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폐청산이라는 미명아래
권력의 힘 확인에 지지세력 결집 효과도

불법 경영승계 의혹을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8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불법 경영승계 의혹을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8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박민수 편집국장】 현 정권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손보기가 집요하다.

단순히 손을 보는 정도가 아니라 아주 뿌리를 뽑아버릴 기세다.

현 정부 들어 이 부회장은 이미 한차례 곤욕을 치렀다.

2017년 2월 국정농단 사건으로 구속돼 353일간 감옥에 있었다.

2018년 2월 5일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난 지 2년 4개월, 이 부회장은 또다시 감옥에 갈지 말지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는 신세다.

검찰은 이 부회장을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의 불법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국정 농단사건과 최순실 뇌물 공여혐의에서 시작된 현 정권의 이 부회장 죽이기는 분식과 합병 과정의 불법 행위 수사로 이어지면서 무려 4년째 계속되고 있다.

특히 검찰은 두 혐의에 대해 지난 1년6개월 동안 삼성에 대해 50여차례 압수수색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이 부회장과 전 현직 고위 임원 30여명이 110여차례 검찰의 부름을 받았다.

이 정도면 검찰이 삼성을 '탈탈 털었다'고 해도 전혀 심하지 않다.

내리막길 세계 경제에 코로나19까지 겹쳐 대부분 기업들의 경영실적은 악화일로다.

삼성도 예외가 아니다.

여기에 총수와 경영진까지 검찰에 불려 다녔으니 회사가 제대로 돌아가는 게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그런데도 버티는 걸 보면 삼성의 저력은 용하기도 하고 신기하다.

만약 이런 일이 현 정권과 코드가 맞는 인물이나 조직, 집단에서 벌어졌다면 벌써 난리가 나도 백번은 더 났을 게 분명하다.

정의기억연대 마포 '평화의 우리집' 쉼터 소장은 검찰이 부르지도 않았는데 압박감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만큼 검찰이 칼을 빼는 시늉만 해도 상대방은 압박감과 부담을 느낄 수 밖에 없다.

오죽하면 더불어민주당 윤미향 의원은 소장이 숨진데 대해 검찰과 언론에 분노를 나타냈을까?

윤 의원은 자신의 SNS에 올린 추모사에서 "마치 쉼터가 범죄자 소굴처럼 보도를 해대고, 검찰에서 쉼터로 들이닥쳐 압수수색을 하고, 매일같이 압박감, 죄인도 아닌데 죄인의식을 갖게 했다"고 적었다.

윤 의원의 시각에서 바라본다면 언론과 검찰이 매일 들이닥친 삼성 역시 범죄자 소굴이어야 한다.

불법 경영 승계 의혹을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8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불법 경영 승계 의혹을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8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그렇다면 현 정권은 왜 이처럼 집요하게 삼성 때리기에 나섰으며 언제까지 계속될까?

회사는 고사하고 동네 구멍가게를 운영해본 사람은 안다.

아무리 구멍가게라 하더라도 주인이 있고 없고는 생존에 절대적 영향을 미친다.

주인과 종업원의 생각은 분명히 다르다.

종업원에게 주인의식을 가지고 일하라는 것은 한갓 말장난에 불과하다.

종업원은 절대 주인과 똑같은 생각을 가질 수 없다.

반대로 주인에게 종업원의 입장에서 생각하라는 이야기도 공자님 말씀이다.

각자의 역할은 분명히 구분되며 각자의 의무와 책임도 그 무게가 다르다.

그런데도 삼성 아니 이 부회장을 바라보는 현 정권의 시각은 걱정스럽다.

기업이야 망하든 말든 삼성이 어떻게 되든 오불관언이다.

삼성을 때려잡을 수만 있다면 국가경제나 기업의 앞날은 안중에도 없다는 태도다.

물론 기업이든 기업인이든 법법 행위를 저질렀다면 그에 대한 책임과 죄를 묻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과연 1년 6개월 동안의 장기 수사 배경에 다른 의도가 도사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음모론을 떠올린다. 

다 방송인 김어준 덕분이다.

그가 자주 써먹는 것처럼 냄새가 나는 것은 아닌지 자꾸 코를 갖다대고 싶어진다.

아마 현 정권은 이 부회장 때려잡는 것이 실보다 득이 더 많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속된 말로 이 부회장을 옭아맬 경우 여러 사람이 또 여러 부류의 이해관계 집단이 행복해질 수 있다면 이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이 부회장 쯤이야 목적을 위한 희생양, 버리는 카드로 삼아도 전혀 아깝지 않다.

특히 권력을 쥔 입장에서는 요즘 그 힘의 크기를 확인할 뿐 아니라 칼 휘두르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현 정권의 칼날은 적폐청산이라는 미명 아래 대한민국의 모든 근간을 다 바꿀 기세다.

권력의 칼날은 거침이 없다.

심지어 검은 것도 희다고 할 정도로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여기에 정권의 전위대는 하이애나 처럼 반대파가 나타나는 즉시 달려들어 갈기갈기 물어뜯는데 주저함이 없다. 

이 부회장 손보기 덕분에 속으로 웃음을 참지 못하는 사람들은 또 있다.

바로 법조인들이다.

이 부회장은 이번 검찰과의 싸움에서 검찰 '특수통' 출신의 호화 변호인단을 꾸렸다.

아무리 작은 송사라도 한번 겪어 본 사람들이면 안다.

송사에 휘말리는 순간 패가망신 할 정도로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

당연히 이부회장을 변호하는 변호사와 로펌들은 엄청난 수임료를 챙길 것이다.

이들은 정무적 처리가 충분히 가능한 사안에 대해서도 법대로 맞서자로 주장한다.

이것뿐 아니라 괜히 있는 사람들 꼴 사납고 부자라면 그냥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이 부회장을 두들겨 패는 거 보면서 쾌감을 느낄 것이다.

무엇보다 현 정권 입장에서는 이 부회장이야말로 열렬 지지층들 선동해서 정권을 유지하는 아주 훌륭한 먹잇감이 될 수도 있다.

이렇게 박수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 부회장 한 명 쯤이야, 삼성이야 살아남든 말든 안중에도 없는 것이 당연하다.

한국경제가 수렁으로 빠지든 말든 상관없다.

목적 달성을 위해서라면 웬만한 것은 희생되더라도 수단과 방법이 정당화 되는 세상에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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