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지급 사실은 알고 있어...이들도 국민인데 구제해줘야

지난 4일부터 전국민에게 지급하고 있는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을 27일까지 대상 가구의 97% 가량이 지급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서울역 노숙자들도 국민이기에 지원금의 수혜 대상이다. 과연 이들도 혜택을 받았을까? 

(사)섬연구소 소장 강제윤 시인이 남도 지역으로 출장을 가는 길에 서울역에서 노숙자들을 보면서 이런 의문에 직면했다.

강 시인은 지난 27일 서울역 노숙자들을 상대로 긴급재난지원금을 알고는 있는지, 받은 사람은 있는지 직접 취재하면서  이들의  안타까운 사연을 들어봤다. /편집자 주

정부의 코로나19 긴급재난지원금 신청이 시작된 11일 오전 서울역 광장에서 홈리스행동, 빈곤사회연대 등 사회단체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열어 노숙인에 대한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보장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의 코로나19 긴급재난지원금 신청이 시작된 11일 오전 서울역 광장에서 홈리스행동, 빈곤사회연대 등 사회단체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열어 노숙인에 대한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보장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강제윤(시인, 섬연구소 소장)】 서울역 광장을 지날 때마다 늘 목에 가시가 걸리곤 했었다.

노숙인들. 오늘 또 목에 가시가 걸린다.

저 분들은 긴급재난지원금을 받고 있을까. 걱정스러운 마음에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노숙자들을 두루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예상대로 노숙인들 상당수는 예상대로 긴급재난지원금을 받지 못했다.

다만 노숙인들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젊고 건강한 분들은 재난지원금을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고령의 어르신이나 병약한 분들은 대체로 받지 못하고 있었다.

우리는 일시적인 재난을 당하고 있지만 노숙자들은 일상적인 재난 속에 살아가고 있다.

실상 가장 긴급하게 구제해야 할 사람들이 이분들인데 정권이 몇 번씩 바뀌어도 이분들의 처지는 크게 나아진 것이 없다.

게다가 노숙자들 보다 처지가 훨씬 나은 사람들도 받는 긴급재난지원금 혜택에서도 소외되고 있다는 사실은 더할 수 없는 슬픔이다. 우리는 그저 재난지원금을 받아서 맛난 것도 사먹고 지역 경제도 살렸다고 자위하면 되는 걸까.

서울역 노숙자들 대부분은 정부가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주민등록증이 없거나 주민등록지가 먼 지방에 있는 분들, 병들고 고령이라 움직이기 어려운 사람들은 신청 자체를 포기하고 있었다.

정부는 2009년부터 주거가 불분명한 사람도 주민등록을 말소하지 않고 거주불명등록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그래서 주민등록증이 없거나 주거가 일정하지 않은 사람들도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노숙자들은 그 사실 자체를 알지 못하고 있었다.

또 주민등록지가 지방인 사람들은 오고가는 것이 여의치 않아서 신청을 포기하고 있기도 했다. 가까운 은행에서도 지급받을 수 있지만 신분증이 없으면 이 또한 불가능한 탓이다.

[사진=강제윤 시인]
[사진=강제윤 시인]

노숙자나 쪽방촌의 독거노인들 같은 사회적 최약자인 소외 계층에 대해서는 행정에서 적극적으로 찾아가는 서비스를 할 필요가 있지 싶다.

지금은 읍면동사무소 복지 관련 공무원들이 업무 과중으로 여력이 전혀 없는 상황이다.

긴급재난 시기인 만큼 상대적으로 업무량이 적은 일반직 공원들을 복지 업무에 투여하는 방식의 시스템 전환이 이루어지면 더 많은 소외계층들을 돌볼 수 있을 것이다.

복지직 공무원들의 이직률이 가장 높다고 한다.

코로나19로 인한 긴급재난시기, 방역당국과 함께 이분들이 가장 큰 고생을 하고 있다. 이분들에 대한 업무지원도 절실하다.

서울역의 노숙자들 중 긴급재난지원금을 받지 못하고 있는 몇몇 분들의 목소리를 기록한다. 정부나 지자체에서는 이분들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 주면 좋겠다.

꼭 긴급재난지원금이라도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면 좋겠다.

다 같은 국민, 아니 사람이 아닌가.

[사진=강제윤 시인]
[사진=강제윤 시인]

노숙인 몇 분들의 사연을 들어봤다. 

<김재원(58세)씨> 광주 충장로가 고향. 주민등록지는 서울시 은평구 구산동. 서울역앞 노숙 5년째. 결혼하지 않아 가족이 없다. 부모 돌아가신 뒤 형제도 남남이다. 인력사무실을 통해 공사장 잡역부(일명 노가다)를 하며 생활비를 번다. 일이 있으면 벌고 없으면 역광장에서 지낸다. 어찌 신청하는 지 몰라서 못 받고 있다.

<김필수(51세)씨> 인천 계양이 고향. 주로 서울역 건너 명성직업안내소를 통해서 노가다를 나간다. 일이 없으면 역광장에서 지낸다. 오늘도 굶었다. 주민등록증이 없어서 신청을 포기했다.

<이기찬(65세)씨> 서울 아현동이 고향. 노숙 15년차. 서울역 인근 힐탑 고시원에서 살았던 까닭에 고시원으로 주소지가 되어 있다. 고시원을 나온 뒤 월 23만원씩 나오던 기초생활수급도 끊어졌다. 동사무소에서 왜 끊어버렸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동직원들과 사이가 안좋다. 돈이 있으면 고시원이나 쪽방에서 살기도 한다. 주거지가 일정하지 않으면 못 받는줄 알고 긴급재난지원금을 신청하지 않았다.

<류명철(78세)씨> 전남 고흥이 고향. 14살 때 고향을 떠나 평생 노숙을 했다. 신청 방법을 몰라 긴급재난지원금을 신청하지 못했다.

<성명 불상(50대후반)> 울산이 고향. 주민등록증이 없다. 울산까지 오고갈 수가 없어서 재난기금 신청을 포기했다.

<정정화(57년생)씨> 서울 동부이촌동이 고향. 멀쩡히 살아 있는데 사망신고처리가 되어 있어서 신청도 못했고 받을 수도 없다. 15년전 누나가 어머니를 치매 요양 병원 보내면서 아들이 있으면 지원을 받을 수 없기에 실종신고 후 사망 처리됐다. 세상에 없는 사람이라 형사입건도 안되고 벌금도 안 때려진다. 의정부 가정법원에 사망신고 취소심판소송을 냈다.

<박홍철(53년생)씨> 경기도 시흥시 정왕동에 주민등록이 있다. 정왕동사무소에서 재난기금을 신청해서 통장으로 받았는데 34만8000원만 들어왔다. 5만2000원은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다. 알아봐 달라.

34만8000원의 긴급재난지원금이 찍힌 박홍철씨의 통장. [사진=강제윤 시인]
34만8000원의 긴급재난지원금이 찍힌 박홍철씨의 통장. [사진=강제윤 시인]

*김조명(58세): 한국에서 출생해 평생을 살았지만 화교라 국적이 대만으로 되어 있어 재난기금 받을 수 없다. 다른 노숙자들도 김조명씨 같은 사람도 구제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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