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사업자+중소기업 16.6조원, 대기업 11.2조원...두달새 47조원 증가

【뉴스퀘스트=최석영 기자】 지난달 기업들의 은행 대출이 약 28조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3월 18조7000억원 증가해 통계 작성 이후 최대치였지만 이후 한달 만에 다시 기록을 경신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매출 감소에 기업들이 빚으로 버틴 셈이다.

정부가 각종 지원책을 내놓으면서 대출 규모가 많이 늘어난 측면도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타격을 받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지원하기 위한 '서울시 민생혁신금융 전담창구' 운영을 시작한 지난달 6일 서울 중구 신한은행 본점을 찾은 소상공인이 자금지원 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 여파로 타격을 받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지원하기 위한 '서울시 민생혁신금융 전담창구' 운영을 시작한 지난달 6일 서울 중구 신한은행 본점을 찾은 소상공인이 자금지원 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4월말 기업 대출잔액 929조원

한국은행이 12일 발표한 '4월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은행권 기업대출 잔액은 929조2000억원으로 전월 대비 27조9000억원 늘었다.

통계를 내놓기 시작한 2009년 6월 이후 최대치다. 지난해와 2018년 4월 증가액은 각각 6조6000억원, 6조5000억원이었다. 올해 4월 평년보다 21조원 이상 빚을 더 끌어다 쓴 것이다. 3~4월 두 달 동안에만 약 47조원 증가했다.

기업들이 코로나19 충격에 대응해 단기 유동성 확보에 나선 데다 정책금융기관과 은행권이 중소·중견기업과 소상공인을 상대로 정책성 자금 지원을 대폭 늘린 영향이다.

한은 관계자는 "통계상 중소기업 대출로 분류되는 개인사업자대출은 차주의 사업자금 수요, 은행의 기업대출 취급 태도 등에 의해 주로 변동된다"고 설명했다.

대기업들은 금융 불안으로 자본시장을 통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자 만기 도래 회사채와 기업어음(CP) 상환 자금을 은행 대출로 조달하기도 했다.

이에 개인사업자(10조8000억원)를 포함한 중소기업 대출은 16조6000억원이 늘었고, 평소 은행 대출 의존도가 낮은 대기업 대출도 11조2000억원이 증가해 관련 통계 작성 이후 각각 최대의 증가폭을 기록했다.

[자료=금융위원회]
[자료=금융위원회]

◇ 주담대 크게 감소 개인 대출은 줄어

반면 금융위원회가 이날 발표한 은행권의 가계대출 동향에 따르면 4월 증가액은 4조9000억원으로, 전월(9조6000억원)의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 

상호금융권을 포함한 제2금융권 가계대출도 4월 중 2조1000억원 감소했다. 카드 대출과 보험 계약 대출 등이 줄어든 영향을 받았다.

이에 따라 4월 중 전체 금융권의 가계대출 증가액은 2조8000억원으로 2019년 같은 달(5조1000억원 증가)보다 증가 폭이 줄었다.

항목별로 보면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이 3월 6조3000억원에서 4월 4조9000억원으로 크게 감소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주택 매매 및 전세 거래가 줄면서 주택담보대출 수요가 줄고, 안심전환대출로 비은행권에서 은행권으로 넘어온 '대출 갈아타기' 몫이 3월 8000억원에서 4월엔 1000억원 수준으로 감소한 영향도 있었다.

지난달 2금융권의 주택담보대출은 2000억원 감소했다. 안심전환대출을 통한 대환 등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전체 금융권의 기타대출(신용대출·마이너스통장 대출 등)은 4월 중 2조원 줄었다.

코로나19 저금리 대출 등 정부의 자금 공급에 따라 신용대출 등이 줄었다는 게 금융위원회의 분석이다.

은행권의 경우 기타대출이 3월 중 3조3000억원 늘었지만, 4월에는 1000억원 감소하면서 증가세가 마이너스로 전환했다. 2금융권 기타대출은 1조9000억원 감소했다.

한은 관계자는 "코로나19 영향으로 가계의 소비지출 규모가 줄어들면서 마이너스통장 등을 통한 카드대금 결제 수요가 줄었고, 3월 중 신용대출 증가요인으로 작용했던 개인 주식투자 관련 대출수요도 4월에는 크지 않았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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