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노션, 글로벌 광고기업으로 이끌어..."현대차 울타리 뛰어 넘어야" 과제

【뉴스퀘스트=김선태 기자】 "현대가 사람들은 모두 왕회장(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기(氣)를 물려받은 사람들인 것 같다."

현대기아차그룹의 한 임원이 사석에서 한 이야기다. 

자녀들 뿐 아니라 그 자녀들의 자녀들의 경영 행보나 움직임을 보면 정 전 명예회장를 꼭 빼닮았다는 의미다. 

[자료사진=이노션]
[자료사진=이노션]

◇ '정주영 정신' 물려받은 현대차의 장녀

지금으로부터 2100년 전 '사기'를 쓴 사마천은 '열전'의 '화식(貨殖)' 편에서 당대에 부를 쌓아 명성을 남긴 인물들의 사례를 남겼다.

이들을 두루 살핀 뒤 사마천은 "현명한 사람만이 부를 크게 쌓을 줄 알고 크게 사용할 줄 안다"고 했다.

사마천은 또 이렇게 덧붙인다.

"1년을 살려거든 곡식을 심고, 10년을 살려거든 나무를 심고, 100년을 살려거든 덕행을 베풀어야 한다."

가령 노나라 조 땅의 병씨는 대장장이였지만 행상으로 거부가 되어 누구에게나 돈을 빌려주었다.

제나라 귀족 조간은 노예를 신임하여 부자로 만들어주었고, 선곡의 창고관리 임씨는 몸에 밴 검소함으로 부를 쌓아 마침내 천자가 그를 존중하게 되었다.

우리 현대사를 돌아보면 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것이라는데 이견이 없을 듯 하다.

정 전 회장은 부를 쌓는 과정에서 사마천이 설명한 바와 유사한 길을 걸었다.

소학교 시절 농사로 일어설 수 없음을 알고 네 차례 가출 끝에 도시 공사판에서 돈을 모았다.

그것이 여의치 않자 이곳저곳 살핀 끝에 쌀가게에서 일해 사업할 돈을 모았다.

자동차 수리업을 하다 느낀 바 있어 토건업에 뛰어들더니 사력댐을 짓고 고속도로를 닦았으며 국산차를 내놓았고 세계적인 조선소를 세웠는가 하면 소떼를 몰아 판문점을 건너갔다.

그가 어려움을 매번 극복하며 더 큰 사업으로 나아갈 수 있었던 것은 사마천의 말처럼 현명하게 부를 대할 줄 알았기 때문이다.

정 전 명예회장의 실질적인 장남인 정몽구 회장에게도 비슷한 점이 많다.

지난 2000년 3월 부친에게서 현대자동차를 물려받을 당시만 해도 회사는 미래를 내다보기 어려웠다. 

하지만 정 회장은 그해 7월 '10년 10만마일 보증제'라는 파격적인 승부수로 미국 시장에 안착하는 등 단기간에 사업을 세계적인 규모로 키워냈다.

지금은 아들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경영자로 나서 새 사옥 준공과 함께 새로운 도약을 꿈꾼다.

그와 달리 정 회장의 장녀 정성이는 할머니 변중석 여사나 어머니 이정화 여사가 그러했듯 경영과는 무관하게 집안을 지키며 지냈다.

그러다 2005년 3월 여덟 살 아래인 막내동생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기아차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한 뒤, 비로소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낸다.

2005년 7월 정성이 이노션 고문의 첫 대외무대인 '그랜드 카니발 신차 발표회'에서 정몽구 현대차 회장(맨 오른쪽)이 이희범 전 산업자원부 장관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현대차 제공]
2005년 7월 정성이 이노션 고문의 첫 대외무대인 '그랜드 카니발 신차 발표회'에서 정몽구 현대차 회장(맨 오른쪽)이 이희범 전 산업자원부 장관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현대차 제공]

◇ 20년 전업주부 끝, '이노션'으로 데뷔

정성이 이노션 고문은 1962년 9월 서울에서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장녀로 태어났다.

