 뉴스 피케티 특집
https://abcnews.go.com/Business/wireStory/covid-19-reinforces-economists-warnings-inequality-703482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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