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의 중국 철수 진짜 원인은 '갑질'로 인한 평판 때문

중국 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돌고 있는 소비자들의 '반롯데' 정서 콘텐츠. 소비자들에 대한 갑질도 반롯데 정서에 영향을 많이 끼쳤다고 볼 수 있다. [사진=현지 SNS 캡처]
중국 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돌고 있는 소비자들의 '반롯데' 정서 콘텐츠. 소비자들에 대한 갑질도 반롯데 정서에 영향을 많이 끼쳤다고 볼 수 있다. [사진=현지 SNS 캡처]

【뉴스퀘스트/베이징=전순기 기자】 안타까운 일이기는 해도 인간은 기본적으로 갑과 을의 관계로 맺어져 있다고 해도 크게 무리가 없다.

또 인류 역사가 시작된 이후 이게 당연하다고 여겨져 온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21세기 들어 세계 곳곳에서 시민의식이 깨어나면서 상황은 급속도로 달라지기 시작했다.

급기야 갑질이라는 말이 한국 뿐 아니라 글로벌 유행어로도 부상하게 됐다.

중국 역시 예외는 아니다.

갑질에 해당하는 부정적인 뉘앙스의 런싱(任性)이 금세기를 대표하는 유행어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자연스럽게 이에 대한 거센 거부 운동이 일고 있다.

특히 소비자를 이른바 호갱으로 보는 기업의 갑질에 대해서는 더욱 그렇다고 해도 좋다.

중국의 시민운동 단체들이 연합해 매년 3월 15일을 '소비자의 날'로 정해 악질 갑질 기업들의 명단을 공개, 맹성을 촉구하는 사실이 무엇보다 이 현실을 잘 대변한다.

놀랍게도 롯데그룹(이하 롯데)은 2017년 이 명단에 포함돼 14억 중국인들의 질타를 받는 불명예를 뒤집어쓴 바 있다. 

당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사태로 인해 보복을 당했다는 동정적 여론이 없지 않았으나 롯데를 잘 아는 중국 내 한국 기업인들의 주장에 따르면 자업자득의 결과였다고 해도 괜찮을 것 같다. 

갑질을 엄청나게 했다는 얘기가 된다.

진짜 그런지는 지금도 일부 중국 소비자들에게 회자되는 사례들을 살펴보면 잘 알 수 있다.

베이징 차오양(朝陽)구 야윈춘(亞運村)에 사는 금융인인 40대 후반의 장룽(姜龍) 씨는 한국에 유학한 스펙으로 중국 취업에 성공한 1세대 친한파로 주변 지인들 사이에 널리 알려져 있다.

당연히 한국에서 상당 기간 접했던 식문화에 익숙해진 탓에 한식을 요리해 즐겨 먹고는 했다.

때문에 본토의 식자재를 구입하기 위해 인근인 왕징(望京)의 광순베이다제(廣順北大街)에 소재한 롯데마트를 자주 들러 장을 볼 수밖에 없었다.

단골이 되는 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결과였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자신이 구입한 일부 식자재들에 유효 기간이 지난 것이 다수 포함돼 있다는 사실을 우연히 발견했다.

또 채소들이 싱싱하지 못하다는 사실 역시 깨달았다.

기분이 몹시 나빠진 그는 즉각 현장으로 달려가 매장 매니저를 불러달라고 한 후 따졌다.

"어떻게 한국의 대기업이라는 곳에서 이런 식으로 영업을 하는가? 문제가 많은 중국의 마트들도 이렇게 하지는 않는다. 해명하라"면서 다소 목소리도 높였다.

그러자 미안한 표정과는 거리가 먼 책임자의 입에서는 바로 "그럴 리가 없다. 당신이 이미 오래 전에 구입한 물건들을 가지고 와서 시비를 거는 것이나 아닌지 모르겠다. 채소 역시 그렇다. 구입하자마자 요리를 하지 않을 거라면 냉장고에 바로 넣어야 하는 것 아닌가. 당신이 문제지 우리 책임이 아니다"라는 내용의 답변이 터져 나왔다.

그의 입장에서는 기가 막힐 일이었다.

책임자의 말에 화가 머리끝까지 치민 그는 혹시 한국인 책임자가 있는지를 물었다. 과장급 정도로 보이는 웬 한국인 직원은 곧 달려왔다.