1985년 이화여대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곧바로 영훈의료재단을 설립한 정형외과 전문의 고 선호영 박사의 둘째아들 두훈씨와 결혼했다.

두훈씨는 대전 선병원 이사장으로 서울 한남동 집과 대전을 오가며 일했다.

성이씨는 집안의 전통에 따라 남편을 내조하며 전업주부의 길을 걸었다.

자연스럽게 주위에서는 성이씨가 의사 집안의 대를 잇는 큰사위 아내로 살 것이라 믿었다.

하지만 부친 정몽구 회장은 맏 딸에 대해 다른 계획을 품고 있었다.

지인들이 정 회장에 대해 언론에 밝힌 공통된 인상은 "겉은 우직하면서 속은 여리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 집안 내력이 그러하듯 가족에 대한 책임감은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깊었다고 한다.

정몽구 회장의 이런 성정이 맏딸에게 미안함으로 작용했음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2003년 정몽구 회장은 부인인 고 이정화 여사와 딸 성이에게 제주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 이사직을 넘기면서 딸의 18년 전업주부 이력에 마침표를 찍게 했다.

현대모비스가 동서산업으로부터 인수한 제주다이너스티의 경영을 모녀에게 맡긴 것이다.

생애 처음 경영 일선에 나선 정 고문은 사명을 해비치리조트로 바꾼 뒤 확장공사를 거쳐 2010년 현재의 이름으로 개관했다. 

현대차가 성장을 거듭하면서 해비치호텔의 외형도 커졌고 정 이사도 점점 더 바쁜 나날을 보냈다.

2003년 150억원이던 해비치호텔의 매출액 규모는 10년 뒤 4배가량 커지더니 지난해는 844억원을 넘어섰다.

2005년 5월 정몽구 회장은 그룹 전담 광고대행사 이노션을 출범시키면서 장녀 성이씨를 최대주주이자 고문으로 등재하도록 했다. 

설립 시 자본금 30억원 중 정성이와 정의선이 각각 40%인 12억원씩을, 나머지는 6억원은 정몽구 회장이 냈다.

가족이 지분을 분담하고 전문경영인을 두었지만 사업의 최종 판단은 정 고문에게 맡겨졌다.

규모는 작지만 사실상 생애 처음 오너 경영을 시작한 셈이다.

이노션의 주요 광고주는 국내 최대 자동차그룹인 현대기아차다.

정 고문의 재계 데뷔 무대 역시 현대차 신차 발표회였다.

공식적으로는 회사 설립 두 달 만인 2005년 7월 14일, 부친과 함께 한 기아차의 ‘그랜드 카니발 신차 발표회’로 볼 수 있다.

정 고문은 이날 아침 일찍 행사장에 나와 수차례 리허설을 가지는 등 행사 마감 때까지 동분서주했다.

이날 정 고문은 기존 행사와 차별성을 두는 그만의 감각을 선보였다.

당시까지 신차 발표회는 대개 밝은 조명 아래서 진행되었는데, 그는 행사장을 어둡게 한 대신 무대에 초대형 화면을 비치하여 주목도를 높였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당시 신차 발표회가 성황리에 끝나자 정몽구 회장이 딸의 어깨를 두드리며 만족감을 표했다고 한다.

그때까지 현대차는 광고물량 대부분을 영국계인 금강기획과 신생업체인 에이블리에 맡기고 있었는데, 정 고문은 두 회사의 인재들을 적극 받아들여 직원수가 50여명을 헤아렸다.

박재범 전 금강기획 국장을 대표이사에, 박재항 전 제일기획 연구소 소장을 마케팅본부장으로 각각 영입했다.

사업 첫 해 매출은 350억원으로 그중 210억원이 현대차와 기아차를 비롯한 계열사에서 나왔다.

이렇게 해서 광고업계 9위로 시작한 이노션은 이듬해 117억원으로 3위를 기록한 뒤 2007년 120억원, 2008년 163억원, 2009년 170억원, 그리고 2010년 288억원을 기록하면서 단기간에 업계 2위로 올라섰다.

