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구속영장 청구 움직임에 초강수 대응...대기업 총수론 처음 "얼마나 답답했으면"

검찰은 지난달 26일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처리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정에 대한 의혹에 대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소환 조사했다. 사진은 지난달 19일 중국 시안 반도체 공장을 방문한 뒤 귀국하고 있는 이 부회장. [사진=연합뉴스]    hkmpooh@yna.co.kr (
검찰은 지난달 26일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처리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정에 대한 의혹과 관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소환 조사했다. 사진은 지난달 19일 중국 시안 반도체 공장을 방문한 뒤 귀국하고 있는 이 부회장.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박민수 기자】 "또 다시 구속되는 것은 부당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처리,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과정이 과연 기소까지 할 만한 사건인지 외부 전문가들이 판단해달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검찰 기소의 타당성에 대해 외부 전문가들이 판단해 달라며 '검찰수사심의위원회'의 심의를 신청한 것으로 3일 알려졌다.

재계는 이에 대해 "지난달 말 검찰의 소환 조사 이후 재구속에 대한 부담을 느낀 이 부회장이 얼마나 답답했으면 저렇게까지 나오겠느냐"며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우려한 삼성으로서는  '최후의 카드'까지 꺼냈다"고 평가했다.

삼성이 이처럼 검찰의 심기를 건드리면서까지 초강수를 둔 배경은 지난 18개월 동안 삼성을 탈탈 털다시피한 검찰이 이부회장에 대한 기소는 물론 구속 영장까지 청구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재계는 "검찰이 지난 18개월 동안 수사한 마당에 그냥 넘어갈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며 "삼성 입장에서는  쓸 수 있는 카드는 모두 다 써보자는 전략을 펼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18개월 동안이나 삼성을 들쑤셨지만 결정적 한방은 없는 것 아니냐"며 "검찰이 무리하게 구속영장을 청구할 경우 삼성을 길들이기 위한 검찰권 남용의 무분별한 표적수사로 비칠 소지가 있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삼성 입장에서는 잇단 압수수색과 경영진 소환으로 삼성그룹이 정상적인 경영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고육지책일 것이라는 안타까운 시선도 있다.

대기업 총수가 검찰수사심의위 심의를 요청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건에 대해서도 학계에서는 검찰과 다른 시각을 보이는 경우도 있다.

'회계처리 방식'의 차이일 뿐이며, 당시 관련 기관의 정상적인 절차에 따른 것으로 불법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병태 KAIST 경영대 교수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 건은 전 정부 하에서 여러 번 확인하고 문제가 없다고 한 사안인데 정권이 바뀌자 분식회계로 돌변했다"며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주장은 회계학을 아는 사람 입장에서는 말도 안 되는 논란"이라고 말했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도 전문가 토론회에서 "증권선물위원회의 고의 분식회계 결정은 논리나 팩트 모두 근거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전문가들 사이에서 비판이 제기되는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검찰쪽에서는 계속 '기소 임박', '구속영장 청구' 등의 이야기가 흘러나오자, 삼성이 "더 이상 밀릴 수 없다"며 반격카드로 검찰수사심의위 신청을 꺼낸 것이란 분석이다.

실제 검찰수사심위가 열려 권고를 내린 사례는 여러 개 있다.

수사심의위는 지난 2018년 제천스포츠센터 화재참사 시 소방서장, 지휘조사팀장 등의 부실대응 혐의에 대해 불기소를 권고한 바 있고, 또 기아차 노조간부 고소 사건에서 불법파업 혐의로 입건된 노조 간부들에 대해 기소 유예를 권고했다.

제천스포츠 화재 참사는 '긴박한 화재 상황과 위험 속에서 화재 진압에 집중한 소방관들에게 인명 구조 지연으로 인한 형사상 과실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취지였고 기아차 노조 간부 고소사건은 '불법 파업의 요건을 갖췄더라도 불법 파업에 이르게 된 사정이나 피해 규모 등을 두루 살펴야 한다'는 취지였다.

한편 검찰은 검찰수사의 절차 및 결과에 대한 국민의 신뢰제고를 위해 국민적 의혹이 제기되거나 사회적 이목이 집중되는 사건에 대한 검찰의 수사계속 여부 등을 심의하는 검찰수사심의위를 지난 2018년부터 구성 운영하고 있다.

검찰수사심의위는 100명 이상의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위원 후보군에서 무작위로 10여명을 선정, 구성한 뒤 검찰 수사의 정당성을 심의한다. 

100여명의 검찰수사심의위원 후보군에는 법조인 외에도 학계, 언론계, 시민단체, 문화 예술계 등 사회 각 분야의 전문가들로 구성돼 있다.

신청 당사자는 검찰수사심의위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검찰의 피의자 소환 조사를 받지 않아도 된다.

문무일 전 검찰총장은 지난 2017년 검찰수사심의위 도입에 앞서 "검찰을 불신하는 배경에는 '왜 그 수사를 했느냐', '수사 착수 동기가 뭐냐' 등에 대해 의심하는 경우가 있고 '과잉 수사와 수사 지체에 대한 문제 제기'도 많다"며 도입 배경을 설명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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