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는 것 얻는것, 그리고 유지하는 것

【뉴스퀘스트=최인호 기자】 미국 정부는 지난 15일(현지시간) 중국 화웨이에 반도체 부품 공급을 중단하는 조치를 취했다.

미 상무부가 발표한 이번 조치의 핵심은 '앞으로 미국 기술·장비를 사용한 반도체를 화웨이에 공급하려면 미국 정부의 허가를 받으라'는 것이다.

미국이 중국 때리기의 일환으로 전 세계 반도체 기업의 화웨이 납품을 중단시키겠다고 나선 것이다. 

국내 반도체 시장은 후폭풍이 어디까지 미칠지 손익계산이 분주한 가운데 18일 미래에셋대우는 '미(美) 화웨이 제재에 대한 반도체 영향'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한국 반도체 산업체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미래에셋 대우 김영건 연구원은 "美 상무부가 발표한 화웨이 제재안은 안보상의 이유로, 미국의 기술과 소프트웨어 등을 사용한 반도체를 화웨이에 공급하기 위해서는 별도 승인을 거쳐야 한다는 내용"이라며 "모든 메모리 반도체가 미국의 장비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점에서 한국도 예외일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김 연구원은 미국의 이번 조치로 한국 반도체 산업이 ▲잃는 것과 ▲얻는 것 그리고 ▲그대로 유지하는 것 등 세가지 시나리오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 잃는 것은 무엇인가?

화웨이에 메모리 반도체 공급 제재로 화웨이의 스마트폰 생산이 중단된다고 가정할 경우 중국의 대응과 스마트폰 생산업체간의 경쟁구도 변화에 따라 메모리 반도체에 적용되는 영향력이 달라 질 수 있다는 것이다. 

우선 미국의 제재가 화웨이에 대해서만 가해질 경우 중국 내에서 화웨이와 경쟁관계에 있는 샤오미(Xiaomi), 오포(Oppo), 비보(Vivo)가 화웨이의 시장을 대체할 가능성을 고려해볼 수 있다. 중국 내에서 스마트폰 수요에 대한 근본적 변화가 없는 경우에도 일부 D램의 수요가 비트(Bit) 감소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미국의 화웨이 제재로 인해 중국이 애플(Apple) 대해 보복성 제재 또는 불매운동 등에 나설 경우 중국 내에서 애플 수요도 동시에 감소되면서 애플의 메모리 탑재량 특성상 중화권 3사로의 수요 변화 시 비트 수요의 차이가 발생할 것으로 판단했다.

또 중국 내 스마트폰에 대한 수요가 위축되지 않는다는 가정 하에서는 애플에 대한 중국의 제재가 추가되는 경우 오히려 메모리 수급에는 긍정적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 얻는 것도 있나

김 연구원은 유럽시장에서의 국내 스마트폰 점유율 확대 및 메모리 수요 증가를 전망했다.

삼성전자의 점유율이 무의미한 중국시장과 달리 유럽시장에서는 화웨이와 삼성전자의 경쟁관계가 성립한다.

2019년 기준 유럽시장에서의 삼성전자 점유율은 34%로 가장 높은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고, 화웨이가 2위인 23%대 점유율을 지키고 있다. 

따라서 미국의 제재로 화웨이의 스마트폰 생산에 차질이 빚어질 경우 삼성전자의 유럽시장 반사수혜를 기대 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올해 1분기 기준 D램 탑재량이 화웨이는 평균 4.1GB, 삼성전자는 평균 5.4GB로 삼성전자의 탑재량이 32%가량 큰 상황이다.

중화권 3사의 평균 탑재량도 4.2GB로 화웨이와 유사하다.

김 연구원은 삼성전자와 중화권 3사의 유럽 내 비중 증가는 곧 디램 비트 수요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 

◇ 긍정·부정 요인 혼재

2020년 3대 어플리케이션(Application)을 기준으로 예상되는 D램 비트 수요 950억Gb 가운데 화웨이에 노출된 수요가 약 104억Gb으로 10%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추정된다.

스마트폰의 수요를 근본적으로 축소시키는 요인은 아니기 때문에 수요의 긍정 및 부정적 요소가 혼재하는 상황이 전개될 수 있으나, 단기적으로 불확실성이 더 큰 관계로 보수적인 D램 투자 기조는 더욱 견고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에 김 연구원은 내년 2021년에는 반도체 공급 부족 현상이 전망되는 등 불확실한 가운데에서도 반도체에 대한 비중확대는 여전히 유효하며 삼성전자 역시 긍정적 시각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뉴스퀘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