광고업계가 중시하는 광고취급액을 보면 2010년 제일기획 2조9199억원, 이노션 2조6985억원으로 이노션이 제일기획의 턱밑까지 쫓아간 것을 볼 수 있다.

초기에는 대부분의 광고를 계열사에서 수주하다 2008년 들어서부터 계열사 의존도를 낮추려는 시도를 하게 된다.

이는 '일감 몰아주기'라는 외부의 뜨거운 시선 때문이기도 했다.

한 번은 국회 국감장에서 이노션을 두고 "이 정도면 태어날 때부터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격"이라는 질책이 이어졌다.

이에 이노션 측은 "자동차 산업의 특성상 런칭 초기의 마케팅에 실패할 경우 천문학적 금액의 투자와 시간이 수포로 돌아갈 우려가 있어 전속 대행사와 장기 계약을 맺는 일은 불가피하다"고 해명했다.

◇ 사옥을 복합 문화 공간으로 꾸며

이노션은 설립 3년차부터 수주 광고의 절반을 비 계열사에서 채울 수 있었다.

이를 위해 이노션은 단기간에 자동차 이외 부문의 광고제작 능력을 확충했다.

2009년 11월에는 경쟁 프레젠테이션으로 삼성전자 TV 광고를 따내기도 했다.

삼성전자가 그룹 계열사이자 업계 부동의 1위인 제일기획을 놔두고 타사에게 광고를 맡긴 일은 1995년 이래 처음이라는 말도 나왔다.

이노션이 짧은 기간에 비약적인 성장을 한 배경에 정 고문의 보이지 않는 역할이 있었음을 짐작하기란 어렵지 않다.

앞에 나서지 않고 차분하게 업무를 관장하는 방식은 고 변중석, 고 이정화 여사 이래 현대가 여성들에게 가풍으로 자리 잡은 내조형 안주인의 모습 그대로다.

반면 업무 하나하나 사람 한 명 한 명, 나아가 회사의 인테리어, 사내 복지까지 챙기는 방식은 조부와 부친의 성격을 빼닮았다.

그런가 하면 거액의 프로젝트 도입을 과감하게 결정하는 모습에는 거대 사업을 기발한 아이디어로 추진하는 현대가 스타일이 묻어난다.

어지간한 성과에도 만족함을 보이지 않고 오히려 틈만 나면 “제일기획을 넘어서야 한다”며 직원들의 분발을 당부할 때도 마찬가지라는 설명이다.

기자의 취재 요청에 이노션 관계자들이 정 고문과 관련하여 언급하기를 극도로 자제하는 모습을 보여 구체적인 사례를 제시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사람 중심의 인재 경영'을 내세우는 정 고문의 경영 철학은 사내 문화에서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사람이 자산의 거의 전부인 광고회사인 만큼 이노션의 기업문화는 파격적인 측면이 많다.

누구나 창의적이고 적극적으로 의사를 개진할 수 있도록 장려하자는 취지에서 'Be brave! Be first!'를 직원 최고의 덕목으로 삼고 있다.

이노션의 사옥은 직원을 위한 일종의 복합 문화공간처럼 꾸며져 있다.

건물 지하 2층에 시설 좋은 피트니스 센터가 있고 지하 1층에는 ‘이노키친’이라는 이름의 뷔페식 식당이 있다.

각 층마다 에스프레소 머신이 구비되어 있고 20층에 마련된 '이노카페'에서 다양한 음료를 제공한다. 

유무형의 다양한 행사도 빼놓을 수 없는데, 가령 '해피아워(Happy Hour)'는 전 직원이 파티를 즐기는 일종의 사내 축제다. 

회사 옥상에서 밴드공연을 펼치고 이노키친에서 맥주를 마시며 DJ를 불러 클럽 분위기도 낸다.

자기계발비를 지급하고 동호회 활동을 지원하며 전 직원이 참여하는 '스포츠 토너먼트'도 벌인다. 

'인사이트 세미나'를 열어 유명 강사 초빙 특강도 진행하는데, 최근에는 김영하 작가, 최재천 교수, 김진만 PD 등이 출연했다.

