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불법행위 관여 혐의 의혹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9일 오전 경기도 의왕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삼성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불법행위 관여 혐의 의혹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9일 오전 경기도 의왕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동호 기자】 검찰이 이재용(52)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청구한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원정숙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9일 새벽 "불구속재판의 원칙에 반해 피의자들을 구속할 필요성 및 상당성에 관해서는 소명이 부족하다. 기본적 사실관계는 소명됐고, 검찰은 그간의 수사를 통해 이미 상당 정도의 증거를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며 영장 기각 사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이 사건의 중요성에 비춰 피의자들의 책임 유무 및 그 정도는 재판과정에서 충분한 공방과 심리를 거쳐 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이로써 이 부회장은 지난 2018년 2월 집행유예 판결로 풀려난 뒤 2년 4개월 만에 다시 수감될 위기에서 벗어났다.

특히 삼성전자도 총수 공백이라는 기업의 위기에서 벗어나 안정을 찾게 될 전망이다.

또한 법원은 이날 이 부회장과 함께 구속영장이 청구된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과 김종중 전 미래전략실 전략팀장(사장)의 구속영장도 기각됐다.

검찰은 이에 앞서 이 부회장 등 3명에게 자본시장법상 시세조종·부정거래, 주식회사외부감사법 위반 등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지난 2015년 5월 이사회를 거쳐 제일모직 주식 1주와 삼성물산의 주식 약 3주를 바꾸는 조건으로 합병을 결의했다.

이와 관련 검찰은 당시 삼성 측이 이 부회장의 지분이 높은 제일모직의 가치를 과대 평가해, 상대적으로 삼성물산의 주가를 낮추는 방식으로 합병 비율을 맞추려 했다고 보고 있다.

또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 부정도 이 부회장의 삼성 경영권 승계를 위해 유리하게 진행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그러나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이 법원에 의해 기각되면서 무리한 영장청구가 아니었냐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이 부회장 등이 지난 2일 기소 타당성을 검찰수사심의위원회에서 판단해달라며 서울중앙지검에 수사심의위 소집을 신청한 것에 대한 맞대응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실제로 이번 영장 심사 전 재계 관계자들은 "무리한 수사에 무리한 영장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며 "(검찰이) 자존심이 상했다는 이유로 오기를 부리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어 "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신청하자마자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식이라면 이런 제도는 뭐하러 있는 것이냐"며 "피의자는 억울함을 호소할 방법이 없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다만 이번 법원의 영장기각으로 검찰의 보강수사도 불가피해져 향후 재판에 있어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한편, 삼성은 또 한번의 ‘총수 공백’이라는 위기를 벗어났지만 이번을 계기로 준법경영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설치 등은 법원의 권고사항으로 앞으로 이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을 시 이 부회장의 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달 준법경영을 기조로 한 '뉴삼성'을 다짐하며, 4세 경영 포기 등을 선언한 바 있다.

이 부회장은 당시 "삼성이 글로벌 1위 기업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때로는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고 오히려 실망을 안겨드리고 심려를 끼쳐드리기도 했다"며 "이는 법과 윤리를 엄격하게 지키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반성했다.

그는 이어 "저는 제 아이들에게 회사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을 생각"이라며 4세 경영 포기 의사를 분명히 했다.

또한 "준법은 결코 타협할 수 없는 가치다. 저부터 준법을 거듭 다짐하겠다. 준법이 삼성의 문화로 확고하게 뿌리내리도록 하겠다"며 "저와 관련한 재판이 끝나더라도 삼성준법감시위원회는 독립적인 위치에서 계속 활동할 것이다. 그 활동이 중단없이 이루어지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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