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집계후 처음...여당 '임대차보호 3법' 추진 등 겹악재에 매물 자취감춰
전세값 상승으로 이어지고 월세 전환 사례도..."시장 모르는 조치" 지적도

【뉴스퀘스트=최석영 기자】 부동산 전월세 시장이 심상찮다.

규제지역에서 전세 낀 주택 매매를 사실상 금지한 정부의 '6·17 부동산 대책'과 함께 여당에서 전월세기간을 현재의 2배 가량 늘리고 계약갱신청구권을 보장한 임대차보호 3법 등이 추진되자 임대인들의 계산이 분주해졌기 때문이다.

실제 서울의 아파트의 전월세 거래량(계약일 기준)은 이달 6085건에 그쳐 지난 2월(1만8999건) 이후 4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서울이 한 중개업소에 전월세 매물 안내문이 붙어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이 한 중개업소에 전월세 매물 안내문이 붙어있다. [사진=연합뉴스]

◇ 전월세 거래량 급감 이유는

30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이달 서울의 아파트 전월세 거래량은 지난달(9584건)에 이어 2개월째 1만 건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전월세 거래량은 따로 정해진 법정기한 없이 세입자의 확정일자 신고를 토대로 집계된다. 다만 확정일자 신고는 아파트의 경우 전세 세입자가 보증금의 '대항력'을 갖기 위해 통상 계약 직후에 이뤄진다.

서울 아파트의 월별 전월세 거래량이 1만건 밑으로 내려간 것은 2011년 관련 통계가 집계된 이래 최근까지 단 한 번도 없던 일이다.

이달 현재까지 서울 내 거래량이 지난달 대비 36.5% 급감한 가운데 25개 구가 모두 전달 대비 감소했다.

6·17대책을 통해 강남구 삼성동·대치동·청담동과 송파구 잠실동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으며 전세 낀 갭투자를 원천 차단하고, 재건축 아파트에 대해 2년 실거주를 의무화하면서 전세 매물 품귀 현상을 부채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정부의 실입주 강화 세제·금융 정책으로 입주 아파트의 실거주 수요가 증가한 것이 전세 매물 감소의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경기의 아파트 전세 시장도 서울과 상황이 비슷하다. 이날 경기부동산포털에 따르면 경기도 아파트 전월세 거래량은 올해 들어 지난 2월 2만6534건으로 최다를 기록한 이래 3월 1만9695건, 4월 1만792건, 5월 1만3798건, 6월 9430건으로 4개월째 감소세다.

반면, 이달 서울·경기의 매매량은 현재까지 각각 6513건, 1만9861건으로 신고 기한(1개월 내)이 아직 남았지만 이미 지난달을 추월했다. 특히 서울은 이달, 경기는 지난달과 이달 연속으로 매매량이 전월세 거래량을 앞지르는 이례적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

◇ 전세값도 오름세 계속

전세 매물 감소에 따른 거래량 감소는 전셋값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감정원 통계로 서울과 경기의 평균 전셋값은 지난달까지 11개월 연속 상승세다. 지난달 기준 평균 전셋값은 서울이 4억6105만원, 경기가 2억5900만원에 달한다.

초저금리 기조 속에 보유세 부담까지 떠안은 집주인들이 전세를 월세나 반전세로 전환하는 움직임도 나타난다.

서울 강남구의 한 공인중개사 사장은 "전세 매물이 귀해지면서 전셋값이 오르고 있는 상황"이라며 "전세 보증금을 올리는 대신 이를 월세로 계산해 몇십만원 더 받는 식으로 계약을 연장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연구위원은 "전세 공급 부족으로 매물이 귀해지면서 전셋값 상승과 보증부 월세 전환 사례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6.17 부동산대책으로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서울 강남구 일대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연합뉴스]
6.17 부동산대책으로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서울 강남구 일대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연합뉴스]

◇ 정부·여당 '임대차보호 3법' 추진 속도

이런 시장의 움직임과는 별개로 정부와 여당은 전월세 신고제와 전월세 상한제, 계약갱신 청구권 도입 등을 골자로 한 '임대차보호 3법'의 추진 속도를 높이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들 3법이 이르면 이달 말 정부의 의중이 반영된 의원입법 형태로 모두 국회에 발의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후 21대 국회를 장악한 여당이 이 법안을 통과시키면 1989년 '2년제 전세' 도입 이후 변화 없이 유지된 주택임대 시장의 판이 송두리째 바뀌게 된다.

가장 통과 가능성이 높은 민주당 윤후덕 의원이 발의한 법안을 보면 계약갱신 청구권 1회 연장(2+2년)과 5% 전월세 상한제가 패키지로 담겨 있다. 지난해 민주당과 법무부, 국토부 간 합의한 내용이다.

계약갱신 청구권 횟수나 기간, 전세·월세 임대료 상한 비율 등을 놓고 당정이 머리를 맞대 내놓은 중재안 성격이다.

당정 협의안보다 더 강도 높은 법안도 발의 됐다. 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아예 계약갱신 청구권의 기한을 없애는 법안을 냈다. 세입자가 원한다면 무제한으로 계약을 연장할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집주인이 계약 갱신을 거절할 수 있도록 예외 조항을 담았다.

◇ 전세시장 안정 vs 단기간에 가격 급등

임대차보호 3법이 통과되면 전월세는 물론 매매까지 부동산 시장 전체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정부 여당은 세입자가 쫓겨날 걱정 없이 주택 임대를 하게 되면 시장가격 안정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임대차보호 3법이 통과되면, 세입자 입장에서는 특별한 과실이 없는 한 최소 4년간 새로 집을 구하려고 전전긍긍하는 사례도 예방할 수 있고, 전월세 상한제로 임대료가 낮은 수준으로 유지되면 자연스럽게 주택 매매 가격도 안정되고 시세 차익을 노린 갭투자 또한 줄어들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반면 시장의 생리와 반대로 가는 조치라는 의견도 많다.

사람들이 이사 가고 싶어하는 지역의 임대 매물이 풍부하다면 정부·여당의 생각이 맞을 수도 있지만, 매물이 희귀하고 수요는 많은데 어떻게 전월세 가격이 안정될 수 있냐는 물음이다.

또 단기간에 임대료가 급등하는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실제 KB국민은행 통계를 보면 전세 계약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연장한 지난 1998년 당시 전셋값은 서울이 평균 23.68%, 전국도 17.53%나 급등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민간의 임대계약 내용과 조건에 직접 통제를 가하는 만큼 재산권 침해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임대차보호 3법은 중장기적으로는 시장가격 안정에 도움을 줄 수 있지만, 시행 직전에 미리 가격을 올려받으려는 집주인이 늘면서 단기적으로는 전·월세 가격을 상승시킬 수 있다"며 "정부는 장기임대주택 등 공급을 늘리는 데 중점을 두고, 시장이 자연스럽게 흘러갈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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