이와 같은 문화적 인센티브를 기반으로 이노션은 글로벌 네트워크 설립 7년만인 2012년 칸 국제 광고제 본상을 수상했고 이듬해 2013 칸 국제광고제에 총 3명의 심사위원을 배출하는 등 글로벌 브랜드 경쟁력을 크게 높여갔다.

2015년 6월 이노션이 제작 발표한 현대자동차 글로벌 브랜드 캠페인 '우주로 보내는 메시지(A Message to Space)' 광고의 한 장면. [사진=이노션]
2015년 6월 이노션이 제작 발표한 현대자동차 글로벌 브랜드 캠페인 '우주로 보내는 메시지(A Message to Space)' 광고의 한 장면. [사진=이노션]

◇ 세계를 사로잡은 이노션 광고들

현대자동차의 신형 제네시스 11대가 나란히 황무지를 달린다.

카메라는 타이어가 바닥에 흩뿌리듯 펼쳐놓는 바퀴자국을 뒤쫓는다.

이윽고 'Steph ♡’s You(스테파니는 아빠를 사랑해요)'라는 글자가 여의도 면적 2배에 달하는 사막에 그려진다. 

지구 밖 우주정거장에서 아빠가 이 장면을 찍어 메시지로 보내면, 아이는 환한 미소를 짓는다.

이노션 월드와이드가 2015년 6월 21일부터 27일까지 프랑스 남부 해안에서 선보인 현대자동차 글로벌 브랜드 캠페인 '우주로 보내는 메시지(A Message to Space)'의 내용이다.

지상과 우주를 실제 무대로 해서 펼쳐지는 장엄하고도 감동적인 이야기에 참석자들은 환호로 답했다.

이 광고는 당시 총 3개의 ‘동사자상’을 수상한 데 이어 뉴욕페스티벌 본상도 수상했다.

또한 3개월만에 유튜브 조회수 6900만을 기록하는 등 유튜브 역사상 2번째로 높은 조회수를 기록한 자동차 광고가 되었다.

그런데 이노션은 다음에 소개하는 광고로 이 기록을 뛰어넘는다.

지금으로부터 100여년 전인 1914~1916년, 영국 탐험가 어니스트 섀클턴은 남극횡단을 시도하던 중 대원들이 조난당하자 탐험을 중단했다.

대신 27명의 대원 전원을 구조한 뒤 귀환해 역사상 존경받는 탐험가의 반열에 올랐다.

이노션은 지난 4월 20일 공개된 현대차 글로벌 캠페인에 섀클턴의 증손자 패트릭 버젤이 남극 횡단에 성공하는 내용을 담아냈다.

버젤은 현대차 싼타페 차량을 타고 30일 동안 남극 유니언 캠프에서 맥머도 기지 간 왕복 총 5800킬로미터를 횡단하여, 증조할아버지의 염원을 대신 풀었다.

이노션 월드와이드는 2017년 4월 열린 스파익스 아시아(Spikes Asia) 광고제에서 이와 같은 내용을 담은 '탐험가 섀클턴, 남극 횡단 100년의 꿈을 이루다(일명 섀클턴의 귀환)' 편으로 은상 2개, 동상 4개 등 총 6개의 본상을 받았다.

가장 경쟁이 치열하다는 영상기술 관련 부문과 디지털 부문에서 수상한 것이라 더욱 값졌다. 

이 영상은 유튜브를 통해 공개된 지 2달 만에 조회수 1억건을 돌파하며 자동차 광고 캠페인의 신기원을 수립했다.

2017년 4월 열린 스파익스 아시아(Spikes Asia) 광고제에서 이노션이 선보인 '섀클턴의 귀환' 광고의 한 장면. [사진=이노션]
2017년 4월 열린 스파익스 아시아(Spikes Asia) 광고제에서 이노션이 선보인 '섀클턴의 귀환' 광고의 한 장면. [사진=이노션]

◇ 현대차 울타리 넘어 '글로벌 이노션' 과제

2015년 7월 17일 이노션은 코스피에 상장됐다.

