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38개그룹, 170개 홍콩법인 운영중...삼성도 현지법인 통해 '하만' 지배

【뉴스퀘스트=최석영 기자】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발효에 미국이 그동안 홍콩에 부여해온 특별지위를 박탈하면서 현지에 계열사를 둔 국내 기업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홍콩이 금융허브로서의 매력이 사라진데다 미국 상원에서 중국에 대한 보복 조치로 '홍콩자치법안'을 통과시키면서 미·중 양국의 긴장지역으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국내의 자산 5조원 이상 64개 대기업집단이 운영중인 홍콩 해외법인은 올해 기준 170곳에 달한다.

기업분석 전문 한국CXO연구소(소장 오일선)는 국내 64대 대기업 집단이 홍콩에 둔 해외법인 현황을 조사한 결과 170개에 달한다고 3일 밝혔다.

1일 홍콩 코즈웨이베이 지역에서 홍콩 시민들이 홍콩보안법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홍콩/연합뉴스]
1일 홍콩 코즈웨이베이 지역에서 홍콩 시민들이 홍콩보안법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홍콩/연합뉴스]

◇ 국내 38개그룹 홍콩에 해외법인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64개 그룹이 홍콩에 170개의 해외 법인을 두고 있었다.

이 가운데 상위 10대 그룹이 절반(48.8%)에 가까운 83개 법인을 운영중이다.

64개 대기업 집단중 38개 그룹은 홍콩에 한 곳 이상 해외 법인이 있었다.

홍콩에 해외계열사를 둔 38개 대기업 집단 가운데 3곳 이상 법인을 둔 곳은 16그룹이나 됐다.

홍콩에 10개 이상 법인을 둔 그룹도 4곳 있었는데 SK가 44곳으로 가장 많고 롯데 18곳, CJ 17곳, 삼성 13곳 순이었다.

이외에 네이버 7곳, 효성 6곳, 코오롱·이랜드·셀트리온·장금상선 그룹 등이 4곳으로 조사됐다.

한진·두산·OCI·아모레퍼시픽은 3개 법인을 운영 중이며, LG·한화·금호아시아나·넷마블·다우키움·유진 그룹은 2곳을 지배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 대기업들이 홍콩에 둔 해외 계열사는 일반 제조 및 판매업 보다는 투자관리, SPC(특수목적법인), 기타 금융업 목적 등으로 세운 법인이 다수였다.

홍콩에 가장 많은 해외법인을 둔 SK그룹은 44곳 중 30곳 정도가 투자관리 및 SPC, 금융업 등의 회사이고, 롯데도 18곳 중 절반 정도가 금융 및 관리 업종의 법인을 두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1일 오후 서울 강남 월트디즈니코리아 본사가 있는 건물 앞에서 세계시민선언 등 사회단체 회원들이 영화 '뮬란' 보이콧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들은 '뮬란'에 출연한 배우 류이페이(유역비)와 전쯔단(견자단) 등이 홍콩 민주항쟁 도중 시진핑 정부 비호 발언을 했다고 지적했다. [사진=연합뉴스]
1일 오후 서울 강남 월트디즈니코리아 본사가 있는 건물 앞에서 세계시민선언 등 사회단체 회원들이 영화 '뮬란' 보이콧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들은 '뮬란'에 출연한 배우 류이페이(유역비)와 전쯔단(견자단) 등이 홍콩 민주항쟁 도중 시진핑 정부 비호 발언을 했다고 지적했다. [사진=연합뉴스]

◇ 홍콩 엑소더스 나설까

삼성의 경우 하만과 연계된 법인을 지금처럼 그대로 홍콩에 둘 것인지 아니면 다른 국가 등으로 이동할지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삼성전자를 통해 '삼성전자 미국법인(Samsung Electronics America, Inc.)'을 지배하고 있고, 이 회사를 통해 같은 미국 내 '하만 인터내셔널 인더스트리즈(Harman International Industries, Inc.)'를 운영 중이다. 그 후단에 독일→헝가리→네덜란드에 있는 법인 등을 거치며 홍콩에 '하만 홀딩 리미티드( Harman Holding Limited)'를 운영 중이다.

앞서 홍콩 법인은 중국에 소재한 '하만 인터내셔널(차이나) 홀딩스(Harman International (China) Holdings Co., Ltd.)'를 지배하고, 이 회사는 다시 중국 내 세 개 법인을 거느리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64개 대기업 집단 중 금융 그룹으로는 IMM인베스트 5곳, 미래에셋 4개 회사가 홍콩에 소재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미래에셋 그룹이 운영하는 홍콩 법인의 변수가 다소 높아져 박현주 회장이 어떤 선택을 할지가 주목받고 있다.

박 회장이 60% 정도 지분을 보유한 '미래에셋자산운영'을 통해 홍콩에 특수목적법인 '미래에셋 글로벌 이티에프스 홀딩스(Mirae Asset Global ETFs Holdings Ltd.)'와 '미래에셋 글로벌 인베스트먼트(Mirae Asset Global Investments (Hong Kong) Ltd.)' 두 회사를 지배하고 있다. 또 미래에셋 글로벌 인베스트먼트를 통해서는 '맵스 캐피탈 매니지먼트(MAPS Capital Management Ltd.)' 투자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미래에셋대우'를 통해서는 홍콩에 '미래에셋 시큐리티즈(Mirae Asset Securities (HK) Ltd.)'를 지배하고 있다.

홍콩을 거점으로 사업 확대를 야심차게 준비해왔던 박현주 회장으로서는 미국의 홍콩 특별지위 박탈이 새로운 분깃점이 될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올해 64개 대기업 집단에 처음 편입된 IMM인베스트도 15개 해외 법인 중 3분의 1에 해당하는 5곳은 홍콩에 둔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 아이엠엠인베스트먼트㈜를 통해 홍콩에 'ICA 그룹(ICA Group Limited)', (유)아이엠엠을 통해서는 홍콩에 '아이엠엠 인베스트먼트 글로벌 홀딩 컴퍼니(IMM Investment Global Holding Company Ltd.)'를 지배중이다.

IMM 인베스트먼트 그룹에 최근 합류한 세계은행(WB) 산하 국제기구 IFC(International Finance Corporation) 국장 출신인 조현찬 대표도 80% 지분을 통해 홍콩에 'H.C.CHO Investment Ltd.' 투자 회사를 지배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CXO연구소 오일선 소장은 "홍콩에 법인을 둔 국내 기업들은 단기적으로는 상황을 좀더 예의주시 하겠지만 이미 미국이 홍콩에 부여해온 아시아 금융 허브로서의 특별지위를 박탈한데다 이후 추가보복 등의 제재도 이어질 수 있어 계속 홍콩에 법인을 둘만한 동력이 떨어졌다"며 "장기적으로 다른 국가 등으로 법인을 옮길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고 말했다.

이어 "실제 이런 상황이 발생할 경우 어느 국가로 법인을 옮길 것인지 여부와 그동안 홍콩을 경유지로 해서 운영해오던 해외법인의 지배 구조에 일대 큰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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