하지만 책임자의 대답도 매장 매니저의 말과 별로 다르지 않았다.

장룽씨로서는 그저 약간의 보상을 받고는 분을 삭인 채 돌아오는 외에는 특별한 방법이 없었다.

베이징 차오양구 왕징에 소재했던 롯데마트의 광경. 한때는 고객들이 적지 않았으나 갑질로 무너졌다고 해도 좋을 듯하다.
베이징 차오양구 왕징에 소재했던 롯데마트의 광경. 한때는 고객들이 적지 않았으나 갑질로 무너졌다고 해도 좋을 듯하다.

그는 얼마 후 다시 문제의 매장을 찾았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전혀 예상치 않게 바로 매장 입구에서부터 경비원들로부터 출입을 제지당한 것이다. 

그는 바로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롯데가 자신을 까탈스럽게 뭔가 트집을 잡은 후 거액의 보상을 받아내는 것을 직업으로 하는 갑질 전문 소비자 즐 블랙 컨슈머로 등록을 한 것이다.

그는 화가 치밀어 롯데의 베이징 내 본사에까지 항의를 하면서 1년여 가까이 전면전을 벌였다.

하지만 끝내 롯데가 중국에서 철수를 결행할 때까지 블랙리스트에서 이름을 빼내지 못했다.

그나마 소득이 있었다면 지리한 싸움을 하는 동안 롯데의 여러 계열사들이 조직적으로 라벨 갈이 등을 하면서 유효기간을 속이는 등의 소비자 기만 행위를 했다는 사실을 전직 직원들을 통해 확인했다는 사실이었다. 

동시에 재고 채소 등을 며칠씩 쌓아 놓은 채 상하기 직전까지 판매하는 것을 관행으로 했다는 사실 역시 알아낼 수 있었다.

하지만 이때는 이미 롯데가 철수를 결정한 뒤였다.

랴오닝(遼寧)성 선양(瀋陽)에서 불과 얼마 전까지 영업을 했던 롯데리아를 종종 이용했던 직장인 저우핑(周平) 씨도 롯데가 화제로 오르면 좋은 기억이 별로 없다.

자신은 말할 것도 없고 상당수의 고객들이 매장의 갑질에 당하는 것을 적지 않게 목격해온 탓이다.

매장은 무엇보다 고객들이 한국처럼 장시간 자리에 앉아 있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고객들이 더 이상 매상을 올릴 것 같지 않을 경우는 노골적으로 나가 달라고까지 하고는 했다.

게다가 휴대전화 충전 같은 서비스 등은 제공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패스트푸드의 품질이나 서비스에 대해 조심스레 제언이라도 하면 바로 블랙리스트에 오르는 것은 완전 기본이었다.

이 정도 되면 갑질이 아니라 완전 조폭 스타일의 영업을 했다고 해도 좋았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한국인 소상공인 문 모씨는 "선양은 사람들이 거칠기로 유명하다. 조폭도 많다. 진상 손님이 없을 수도 없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선양을 비롯한 동북3성에 진출한 롯데리아는 완력 좀 있는 종업원들을 선호한다. 그러다 보니 손님들과 사사건건 충돌하는 일이 잦다"면서 현실을 설명했다.

이 외에도 중국인 소비자들에게 원성을 듣는 롯데의 갑질 행태는 부지기수라고 해야 한다.

괜히 2017년 소비자의 날에 당한 게 아니다.

물론 롯데의 한국 본사가 갑질을 하라고 적극적으로 하라는 지시를 내렸을 까닭이 없다.

또 갑질이 이뤄지는 현실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을 가능성도 높다.

하지만 기업에는 문화라는 것이 있다.

그룹 차원에서 중국 전역에서 어떤 형식으로 영업이 이뤄지는 지에 대한 감을 잡았을 수는 있다. 

그럼에도 적극적으로 개선할 노력은 거의 하지 않았다고 해야 한다.

한국에서 갑질 그룹으로 유명한 이미지가 중국에서도 확실하게 발휘됐다는 말이 될 수 있다.

이는 롯데가 한국인 직원들을 대상으로 갑질을 했다는 의혹이 없지 않은 사실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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