이로써 정성이 고문과 정의선 부회장의 지분율 합계가 약 50%에서 29.99%로 떨어져 정부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피할 수 있게 되었다.

동시에 이노션은 국내를 벗어나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2017년 말에는 미국의 광고전문 대행사 데이비드&골리앗을 인수했는데 이는 증시 상장 후 첫 해외기업 인수합병 사례다.

당시까지도 이노션은 해외배포 콘텐츠를 외주 처리하는 등 제일기획에 비해 콘텐츠 제작 능력이 부족했다.

정 고문은 이런 제약에서 벗어나고자 했고, 이에 이노션은 2019년 8월 세계적인 디지털 마케팅 솔루션 기업인 웰컴그룹 인수에 들어갔다.

인수금액은 1천836억원으로 설립 이래 최대 규모의 투자다.

11월 인수작업을 마무리하면서 이노션은 19개 국가에 28개 거점을 확보하고 2700명의 임직원을 보유한 글로벌 기업으로 변신했다.

이후 공정위가 총수 일가 지분율 한도를 30%에서 20%로 낮추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정성이 고문은 다시 선제 대응에 나섰다.

2019년 5월 롯데컬처웍스와 업무 제휴 계약을 체결하면서 보유 주식 10.3%를 현물출자하는 대신 롯데컬처웍스의 신주 13.6%를 배정받은 것이다.

이에 따라 롯데컬처웍스가 4대 주주에 오르고 정성이 고문의 잔여 지분은 17.69%로, 특별관계자(특수관계인과 공동보유자) 지분율은 28.69%로 줄었다.

이에 "다른 대기업도 이번 사례를 벤치마킹할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고, 공정위도 이례적으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전략적 제휴로 이노션과 롯데컬처웍스 양사의 시너지가 기대된다는 평가도 뒤따랐다.

예상을 입증이라도 하듯 지난 3월 주총에서 정성이 고문은 무난하게 사내이사에 재선임되었다.

이날 김재철 롯데컬처웍스 경영전략부문장이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되면서 정 고문이 추진한 양사의 협력 관계도 공고화될 전망이다.

올해 들어 이노션은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 웰컴 인수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이노션 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올 1분기 매출총이익은 144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7.1% 증가했다.

영업이익 또한 지난해보다 9.5% 증가한 272억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웰컴이 해외에서 전체 매출총이익의 약 14%를 채운 데 힘입은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해 디지털 광고 수요가 확대되면서 '언택트(비대면)'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그럼에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주요 광고주들이 크게 위축되고 있어 그 여파가 만만치 않다.

단적으로 이노션과 전략적 제휴를 맺은 롯데컬처웍스가 지난해 롯데쇼핑으로부터 인수한 해외법인이 제대로 영업 개시도 못 하는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이노션도 구조조정에 직면, 지난 4월 창립 이래 첫 임원급 인력 감축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경영인 체제의 특성상 이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여전히 높은 현대차그룹 의존도도 계속 발목을 잡고 있다.

이노션의 2019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매출 1조2743억원, 영업이익 1219억원 가운데 현대기아차 신차 출시에 따른 이익이 60%를 넘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른바 캡티브(Captive, 계열사 간 내부시장)를 고려하면 내부의존도는 훨씬 높을 것이다.

같은 해 제일기획의 매출이 3조4217억원이나 되는 점을 고려하면, 이노션이 독자적인 글로벌 시장을 개척하지 않는 한 선발 주자와의 격차가 크게 벌어질 수밖에 없다.

이제 정성이 고문은 시대가 만들어낸 피할 길 없는 위기에 맞서 현대차의 울타리를 뛰어 넘어야 하는 과제를 안아 들었다. 

조부와 부친이 그러했듯 그 또한 부를 대하는 현명함으로 과제를 마치고 당당하게 현대가의 '여풍'을 보여줄 지 관심이다.

지난 2016년 11월 11일 장녀 선아영씨 결혼식이 열린 명동성당에서 하객들을 맞이하는 정성이 고문과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지난 2016년 11월 11일 장녀 선아영씨 결혼식이 열린 명동성당에서 하객들을 맞이하는 정성이 고문과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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