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미국 제재속 매출·순익 증가...자국민 애국심에 점유율도 되레 올라

지난해 6월 상하이에서 열린 아시아 최대 모바일 전시회인 'MWC19 상하이'의 화웨이 전시장.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6월 상하이에서 열린 아시아 최대 모바일 전시회인 'MWC19 상하이'의 화웨이 전시장.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선태 기자】 중국 정부를 겨냥한 트럼프 행정부의 화웨이 제재는 얼마나 효력을 발휘할까.

지난 15일(현지시간)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의 국가 안보를 보호하기 위해 화웨이(华为)의 미국 기술, 소프트웨어, 설계 및 제조 반도체 칩의 사용을 엄격히 제한한다"는 내용을 포함한 '해외 직접생산물 규정(Foreign Direct Product Rule, FDPR)' 개정안을 발표했다.

누구든 미국의 기술과 소프트웨어가 적용된 반도체를 화웨이에 공급하려면 별도의 승인을 거쳐야만 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5월 화웨이와 미국 기업간 거래를 전면 금지한 이후 단행된 이번 조치는 '완결판'에 가깝다. 

이에 당장 세계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업체인 대만의  TSMC가 화웨이와 거래를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TSMC의 2대 고객인 화웨이로서는 매출 감소가 불가피하게 됐다.

하지만 화웨이도 앉아서 당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중국 텐센트(腾讯) 뉴스에 따르면 미국 제재 발표 직후인 18일 화웨이는 ‘2020 글로벌 애널리스트 컨퍼런스’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궈핑 화웨이 대표는 "우리는 지난해에도 같은 제재를 받아 지금까지 고군분투해 왔다"며 "그럼에도 매출은 더 늘었고, 무엇보다 좋은 소식은 여전히 살아 있다는 것"이라며 전의를 다졌다.

화웨이의 2019년 매출은 8588억위안(148조2993억원)으로 전년 대비 19.1% 증가했으며, 연평균 성장률은 21%, 순이익은 627억위안(10조8302억원)에 달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전세계를 덮친 올해 1분기에도 매출이 1년전에 비해 1.4% 늘었으며, 당기순이익률은 7.3% 증가했다.

게다가 화웨이는 통신장비와 스마트폰 분야에서 '세계적인 강자'라는 위상을 유지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HS에 따르면 화웨이는 2019년 세계 통신장비 시장에서 에릭슨, 삼성전자, 노키아 등 쟁쟁한 경쟁자들을 제치고 점유율 26.2%로 1위를 달리고 있다.

중국 베이징의 한 화웨이 대리점[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
중국 베이징의 한 화웨이 대리점.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유럽에서는 5세대 이동통신(5G) 시장도 제패했다.

화웨이를 통해 중국을 압박하려는 트럼프의 의도가 한계에 부딪힐 가능성이 점쳐지는 이유다.

게다가 트럼프의 이번 조치는 중국인들의 애국심을 불러일으켜 중국내 화웨이 제품의 점유율을 끌어 올리는 중이다. 

IDC차이나의 '2019년 중국 고급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에 따르면 지난해 화웨이는 자국 내 경쟁업체인 비보, 오포, 샤오미는 물론 애플까지 밀어내며 56.1%의 압도적 점유율을 보였다.

코로나19의 여파로 2020년 1분기 중국 내 스마트폰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22%나 감소한 가운데서도, 화웨이는 42.29%의 점유율을 올렸을 뿐만 아니라 상위권 기업 중 유일하게 매출 신장을 보였다.

중국 정부 또한 가만히 있지 않을 태세다.

환구시보는 한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미국이 이번 조치를 실제 단행할 경우 중국은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며 그 대상으로 퀄컴, 시스코, 애플, 보잉 등 미국 기업을 거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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