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채용 직원들의 낮은 생산성...'알면서 안 고치는 고질적 기업문화

[사진=베이징관광국]
북경현대의 택시. 저렴한 자동차 브랜드라는 이미지를 심어주는데 일조했다고 볼 수 있다. [사진=베이징관광국]

【뉴스퀘스트/베이징=전순기 통신원】 현대자동차의 중국 법인 북경현대(이하 모두 현대차)가 중국에서 잘 나가다가 수 년째 고전하는 것에는 다 충분한 이유가 있다.

전·현직 현대차 임직원들은 약속이나 한 듯 대략 다섯 가지 정도를 꼽고 있다.

한 가지는 어쩔 수 없는 외교적 문제, 다른 네 가지는 현대의 책임으로 귀결되는 이유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의 보복 조치가 가져온 위기 상황은 굳이 따로 언급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그렇다면 나머지 네 가지는 도대체 뭘까 하는 의문이 들 수 있다.

앞에서도 수박 겉핥기 식으로 일부 언급은 했으나 다시 한 번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지 않나 싶다.

우선 고급차는 독일과 일본에 치이고 중저가차는 중국에 내준 사실을 꼽아야 할 것 같다.

한마디로 중국의 소비자들에게 현대 자동차는 고급 브랜드라는 강력한 이미지를 심어주지 못한 채 그저 그런 위치로 남아 몰락을 자초했다고 볼 수 있지 않나 싶다.

이는 베이징을 비롯한 일부 대도시의 영업용 택시들이 현대 브랜드라는 사실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이에 대해 베이징의 자동차 마니아인 반레이(班磊) 변호사는 "나는 현대차가 베이징에 진출한 이후 10여 년 동안 타던 일본 브랜드를 버리고 현대 차를 타고 다녔다. 주변에서도 크게 이상하게 보지 않았다. 그러나 10여 년 전부터 현대 차가 본격적으로 영업용으로 투입되면서 분위기는 반전됐다. 영업용으로 쓰이는 차를 타고 다니는 별 볼 일 없는 인간으로 비쳐지기 시작했다. 자존심이 상했다. 당연히 바로 차를 바꿨다"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세단 중심 라인업만 고집하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수요 대응에 실패한 사실 역시 거론해야 한다.

주지하다시피 중국은 지난 세기 90년대 이후부터 눈부시게 경제가 발전했다.

이 당시 어린 시절을 보낸 80년대 생과 90년대 생은 지금 대체로 30대 후반과 20대 초반 사이의 나이로 중국의 주요 소비 계층이 됐다.

30대는 자신의 능력, 20대는 부모의 재력을 통해 마음만 먹으면 자동차도 바로 현찰로 즉각 구매하는 것이 가능하다.

현대차로서는 이들의 존재가 고마울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들은 젊은 나이답게 세단보다는 SUV를 더 좋아한다.

SUV 차량을 생산하지 않는다고 봐도 좋은 현대로서는 이들이 완전 그림의 떡일 수밖에 없다.

베이징 중심가의 북경현대 매장. 신차 투입이 늦기로 유명해 신선한 감을 주지 못한다.
베이징 중심가의 북경현대 매장. 신차 투입이 늦기로 유명해 신선한 감을 주지 못 한다.

신차 투입이 게걸음 하듯 늦는 현실은 더 말할 필요조차 없다.

아직까지 본격적으로 제네시스가 투입되지 못하는 사실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앞으로도 발 빠르게 대처하지 못할 경우 상황이 더욱 어려워지는 것은 거의 필연이라고 해야 한다.

그동안의 행보로 볼 때는 가능성이 높지 않은 것이 현실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 상하이(上海)의 개인 기업가인 예융화(葉永華)씨는 "현대차는 너무 느리다. 한 브랜드가 나오면 거의 10년 가까이 간다. 이에 반해 경쟁사인 토요타 같은 경우는 3, 4년에 한 번씩 신차가 등장한다. 이러니 경쟁이 되겠나"라면서 뼈 있는 비판을 가했다.

생산 라인에 배치된 중국인 직원들의 낮은 생산성 역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베이징은 중국의 수도인 탓에 법적으로 외지인들이 들어와 살기가 상당히 어려운 곳에 해당한다.

십수 년 동안 살았더라도 소위 후커우(戶口·시민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호적)를 얻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물론 그래도 농촌 출신들을 일컫는 농민공들이 불법으로 들어와 노동을 하기는 한다.

그러나 베이징에 진출한 초창기 현대차 입장에서는 이들을 법을 어겨가면서까지 고용할 수는 없었다.

인력이 남아도는 것 같아도 정작 고용하려면 마땅한 자격을 갖춘 직원을 찾기가 어려웠던 것이다.

때문에 숙련공이 아니어도 베이징 시민이라면 일단 고용해 현장에 투입해야만 했다.

이후 이것이 전통 비슷하게 돼버렸다.

높은 생산성을 기대하는 것은 완전 연목구어가 될 수밖에 없었다.

지금은 되돌릴 수도 없게 됐다.

문제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으면 답을 찾아내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

다행히도 현대차는 자사의 문제를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답을 찾으려는 노력을 치열하게 기울이지 않았다.

경쟁력의 원천인 인재를 적재적소에서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것에서 알 수 있듯 기업의 경영문화가 치밀하지 못한 탓이었다.

조금 심하게 말하면 주먹구구 식 경영이 몸에 배였기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어느 정도인지는 역시 일반인의 상식으로는 잘 이해되지 않는, 베이징에서는 거의 전설이 된 기가 막힌 사례들이 확실하게 말해준다. (다음 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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