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35.3조원 규모, 반세만에 처음 한해 세번째 편성...국가채무 1년새 100조원↑

【뉴스퀘스트=최석영 기자】 정부가 여태껏 경험해 보지 못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발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35조3000억원의 3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내놨다.

이번 추경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를 넘어서 역대 최대 규모의 '초슈퍼급'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여섯 번째 추경 편성으로, 특히 한 해에 세 번씩이나 추경을 편성한 것은 1972년 이후 48년 만에 처음이다.

기업과 상인들이 경제위기를 버텨낼 수 있도록 유동성을 지원하고, 고용 충격에 대한 대응과 경기회복을 뒷받침할 재원을 담았다. 향후 5년간 76조원을 쏟아부을 '한국판 뉴딜'에 대한 투자에도 5조1000억원을 배정해 첫걸음을 뗀다.

정부는 3일 임시국무회의를 열어 이런 내용을 담은 '경제위기 조기극복과 포스트 코로나 시대 대비를 위한 제3회 추경안'을 확정, 4일 국회에 제출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29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0년도 제3회 추가경정예산안 사전 상세브리핑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안도걸 예산실장, 홍 부총리, 안일환 2차관, 최상대 예산총괄심의관. [사진=연합뉴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29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0년도 제3회 추가경정예산안 사전 상세브리핑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안도걸 예산실장, 홍 부총리, 안일환 2차관, 최상대 예산총괄심의관. [사진=연합뉴스]

◇ 어디에 얼마나 쓰이나

35조3000억원에 달하는 이번 추경안은 세출(歲出) 확대분 23조9000억원, 부족한 세수를 메우기 위한 세입(歲入) 경정분 11조4000억원이다.

세입 경정분은 코로나19로 인한 올해 경상 성장률 하락(3.8%→0.6%)과 세수부족을 감안, 이를 보전하기 위해 11조4000억원으로 규모로 책정됐다. 역대 최대급이다.

세출확대분 23조9000억원은 위기기업·일자리를 지키는 금융지원(5조원), 고용·사회안전망 확충(9조4000억원), 내수·수출·지역경제 활성화(3조7000억원), K-방역산업 육성과 재난대응시스템 고도화(2조5000억원)에 각각 투입한다.

포스트 코로나시대 새로운 성장발판 마련을 위한 '한국판 뉴딜'에는 5조1000억원을 투입하면서 5년간 76조원 투입을 위한 첫걸음을 뗀다.

이번 추경예산 중 11조3000억원은 경기 보강을 위해 쓴다.

8대 소비쿠폰 제공, 유턴 기업(리쇼어링) 지원, 노후 터널·철도와 같은 사회간접자본(SOC) 안전 보강 사업 등이 주를 이룬다.

9조4000억원은 직원을 내보내지 않은 기업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는 등 고용‧사회안전망 확충에 투입된다.

또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소상공인 및 중소기업을 위한 긴급자금 지원과 항공업과 같은 주력산업 분야 유동성 지원 펀드 조성 등도 포함됐다.

산업은행‧수출입은행 및 신용보증기금 등에 대한 출자‧출연 형태로 정부 자금이 들어간다.

지역사랑상품권과 가전제품 소비 확대를 위한 예산, 우리나라로 유턴하는 기업에 대한 전용 보조금 신설 등도 주요 세출 항목이다.

'한국판 뉴딜'에 대한 투자로는 디지털 뉴딜에 2조7000억원, 그린뉴딜에 1조4000억원, 고용 안전망 강화에 1조원 등 연내 총 5조1000억원을 투입하는 내용이 담겼다.

전국 약 20만개 초·중·고 교실에 와이파이망을 구축하고, 내용연수 초과 노트북 20만대를 교체한다.

보건소나 동네의원을 중심으로 건강 취약계층이나 당뇨·고혈압 등 경증 만성질환자 8만명을 대상으로 웨어러블이나 모바일기기를 활용한 원격건강관리를 시작한다.

보건소에서 방문 건강관리를 받거나 요양 시설 등에 있는 노인 2만5000명에 대해 사물인터넷(IoT)을 통한 맥박·혈당·활동 등 돌봄도 개시한다.

2352억원을 들여 노후화로 에너지효율이 떨어진 낡은 공공시설에 대한 그린리모델링에 착수한다. 노후 공공임대주택 1만호와 어린이집 529곳, 보건소·의료기관·학교 612곳 등에 고효율 단열재를 설치하고, 환기 시스템을 보강해 에너지효율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3000억원을 들여 산업단지와 주택, 건물, 농촌에 태양광발전시설 보급을 위한 융자 지원을 확대한다.

[그래픽=연합뉴스]
[그래픽=연합뉴스]

◇ 적자국채 24조…국가채무 1년새 99.4조원 순증

정부가 이번 '초슈퍼추경'을 위해 24조원에 달하는 적자국채를 찍어내기로 함에 따라 나라살림 적자비율은 종전 최고 수준이던 외환위기를 넘어 사상 최대로 올라서게 됐다.

정부는 이번 3차 추경을 30조원대 중반으로 키우기 위해 마른 수건을 쥐어짜듯 추가 지출구조조정을 해 9조2000억원을 마련했지만 추경 규모가 워낙 큰 탓에 기금활용(9000억원)을 뺀 나머지 24조원은 적자국채 발행으로 충당하기로 했다.

이로 인해 대표적인 재정 건전성 지표인 GDP 대비 관리재정적자 비율은 사상 최대인 5%대 후반으로 치솟고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43.5%에 도달할 것으로 추산됐다.

통합재정수지에서 4대 보장성 기금을 제외해 정부의 실제 재정 상태를 나타내는 관리재정수지는 2019년도 본예산 기준 37조6000억원 적자에서 올해 본예산과 1~3차 추경을 거쳐 112조2000억원 적자로 적자폭이 74조6000억원 불어난다.

이에 따라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비율은 1.9%에서 5.8%로 올라간다. 2차 추경 기준은 4.5%였다.

이 적자비율은 외환위기 후폭풍이 거셌던 1998년(4.7%)을 넘어서는 것으로, 5% 돌파는 처음이다.

2019년 본예산 기준 740조8000억원이었던 국가채무는 840조2000억원으로 100조원 가까이 증가한다.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37.1%에서 43.5%로 올라간다. 올해 본예산 기준 39.8%에서 1~2차 추경을 거치며 41.4%로 올라선 데 이어 3차 추경으로 2.2%포인트 또 올랐다.

이로써 재정 당국이 그동안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봐 왔던 국가채무비율 40%, 관리재정수지 적자비율 3.0%가 허물어졌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경제위기 상황에서 최후의 보루인 국가 재정이 역할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그런 점에서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43%대로 상향되더라도 3차 추경 작업이 불가피했다"고 말했다.

이어 "국가채무 수준이 올라가는 것이 두려워 재정이 아무것도 하지 않을 거냐는 선택지도 있겠지만 비록 국가채무비율이 올라가더라도 재정이 역할을 해서 단기간에 성장을 견인하고 건전 재정을 회복할 수 있다면 충분히 감내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경기가 워낙 안 좋다 보니 지출 확대, 재정적자 확대는 어느 정도 불가피한 상황으로, 재정건전성은 중장기적 문제로 다뤄야 한다"고 말했다.

홍 부총리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과 비교하면 우리나라의 일반정부 부채 비율이 크게 낮은 점을 근거로 들며 우리 재정 상태는 양호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다만 국가채무 증가 속도에 대해서는 재정당국도 경계하고 있고, 중기적인 재정건전성 확보를 위한 노력을 적극 기울여 나가겠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뉴스퀘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