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 3개월만에 처음 역성장...기준금리 0.25%p 또 낮추며 모든 수단 총동원

【뉴스퀘스트=최석영 기자】 한국은행이 28일 올해 우리나라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역성장 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은은 또 이날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현재 연 0.75%인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낮춰 0.5%로 조정했다.

지난 2월 한은은 올해 예상 성장률을 2.3%에서 2.1%로 한 차례 낮췄지만, 이후 각종 지표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경제 타격이 더 심각한 것으로 속속 확인되자 이를 반영해 2.3%p나 한꺼번에 끌어내린 것이다.

한은이 마이너스(-) 성장률 전망을 한 것은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7월의 -1.6%(2009년 성장률 예상) 이후 11년 만이다.

28일 오전 한산한 서울 명동 거리에서 취재진이 스마트폰을 들고 유튜브로 중계되는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를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8일 오전 한산한 서울 명동 거리에서 취재진이 스마트폰을 들고 유튜브로 중계되는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를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예상된 마이너스 성장

한은은 이날 발표한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1%에서 -0.2%로 대폭 낮췄다.

다만 이를 감안해 내년 성장률은 3.1%로 전망했다. 이는 직전 전망(2.4%)보다 0.7%p 높다.

한은이 이런 지표를 내놓게 된 이유는 앞서 1분기 성장률은 전기 대비 –1.4%를 기록했고, 2분기 들어서도 올해 성장 전망을 우울하게 보는 지표들이 나왔기 때문이다.

실제 4월 수출액이 작년 동월 대비 24.3% 감소한 데 이어 5월 1~20일에도 20.3% 줄었다.

우리나라의 마이너스 성장은 세계 금융위기 당시인 지난 2008년 4분기(-3.3%) 이후 11년 3개월 만이다.

한은의 성장률 하향조정은 이미 다른 기관들이 0% 안팎의 성장률 전망을 내놓으면서 일찌감치 예견됐지만 2.3%p나 큰 폭으로 내린 것은 다소 충격적이다.

이는 시장의 불확실성을 반영한 것으로 보이는데, 지난 20일 국책연구원인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올해 한국 경제의 연간 평균 성장률을 0.2%로 내다보면서 '하위 시나리오'로 -1.6%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당시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가장 가능성 높은 숫자는 0.2%다. 다만 불확실성이 높기 때문에 이보다 낮은 숫자도 가능하다. 역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한국금융연구원은 지난 14일 올해 성장률을 -0.5%로 제시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지난달 14일 한국 경제가 역성장(-1.2%)할 것으로 예상했고, 국제금융센터가 집계한 4월 말 현재 주요 해외 IB(투자은행)의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 평균(-0.9%) 역시 0%를 밑돌고 있다. ,

한은은 올해와 내년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각각 0.3%, 1.1%로 예상했다.

한국 경제가 '역성장'했던 해는 1953년 한국은행이 GDP 통계를 편제한 이후 1980년(-1.6%), 1998년(-5.1%) 단 두차례 밖에 없다.

한은이 마이너스(-1.6%)를 점쳤던 2009년에 실제 성장률은 0.2%였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8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제공/연합뉴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8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제공/연합뉴스]

◇ 한은 금통위, 기준금리 0.5%로 낮춰

한은 금통위도 이날 현재 연 0.75%인 기준금리를 0.5%로 0.25%p 또 낮췄다. 참석 위원 6명이 모두 인하에 동의해 소수 의견은 없었다.

앞서 지난 3월 16일 임시회의를 열어 '빅컷'(1.25%→0.75%)을 단행하며 사상 처음 '0%대 기준금리' 시대를 연 지 불과 2개월 만에 단행안 추가 인하다.

한은이 최근 수출 급감, 미국과 중국 등 주요국 성장률 추락 등으로 미뤄 코로나19에 따른 경제 타격이 예상보다 더 크고 심각하다고 판단한듯 하다.

금통위는 이날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에서 "코로나19 확산의 영향으로 국내경제 성장세가 부진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수요측면에서의 물가상승압력도 낮은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통화정책의 완화기조를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금통위는 "국내경제 성장세가 크게 둔화됐다. 소비가 부진하고 수출도 큰 폭 감소한 가운데 설비투자 회복이 제약되고 건설투자 조정이 이어졌다. 고용 상황은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취업자수 감소폭이 크게 확대됐다"며 경기가 전반적으로 부진하다고 판단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금통위 직후 간담회에서 "금통위는 코로나의 세계적 확산의 영향이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되고, 국내 물가 상승률도 큰폭으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됨에따라 기준 금리를 인하 하는 것으로 결정했다"며 "앞으로 (통화) 완화 기조를 유지하면서 국내 경제 회복을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3차 추가경정예산(추경)과 관련된 국채 공급 증가로 금리가 오르면 국고채 매입도 늘리겠다고 밝혔다.

그는 "3차 추경, 기간산업안정기금 등으로 대규모 국채 발행이 예상된다"며 "(채권) 수급 불균형에 따라 장기 금리의 변동성이 크게 확대되면 시장 안정화 차원에서 필요할 경우 (한은이) 국고채 매입에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이미 한은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환매조건부채권(RP) 무제한 매입 등 이른바 '한국판 양적 완화'에 나섰다. 유동성 공급을 위한 거의 모든 수단을 다 동원하고 있는 셈이다. 또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저신용 등급을 포함한 회사채와 기업어음(CP)을 사들이는 기구(SPV)에도 8조원을 대출하기로 했다.

한편 이 총재는 "오늘 인하로 기준금리가 실효하한(현실적으로 내릴 수 있는 최저 금리 수준)에 상당히 가까워졌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혀 한은의 기준금리 추가 인하 가능성은 크게 낮아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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