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프로그램 등 개발열기...정치권 지원 맞물려 빠르게 확산

【뉴스퀘스트=김선태 기자】 "우와, KBO리그 첫 배트 플립이네요!" 

프로야구 NC 다이노스의 모창민이 홈런 직후 배트를 뒤로 훌렁 던지고 달려 나가자 이를 미국 전역으로 중계하던 해설자가 환호성을 내뱉었다. 

한국 팬들이 '빠던(빠따 던지기)'이라고 부르는 홈런 세리머니를 두고 한 말이다. 

미국인들이 K팝에 이어 K볼에 열광하는 중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미국 프로야구 개막이 늦어지자 미 스포츠채널 ESPN이 한국프로야구 정규리그(KBO 리그) 중계권을 사들여 방영하고 있다. 

KBO리그는 대만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프로야구 시즌을 비대면 경기로 개막했는데 해외에서 인기몰이가 시작되고 있는 것. 

무관중 경기로 인해 저조한 시청률을 걱정하던 구단은 국내 시청자들의 지지와 더불어 해외 판권 흥행까지 기대하게 됐다. 

물론 구장 방역, 선수 관리, 나아가 향후 코로나19 추이에 따른 단계적 관중 수용 방안 등 여러 난제가 있지만 일찍이 없던 시도니만큼 시행착오를 겪으며 전진할 것이라는 기대가 적지 않다. 

연합뉴스 기자(오른쪽 밑)가 지난 9일 미국 스포츠전문채널 ESPN의 프로야구 KBO리그 중계방송 객원 해설위원으로 참여해 KBO리그 정보와 국내 코로나19 방역 내용을 미국 시청자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사진=ESPN 중계방송 캡처/연합뉴스]
연합뉴스 기자(오른쪽 밑)가 지난 9일 미국 스포츠전문채널 ESPN의 프로야구 KBO리그 중계방송 객원 해설위원으로 참여해 KBO리그 정보와 국내 코로나19 방역 내용을 미국 시청자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사진=ESPN 중계방송 캡처/연합뉴스]

◇ 굴뚝 산업도 '비대면 산업' 날개 달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각 산업에서 '비대면 방식'이 전방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전통적인 굴뚝산업 주자들도 예외는 아니다. 

최근 현대기아차는 최근 클라우드 방식을 적용한 비대면 IT(정보통신) 개발 플랫폼을 구축했다. 

현대기아차는 먼저 의왕 IT개발센터를 비대면 방식으로 운영하고 연내 소하리, 양재 등으로 이를 확대할 계획이다. 

그 동안은 전국 6곳에 위치한 IT개발센터에 100여개 협력업체 직원 1000여명이 상주하여 협업 방식으로 개발 업무를 수행해 왔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클라우드 방식의 비대면 협업이 정착되면 파견 업무가 주는 고충이 줄어 협력업체들의 업무 만족도가 높아질 것"이라 기대했다. 

항공업계도 비대면 서비스 개발에 한창인 가운데 제주항공은 승객의 셀프 바코드 인식과 좌석 위치별 순차 탑승 등을 도입했다. 

제주항공 국내선 이용객은 탑승 게이트에서 직원에게 항공권을 건네는 대신 직접 바코드를 인식시켜 탑승하게 된다. 

또 이날부터 승객들은 선착순으로 탑승하는 대신 좌석 번호에 따라 순차적으로 탑승해 생활 속 거리두기를 기내에서 실천하게 된다. 

현대기아차 의왕IT개발센터에서 교통 관련 분석하는 연구원.[사진 = 현대기아차]
현대기아차 의왕IT개발센터에서 교통 관련 분석하는 연구원. [사진=현대기아차]

◇ 여행도 공연도 비대면으로

비대면 서비스 개발에는 지자체도 예외가 아니다. 

경북관광공사는 '비접촉 경북관광지 23선'을 선정 발표했다.

여행객들이 코로나바이러스 걱정 없이 다닐 수 있도록 경북도내 23개 시·군의 둘레길이나 숲, 공원 가운데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 여건이 마련되어 있는 곳을 발굴한 것이다. 

김천 친환경생태공원, 안동 하회마을, 구미 금오산 올레길, 청송 주왕산, 청도읍성, 예천 회룡포전망대, 울진 등기산공원 등이 포함됐다. 

충북 제천시는 지난 2월 잠정 중단했던 노인 일자리 사업을 비대면 방식으로 부분 재개했다. 

이를 위해 기존 40종의 사업을 지역사회 환경개선 분야, 근린생활시설 지원 분야, 공익활동 분야 등 27종으로 줄였다. 

