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 클로징 앞두고 산은 대면협상 요구에 묵묵부답…상반기 인수 물 건너가

【뉴스퀘스트=김동호 기자】 HDC현대산업개발(이하 HDC현산)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좀처럼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HDC현산-미래에셋 컨소시엄은 애초 지난해 말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 주식 매매계약을 맺으면서 이달 27일까지 거래를 끝내기로 약속한 바 있다.

하지만 HDC현산과 채권단 간 재협상은 딜 클로징(종료) 시점을 하루 앞둔 오늘(26일)까지 일정조차 잡히지 않아 사실상 상반기 중 인수 마무리는 불가능한 상태다.

HDC현산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마무리 시한은 해외 기업결합 승인 심사 등 다양한 선결 조건에 따라 최장 올해 12월 27일까지 연장할 수 있다. 현재 해외 기업결합 승인 대상 6개국 가운데 러시아의 승인이 나지 않았다.

그러나 HDC현산이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데는 최근 계속되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한 항공산업 전반의 부진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최근 아시아나항공은 물론 대한항공을 비롯한 세계 각국 주요항공사들이 코로나19로 인해 실적 악화로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다.

또한 이번 코로나19 사태가 언제 종식될지 모르는 상황으로 항공업계 전반에 대한 전망은 어둡기만 하다.

HDC현산 내부에서도 '이런 상황에서 2조5000억원이라는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부실덩어리인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해야 하냐'는 회의론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많은 전문가들은 “HDC현산이 아시아나를 인수하더라도 인수대금 중 상당액을 삭감하려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와 관련 HDC현산은 지난 9일 채권단인 산업은행에 인수 조건 원점 재검토를 요청하면서 아시아나항공의 부채 증가와 재무제표의 신뢰성, 태도 등을 문제 삼았다.

또한 '협상 과정의 근거를 남기려면 서면 작성이 필요하다'며 '서면을 통해서만 논의를 진행하자'는 등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이에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지난 17일 기자 간담회에서 "서면 협의를 얘기했는데 60년대 연애도 아니고 무슨 편지를 하느냐"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일부에서는 항공업계의 미래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HDC현산 측이 아시아나 인수를 포기할 가능성이 있다는 조심스러운 예측도 나온다.

다만 이럴 경우 현산은 계약금 2500억원을 고스란히 날리게 될 위기에 처한다.

이에 현산이 결국 채권단과 재협상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재협상 요구에 현산 측에서 아직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며 "협상 주체들이 계약을 파기하겠다고 하지 않는 이상 인수 종료 시점은 연장될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뉴스퀘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