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산업 불확실성에 부채비율 6000% 넘는 회사 인수 부담 손익계산 골머리

지난달 24일 인천국제공항 주기장에 아시아나항공 여객기들이 멈춰 서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24일 인천국제공항 주기장에 아시아나항공 여객기들이 멈춰 서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최석영 기자】 '왼쪽으로 가면 파출소, 오른쪽으로 가면 경찰서'

최근 아시아나항공 인수 잔금 납입을 앞둔 HDC현대산업개발(이하 HDC현산, 회장 정몽규)의 어정쩡한 처지를 빗댄 말이다. 

계약금만 무려 2500억원. 생돈을 그냥 날리자니 아깝고 그렇다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불투명한 항공산업에 2조원 이상의 돈을 더 투입해 인수에 나서기도 부담스러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계약금 포기든 아니면 추가 자금 투입이든 모두 다 의사결정에 따른 배임 문제가 거론되고 있어 정몽규 회장 입장에서는 진퇴양난의 상황에 처했다는 시각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러시아의 기업심사 승인을 핑계로 아시아나항공 주식 취득 일정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는 HDC현산은 오는 6월말까지 2조2500억원의 잔금을 납부해야 한다.

HDC현산은 지난 연말 아시아나항공 인수 계약을 맺으면서 채권단과 계약금 2500억원에 6월말을 잔금 납입 데드라인으로 정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로 아시아나항공의 경영상태가 극도로 악화되면서 인수를 포기해야 할지 아니면 강행해야 할지 고민에 쌓인 것으로 알려졌다.

HDC현산 측은 대외적으로 인수 의지에는 변함이 없다고 자신하고 있지만 속내는 열심히 인수 강행과 포기에 따른 손익계산에 골머리를 앓고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HDC현산은 아깝지만 계약금을 날릴 생각이라면 오는 6월 말까지로 예정된 유상증자를 포기하면 그만이다. 

그러나 인수를 포기할 경우 2500억원이라는 계약금 규모가 만만찮은데다 기존 주주들에 대한 '확정손실 포기'로 경영진들이 배임 문제에 직면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HDC현산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업계 관계자 A씨는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포기하고 계약금을 날릴 생각이라고 하더라도 배임 문제가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코로나19 이후 항공산업을 둘러싼 환경이 녹록치 않은 마당에 인수 강행 결정을 내리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포스트 코로나19 시대, 항공산업에 대한 불확실성이 뻔히 보이는데도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예정대로 강행하는 것이 과연 올바른 경영판단이냐는 고민에 직면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아깝지만 계약금을 그냥 날리는 한이 있더라도 이 정도 선에서 마무리 하자는 의견도 개진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빚더미에 올라앉은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비율은 무려 6000%를 훌쩍 넘는다.

2017년 565.9%에 불과했던 부채비율은 2018년 781.5%, 2019년 1386.7% 등 매년 증가하고 있으며 특히 올해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인 에어부산의 부채비율도 지난해 말 811.8%에서 올 1분기 2064.4%로 치솟았다.

반면 현산의 1분기 부채비율은 102.1%로 튼튼한 재무구조를 갖추고 있다.

어려운 경제여건에도 올해 1분기 영업이익도 137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5.3% 증가했다.

HDC현산으로서는 아무리 재무구조가 탄탄하다고 해도 부채비율 6000%가 넘는 이런 부실덩어리 회사를 인수 할 경우 동반부실에 빠질 것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HDC현산이 불나방이 아닌 이상 이런 상황을 뻔히 알면서 2조원 이상의 돈을 더 투입해 아시아나항공 인수 강행에 나서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도 만만찮다.

게다가 상황이 이러한데도 항공산업 진출에 대한 집착 때문에 인수를 강행할 경우 현산으로서는 유상증자 2조2500억원이 끝이 아니라 늪 속에 빠져들면서 그룹 전체가 위기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부실이 예상되는데도 인수 강행 결정을 내릴 경우에도 배임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재계 관계자는 B씨는 "지난해 3분기까지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실사에서 아시아나항공이 부실을 숨겼다면 문제가 되겠지만 코로나19라는 컨트롤 할 수 없는 외생변수가 생긴 것인 만큼 현재 아시아나항공의 경영악화는 정상 참작의 여지가 있어 채권단과의 협상 테이블에 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HDC현산은 항공산업에 대한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2조원 이상의 돈을 투자하는 것이 과연 옳으나 그르냐의 문제에 직면할 수 밖에 없다"며 "코로나19 이후 항공산업이 악화된 것을 가지고 그 당시 경영진의 디시젼(결정)에 대해 배임 논란으로 몰고 가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어쨌든 6월말 잔금 납입 데드라인을 앞두고 있는 HDC현산으로서는 인수 강행이냐 포기냐 양단간에 결론을 내릴 수 밖에 없고 그 후유증은 상당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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