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역대급 시장 괴리"...국내 개인들 가치보다 낙폭 큰 종목 묻지마 투자 우려

【뉴스퀘스트=최석영 기자】 증시 투자 '거품'을 조심하라.

최근 국제기구와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는 금융시장 이상과열에 대한 경고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기업들의 실적이 크게 하락하는 등 실물경제가 위기를 맞고 있지만, 풍부한 유동성으로 바탕으로 증시 등 금융시장은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이고 있어 이에 대한 거품이 제거되면 큰 손실이 우려된다는 목소리다.

서울 중구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외환딜러가 컴퓨터 화면을 응시하는 모습이 모니터 사이로 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 중구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외환딜러가 컴퓨터 화면을 응시하는 모습이 모니터 사이로 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IMF, 실물경제·금융시장 '괴리' 심각…자산가치 조정 위험

국제통화기금(IMF)은 25일(현지시간)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GFSR)에서 실물 경제와 금융시장이 따로 노는 '괴리'(disconnect) 현상으로 초래될 위험성을 경고했다.

코로나19 사태로 글로벌 실물경제가 큰 충격을 받은 가운데 최근 주식시장 등 글로벌 금융시장은 지속적으로 반등하는 '괴리' 현상이 빚어지고 있고, 이는 향후 자산가치의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블룸버그통신과 CNBC 방송 등에 따르면 IMF는 "현재 진행 중인 실물경제와 금융시장의 괴리 현상이 자산 가치의 조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IMF는 최근의 경제 지표는 코로나19로 등으로 인해 예상보다 깊은 경기하강을 나타내고 있지만, 시장은 세계 각국이 금융시장 안정과 실물경제를 뒷받침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낮추고 사실상 무제한의 통화공급에 나서면서 동요하지 않고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의 경우 코로나19 확산세가 지속되고 있고 실업률도 사상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지만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지난 3월 저점으로부터 35% 이상 상승했다.

IMF는 "투자자들의 위험 선호가 사라지면 실물경제와 시장의 괴리 현상이 위험 자산의 가치에 또 다른 조정을 가져올 위험성이 있다"며 "이는 경기회복에도 위험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IMF는 "대부분의 주요 선진국 주식 및 채권시장에서 시장 가격과 펀더멘털에 기초한 밸류에이션(가치)의 차이는 역사적으로 높은 수준"이라고 강한 우려를 표현했다.

시장 가격이 실제 가치에 비해 크게 부풀려져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시장 심리 변화를 촉발할 요인으로 코로나19 '2차 유행'과 각국 금융당국의 통화정책 변화, 무역을 둘러싼 글로벌 긴장 재고조 등을 꼽았다.

IMF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기업들의 채권 발행도 "역사적으로 높은 수준"이라면서 "이것이 최근 몇 년간 증가해온 가계 부채와 결합해 금융시장에 취약점이 될 수 있고, 현재 계속되는 경제 위기에 또 다른 충격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IMF는 일부 채무자들은 높은 채무를 감당하기 어려울 수 있다면서 "파산에서 빚어지는 손실이 일부 국가에서는 은행들의 회복능력을 시험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일러스트=연합뉴스]
[일러스트=연합뉴스]

◇ '동학개미'들 가치 보다 낙폭큰 종목 주로 매수...거품 빠지면

국내에서도 최근 '동학개미 운동'에 편승해 개인 주식투자자들이 시장에 대거 참여하면서 시장에 거품을 만들고 있어 우려된다는 보고서도 나왔다.

개인 투자자들은 주로 재무여건이 나쁜 기업들을 주로 매수했는데, 그 이유가 이들 기업의 주가가 더 많이 내려갔기 때문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김민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날 '최근 개인투자자 주식 매수의 특징 및 평가' 보고서에서 "최근 개인투자자의 순매수 포트폴리오 구성 등을 실증분석한 결과 기업의 기초여건이 상대적으로 악화한 기업의 비중이 시장 포트폴리오 대비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고 밝혔다.

올해 1월 2일부터 5월 29일까지 개인투자자의 종목 보유지분 순증 여부를 살펴보니 코로나19 사태로 재무적 타격을 많이 입은 기업의 주식을 개인이 상대적으로 더 많이 매수했다는 것이다.

분석에는 총자본이익률(ROE), 영업이익률, 매출액 증가율, 부채비율, 유동비율 등이 지표로 활용됐다.

업종별로는 주가가 많이 상승한 제약·바이오, 소프트웨어 기업은 개인투자자 보유지분이 평균적으로 줄어든 반면, 코로나19 등으로 타격을 입은 항공, 에너지, 여행·레저, 디스플레이·자동차 제조업은 개인투자자 보유지분이 평균적으로 늘었다.

김 연구위원은 "개인투자자는 주식시장이 하락하는 기간 상대적으로 주가가 더 많이 하락한 주식의 매수 비중을 더 높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개인투자자의 이런 행태는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김 연구위원은 지적했다.

그는 "합리적인 자산배분을 통해 위험 분산을 하지 않는 이상 투자위험도가 높은 기업에 투자하는 경우 '꼬리위험'(tail risk)이 충분히 제거되지 않아 향후 중장기적인 투자 성과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빚을 내 주식에 투자하는 개인이 늘어나는 점에도 우려를 표했다.

김 연구위원은 "주식시장 반등과 함께 최근 증가하고 있는 신용융자 매수세는 개인투자자 순매수 금액의 약 35%를 차지하고 있다"며 "향후 증시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므로 개인투자자는 신용융자 활용에 특히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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