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는 아시아나· 이스타항공 인수 못해…코로나19가 항공업계 구조조정도 가로막아

【뉴스퀘스트=김동호 기자】 HDC현대산업개발 정몽규 회장과 애경그룹 채형석 총괄부회장의 결단만 남았다.

아시아나 항공과 이스타항공 인수와 관련, 두 그룹이 각자 포기하는 쪽으로 방향을 튼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올 상반기 예상됐던 아시아나 항공에 이어 이스타항공 매각 작업에도 제동이 걸리면서 국내 항공업계 재편 구도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가장 먼저 매각이 예정됐던 이스타항공의 경우 제주항공이 지난달 초 갑작스레 인수 작업에 난색을 표시하면서 두 항공사간의 기업결합은 물 건너 간 것 아니냐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스타항공 인수 작업이 갑작스레 교착상태에 빠지게 된 배경에는 채 총괄부회장의 강력한 반대 의지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항공측은 여전히 이스타항공 인수 계획에는 변화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제주항공은 지난 5월 들어 이스타항공의 체불임금 등은 기존 경영진이나 최대주주가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변화가 감지됐다.

채 총괄부회장 역시 지난달 초 “자칫하면 모회사인 애경도 같이 위험해질 수 있다”며 이스타항공 인수에 대해 우려하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 측에 체불임금 문제를 먼저 해결하라고 요구하면서 사실상 M&A를 중단시켰다.

앞서 이스타항공은 지난 26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제주항공 측에 이사·감사선임을 위한 후보를 추천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제주항공은 답변하지 않았다.

애경그룹의 이스타항공 인수 포기 움직임은 지난달 인사에서도 감지된 바 있다.

애경그룹은 지난달에 지주회사인 AK홀딩스 사령탑에 안재석 대표를 해임하고 이석주 제주항공 사장을 앉혔다.

안 전 대표는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을 인수해 규모의 경제를 꾀해야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입장을 강조해온 인물이다.

안 전 대표가 그룹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뜻을 굽히지 않자 채 총괄부회장이 대표이사 교체를 통해 속도 조절에 나섰다는 것이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이스타항공 인수파들은 싸게 인수할 경우 제주항공에 시너지를 내기 충분하다는 판단을 했다”며 “이스타항공의 경우 당시 항공유를 국내 항공사 중 가장 비싸게 사 오는 등 비용 측면에서 줄일 수 있는 부분은 많았던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반면 신임 이석주 AK홀딩스 대표는 인수 작업이 한창 진행될 때도 이스타항공 인수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인수 찬성파와 반대파의 의견이 양립하는 가운데 지난 3월 코로나19가 진행 중인데도 주식매매계약(SPA)이 체결되자 애경 이사회는 위기감을 느낀 것으로 전해졌다.

채 총괄부회장을 비롯 애경 오너 일가 역시 코로나19가 장기화할 경우 자칫 잘못하면 애경그룹 또한 위험해질 수 있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나항공 매각 작업도 HDC현대산업개발 정몽규 회장의 부정적 시각으로 난항을 겪기는 마찬가지다.

이에 따라 아시아나 항공 매각 작업도 교착 상태에 빠졌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과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이 지난 25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에서 일대일로 만났지만 본격적인 재협상 여부는 미지수다.

이 회장은 HDC현산이 인수를 확실히 결정해줄 경우 매각 조건을 완화해 줄 수 있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정 회장의 입장은 확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코로나19 사태가 언제 종식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항공업계 전반에 대한 전망은 어두운데다 2조5000억원이라는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부실덩어리인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할 필요가 있느냐는 회의론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정 회장과 채 총괄부회장의 결단에 따라 HDC현산과 애경그룹은 재도약이냐 아니면 승자의 저주냐라는 갈림길에서 운명이 뒤바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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