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도민요 공연 장면.
서도민요 공연 장면.

【뉴스퀘스트=하응백 문화에디터 】 1. 서도민요 중에 <난봉가>라는 노래가 있다.

난봉가는 대개 황해도 지방의 민요로 <자진난봉가>, <타령난봉가>(<병신난봉가> 혹은 <별조난봉가>), <사설난봉가>, <숙천난봉가>, <개성난봉가> 등 많은 종류가 있으나, 그 원판은 <긴난봉가>이다. 도드리장단이나 중모리장단으로 혹은 굿거리장단으로도 많이 한다.

노랫말은 대개 사랑타령이다. <긴난봉가>를 먼저 부르고 뒤이어 <사설난봉가>를 부른다. <사설난봉가>의 노랫말은 해학성이 매우 뛰어나다. 몇 구절을 들여다보자.

왜 생겼나 왜 생겼나 요다지 곱게도 왜 생겼나

[왜 생겼나 왜 생겼나 요다지 곱게도 왜 생겼나, 무쇠풍구 돌풍구 사람의 간장을 다 녹여 내누나]

앞집 처녀가 시집을 가는데 뒷집 총각은 목매러 간다

[앞집 처녀가 시집을 가는데 뒷집 총각은 목매러 간다 사람 죽는 건 아깝지 않으나 새끼 서발이 또 난봉나누나]

물 길러 간다고 강짜를 말고 부뚜막 위에다 우물을 파렴

[물 길러 간다고 강짜를 말고 부뚜막 위에다 우물을 파렴]

“왜 생겼나 왜 생겼나 요다지 곱게도 왜 생겼나, 무쇠풍구 돌풍구 사람의 간장을 다 녹여 내누나”라는 구절은 은근한 성적 암시가 포함되어 있는데 바로 ‘풍구’라는 단어 때문이다.

‘풍구’는 불을 피울 때 혹은 곡식을 선별할 때 바람을 일으키는 기구를 말한다. ‘풀무’라고도 한다.

풀무질은 남녀의 성관계를 암시하기도 한다.

임이 예쁘고 아름다워서 마음의 바람을 일으켜 간장이 다 녹아난다는 뜻이다.

앞에 무쇠풍구와 돌풍구가 배치되어 있음으로 인해 성관계가 사람의 마음을 녹인다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는 것이다.

“앞집 처녀가 시집을 가는데 뒷집 총각은 목매러 간다, 사람 죽는 건 아깝지 않으나 새끼 서발이 또 난봉나누나”도 앞집 처녀가 시집을 가니 그 처녀를 연모하던 뒷집 총각이 목매러간다는 것이다.

대개 이 노래를 처음 듣는 사람은 이 대목에서 웃음을 머금게 되는데, 이 가사의 해학성은 여기서 더 나아간다.

즉 ‘새끼 서발이 또 난봉나누나’에서 보는 것처럼 총각이 죽는 것은 아깝지 않지만 총각이 목맬 때 사용하는 새끼줄 세 발 조차도 바람이 난다는 것이다.

새끼줄을 의인화해서 난봉의 전염성을 해학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물 길러 간다고 강짜를 말고 부뚜막 위에다 우물을 파렴”에서는 아내가 물길러 가는 것조차 싫다고 남편이 투정을 부리는 것을 표현한다.

그래서 아내가 차라리 (부뚜막에 우물을 파면 물 길러 가지 않아도 되니) 부뚜막에 우물을 파라고 한다.

이 가사는 두 가지 상황이 가능한데 하나는 남녀가 너무 정이 깊어 한날한시도 떨어지기 싫다는 표현이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의처증 많은 남편을 풍자하는 내용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해학성이 매우 뛰어난 가사인 것이다.

기층 민중 사이에서 자연발생적으로 탄생한 <난봉가>나 <긴아리> 같은 소리는 가사 내용이 함축적이며 대단히 해학적이다.

같은 서도소리 중에는 <수심가>나 <관산융마>와 같이 주로 지식인층이 즐겼을 노래도 있다.

한시(漢詩)에 곡을 붙였으니 기층 민중은 소리를 들어도 그 뜻을 이해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발생적으로 보면 <난봉가>나 <긴아리>는 일반 백성들이 주로 불렀던 노래이며, <수심가>나 <관산융마>는 주로 전문 가창자, 즉 서도의 기생들 사이에서 전파되고 전수되었던 노래다.

