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자미상, '조반 부인 초상', 조선 시대, 비단에 채색, 88.5cm×70.6cm,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작자미상, '조반 부인 초상', 조선 시대, 비단에 채색, 88.5cm×70.6cm,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뉴스퀘스트=백남주 큐레이터】 이 그림은 조선의 개국 공신 중 한 사람인 조반(趙胖, 1341~1401)의 부인, 계림 이씨의 초상화로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

아무런 배경이 그려지지 않은 초상화 화면 상단에 ‘개국공신 배천후인 조반지부인초상(開國功臣 白川后人 趙伴之夫人肖像)’이라 쓰여 있다.

조반 부인 이씨는 오른쪽을 바라보며 등받이가 없는 의자에 앉아 있으며 종아리 부근까지만 그려져 있다.

이씨 부인은 별다른 장식이 없는 검은 색의 큰 족두리를 쓰고 있다. 조선 후기가 되면 족두리는 머리에 얹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부인은 흰색의 속저고리 위에 허리까지 오는 녹색의 겉저고리와 치마를 입고, 겉옷으로 짙은 청색의 포(袍)를 입고 있다.

백색의 속저고리는 깃이 목 위로 올라와 있고, 녹색 겉저고리의 깃에는 붉은 색 천이 대어져 있어 색상의 대비가 선명하다.

옥색의 치마는 주름이 잡혀 있고, 치마의 중앙 부분에는 미색의 다른 천을 대었다.

겉에 입은 포는 짙은 청색의 비단으로 보이는데, 구름무늬가 그려져 있다.

부인 얼굴의 이목구비나 주름은 선의 굵기를 달리하여 표현하였는데, 이마의 주름, 코 양옆으로 진 뺨의 주름, 목주름 등을 모두 선명하고 섬세하게 나타내 노년의 나이가 든 모습을 사실적으로 묘사하였다.

전반적으로 선묘 위주로 그렸으며, 농담의 차이나 요철 부분의 묘사는 거의 하지 않아, 매우 평면적으로 그린 고식(古式)의 인물화 형식에 가깝다.

<조반 부인 초상>은 <하연 부인 초상>, <박연 부인 초상>과 더불어 조선 초기에 그려진 부인 초상화의 전통을 보여주는 중요한 자료이다.

국립중앙박물관 소장본 조반 부인 초상화는 그전에 그려진 초상화를 보고 조선 후기에 다시 제작된 이모본(移模本)이지만, 고려 말에서 조선 초의 복식 제도나 초상화 양식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조반 부인 이씨는 사온서 직장을 역임한 이양오(李養吾)의 딸이다.

조반은 고려 말 조선 초의 문신으로 어린 시절 원나라 연경에 가서 한문과 몽골어를 배웠고, 원나라에서 중서성역사로 있다가 1368년(공민왕 17)에 귀국했다.

1382년(우왕 8)에 하정사 겸 주청사로 왕의 시호와 승습(承襲)을 청하러 명나라를 다녀왔으며, 1385년에는 사은사로 명나라에 다녀왔다.

조선 개국에 공을 세워 개국공신 2등이 되었고, 부흥군에 봉해졌다. 태조 때 두 차례 이방원(태종)을 수행하여 명나라에 다녀왔다. 조반은 판중추원사, 상의문하부사를 거쳐 참찬문하부사를 지냈다.

【참고문헌】

사람을 사랑한 시대의 예술, 조선후기의 초상화(이태호, 마로니에북스, 2016)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한국학중앙연구원, http://encykorea.aks.ac.kr)

한국의 초상화-형과 영의 예술(조선미, 돌베개, 2009)

한국의식주생활사전-의생활편(국립민속박물관,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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