다른 밀집 또는 실내 사업은 코로나19 추이에 따라 재개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코로나19 감염증 확산으로 거의 정지 상태에 놓였던 공연계도 비대면 서비스 방식으로 조금씩 기지개를 켜는 중이다. 

지난 1일 온라인 음악 페스티벌 '해브 어 나이스데이-온 유어 핸드'가 10시간 동안 생중계 공연을 펼쳐 22만뷰의 누적 조회 수를 기록했다. 

이 공연은 원래 마포 난지한강공원에서 개최될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계속 연기된 끝에 전격 오프라인 축제를 취소했다. 

이후 무료 온라인 생중계 페스티벌을 결정,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컬쳐파크 야외 특설무대에서 오프라인 공연과 같은 설비를 갖춘 채 무관중으로 진행했다. 

공연 내용은 JTBC 엔터테인먼트와 DJ티비씨 등 유튜브 채널로 실황 중계됐다. 

지방에서는 대구시립교향악단이 비대면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12일 대구시향은 다음 달 5일 오후 7시 30분 대구콘서트하우스에서 제463회 정기연주회를 유튜브 생중계한다고 밝혔다. 

대구시향 창단 이래 첫 비대면 공연이다. 

줄리안 코바체프 대구시향 음악감독 겸 상임지휘자가 지휘를 맡고, 베토벤 교향곡 제6번 '전원'과 드보르자크의 교향곡 제9번 '신세계'를 선보일 예정이다. 

국립국악원이 개인 전통공연 예술가들을 대상으로 공모를 거쳐 선정한 31명의 연주 실황을 소개하는 온라인 공연 '희망 ON'을 지난 1일부터 31일까지 한 달간 매일 오전 11시 유튜브와 네이버 TV를 통해 공개한다. [사진=국립국악원 제공/연합뉴스]
국립국악원이 개인 전통공연 예술가들을 대상으로 공모를 거쳐 선정한 31명의 연주 실황을 소개하는 온라인 공연 '희망 ON'을 지난 1일부터 31일까지 한 달간 매일 오전 11시 유튜브와 네이버 TV를 통해 공개한다. [사진=국립국악원 제공/연합뉴스]

◇ 실험실습에도 온라인 이용

국내 모든 학교들이 대부분의 교과목을 비대면 수업으로 진행중인 가운데 이번에는 비대면 실험·실습 수업을 진행하는 학교가 등장했다. 

동신대는 이 학교 교수진이 전자회로 관련 실험·실습 수업을 인터넷 원격 강의로 할 수 있는 클라이언트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학생들이 해당 프로그램을 컴퓨터에 설치하고, 대학 내 학습관리시스템(LMS)에 접속해 실습 교과목을 누르면 전압측정 장치인 '오실로스코프'를 원격으로 다루는 방식이다. 

학생들은 교수진이 미리 입력해 둔 이론 강의를 듣고 자신의 장비를 활용해 실험실습을 진행하게 되며 결과도 바로 확인 가능하다. 

국내 온라인 홈쇼핑에서 활발하게 이용되는 농림산물 거래를 비대면 수출로 확대하려는 시도도 나타나고 있다. 

산림청은 한국임업진흥원 및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와 함께 비대면 수출 사업 추진에 나선다고 밝혔다. 

오프라인 수출에 의존하던 기존 임산물 수출업체들을 대신해 아마존 등 해외 유명 쇼핑몰에 상품 등록에서 판매, 고객관리까지 거래 과정 전반을 지원하겠다는 계획이다. 

향후 온라인 박람회와 모바일 화상 수출상담회, 온라인 해외 홍보도 추진할 예정이다. 

◇ 정치권도 적극 호응 지원나서

비대면 사업 진흥에 정치권도 높은 관심을 보이며 지원에 나서는 모습이다. 

지난 13일 국회에서는 민주당 김병욱 의원 주최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 언택트(비대면) 산업 전략 지원' 토론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 민주당 이낙연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장, 김태년 원내대표, 김진표 비상경제대책본부장이 참석해 비대면 산업 발전을 위한 입법 필요성에 공감을 표했다. 

이낙연 위원장은 "코로나19가 (비대면 산업) 속도를 훨씬 더 빠르게 하고 범위를 더 넓게 할 것"이라며 "정책·재정·행정적 지원 및 규제 완화가 모두 필요해 이를 위한 입법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고 말했다. 

김태년 원내대표는 "비대면 산업은 한국판 뉴딜 산업의 하나"라며 그에 따른 제도 개선과 규제 혁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진표 본부장은 "규제완화는 21대 국회의 소명"이라며 "이에 대한 혁파 입법을 8월까지 완결하면 확실히 G20보다 앞서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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