<수심가>나 <관산융마>가 우아하고 기품이 있다면, <난봉가>는 재미있고 재기발랄한 민중 속의 노래다.

2. 서도 민요 중에 <풍구타령>이란 노래가 있다.

사설이 간단하고 곡조가 비교적 쉬운 토속민요다. 평안도와 황해도 지방에서 널리 불렸던 것으로 보인다.

대개 우리 국악가사의 사설은 성적인 내용을 담더라도 은근하거나 에둘러 말하거나 비유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이 <풍구타령>은 비유적이긴 하지만 대단히 직설적이다. 외설적인 가사이며, 요즘말로 하면 ‘19금(禁)’이다.

신계 곡산에 풍구는 칠팔명이 불어도

우리 둘이 풍구는 단둘이만 분다네

 

삼수갑산에 풍구가 얼마나 좋은지

꽃같은 날 두구 풍구 불러만 간다네

 

신계 곡산에 풍구는 무쇳덩이도 녹이는데

우리집 낭군은 풍구 불러만 간다네

 

벌나비의 풍구는 새근 달달 불어도

대장간에 풍구는 풀떡풀떡 분다네

 

요지경에 풍구는 새큼 생큼 불어도

이불 속에 풍구는 둥기 당실 분다네

 

시누 올케 풍구는 왈각 달각 불어두

남의 사랑 풍구는 연사 연실 분다네

 

늙은 과부 풍구는 수다 떨구 불어두

며느리방에 풍구는 소리두 없이 분다네

 

갈잎에 부는 풍구는 버석버석 불어두

이불 속에 풍구는 꾹꾹 눌러 분다네

 

입으로 부는 풍구는 후후 후후 불어두

눈이 맞는 풍구는 찰떡 풍구로 분다네

풀무에는 발풀무, 손풀무 등 여러 종류가 있는데, 여기서는 손잡이를 잡아당겼다 밀었다 하며 바람을 일으키는 풀무를 지칭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 노동행위를 성행위로 대치하여 상상하고 재미있어 하면서 노래하는 것이다.

즉 풍구질을 남녀의 교합 행위를 비유하는 뜻으로 사용하면서 노래하는 자나 노래를 듣는 자 모두 낄낄거리며 머릿속에서는 외설적인 장면을 상상하게 하는 것이 이 노래의 기능이다.

노랫말 하나하나를 들여다보면, “신계 곡산에 풍구는 칠팔명이 불어도 우리 둘이 풍구는 단둘이만 분다네”는 신계 곡산은 철광석 산지이니까, 대장간도 많았을 것이니 자연 여러 명이 진짜 풍구를 불며 일을 한다.

하지만 우리 둘의 풍구는 성행위니까 둘이 부는 것이 당연하다. 다음 노랫말은 남편이 바람기를 간접적으로 비난한다. 실소가 나오는 가사는 “늙은 과부 풍구는 수다 떨구 불어두 며느리방에 풍구는 소리두 없이 분다네”이다.

늙은 과부는 요란스럽게 풍구를 불고, 갓 시집온 며느리는 소리없이 풍구를 불 수 밖에 없다. 이 말 자체가 술자리에서나 할 수 있는 외설적인 것인데 나머지는 독자의 상상에 맡긴다.

더 의미심장한 가사는 “눈이 맞는 풍구는 찰떡 풍구로 분다네”이다.

사랑과 성행위의 일체성을 말하는 것인데, 쉬운 가사로 사랑의 본질을 파악하는 것이야말로 우리 민요가 가진 장점 중의 하나인 것이다.

그런데 더 황당하게 웃기는 일은 이 <풍구타령>을 어린 아이들에게 가르쳐주고 심지어 공연에서도 이 노래를 시킨다는 점이다.

노랫말이 쉽고 곡조도 서도민요 중에서는 비교적 쉬워 그렇기는 하나 이 노래의 뜻을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 노래가 동심으로 부르는 어린 아이의 맑고 고운 목소리를 통해, 그리고 귀여운 율동을 통해 표현될 때 어떠한 표정을 지어야할까.

공연에서 이러한 상황에 직면해서 황당해 하는 사람은 나뿐이었으면 다행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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