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시대 화두는 지역화·다핵화...中 대체할 생산거점 마련필요
유엔 "2분기 국제무역 27% 감소...한국은 4월 수출 25%·수입 16% 감소"

【뉴스퀘스트=최석영 기자】 세계 각국 정부와 기업들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아 핵심 산업을 국내로 복귀시키거나 여러 나라로 분산하는 지역화·다핵화가 가속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기업들이 그동안 인건비가 싸고 각종 혜택이 많은 국가를 찾아 공장을 건설하는 '세계화'에 전력했다면, 이번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이동이 막히면서 겪는 고통을 경험하면서 '탈세계화'에 나설 것이라는 의미다.

이에 우리 기업들도 리쇼어링(생산거점의 본국 회귀)과 함께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주요 산업에서 중국을 대체할 수 있는 생산 거점을 확보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실제 11일(현지시간)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각국이 국경을 봉쇄하면서 올해 2분기 국제무역이 전 분기 대비 27% 줄어들 것으로 추산됐다.

지난 1일 부산항 신선대부두와 감만부두에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1일 부산항 신선대부두와 감만부두에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다. [사진=연합뉴스]

◇ 글로벌 가치사슬 '지역화·다핵화'가 대세

12일 대한상공회의소와 법무법인 광장 통상연구원이 서울 중구 상의회관에서 개최한 '제1차 통상포럼'에서 정철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코로나19 대유행 결과로 탈세계화가 뚜렷해지고 있다"며 "글로벌 가치사슬이 지역화·다핵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코로나19를 경험하며 정부와 기업들이 기존에 효율성 극대화 차원에서 특정 일부 국가로 집중해놨던 핵심 산업 생산 공정을 국내화하거나 분산시킬 것이라는 설명이다.

정 선임연구위원은 "코로나19 영향으로 선진국을 중심으로 각국에서 중국에 과도하게 집중된 가치사슬의 리스크를 관리·조정하려는 움직임이 있다"며 "앞으로 비대면 경제가 활성화하고 기술 패권 경쟁이 심화하면서 글로벌 가치사슬이 재편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제네바 대사를 지낸 최석영 법무법인 광장 고문은 각국이 코로나19에 대응하면서 외국인 입국을 제한하고 자국 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 자국 위주의 일방적 조치를 취하면서 다자주의가 위축되고 정부의 시장개입이 확대됐다고 평가했다.

최 고문은 미중 무역갈등과 관련 "통상협정 1단계 합의는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에 체결된데다 합의 내용도 현실성이 떨어져 이행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코로나19 피해 책임을 중국에 제기하면서 미중 갈등이 다시 격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정부, 학계, 업계 등 전문가들도 중국 의존도가 높은 우리 기업들이 중국 의존도를 전략적으로 조정하고 중장기적으로 생산거점을 다양화하는 '차이나+알파' 전략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2020년 국가별 수출 증감률. [자료=UNCTAD]
2020년 국가별 수출 증감률. [자료=UNCTAD]

◇ 유엔 "2분기 국제무역 27% 금감할 것"

이런 탈세계화를 추진해야하는 근거는 무엇보다 세계 각국으로의 교류 자체가 막히면서 '글로벌 가치사슬' 붕괴되고 있기 때문이다. 완제품의 수출입은 물론 부품 조달 자체가 불가능해졌다는 의미다.

실제 UNCTAD는 올해 2분기 국제 무역이 코로나19 여파로 27%나 급감하고, 올해 전체로도 20%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1분기엔 5%의 감소율을 보였지만 코로나19가 전세계로 확산되면서 감소 폭이 크게 늘었다.

UNCTAD는 "불확실성이 지속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 전체적으로 20%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은 4월 수출과 수입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5%, 16% 감소했고, 중국은 수입이 14% 줄어든 반면 수출은 3%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역별로는 4월 한 달 동안 남아시아·중동 지역은 수출과 수입이 각각 40%, 23% 줄어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북미는 수출이 32%, 수입이 24% 줄었고 유럽은 수출과 수입이 각각 14% 감소했다.

동아시아·태평양 지역은 수출과 수입의 감소율이 각각 4%와 2%로 다른 지역보다는 선방했다.

산업별로는 같은 기간 자동차(-49%)와 에너지(-39%)의 수출입 감소 폭이 컸다.

반면 마스크와 손세정제, 인공 호흡기 같은 코로나19 관련 의료용품은 116% 증가했으며, 특히 중국의 경우 의료용품 수출이 338%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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