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시총 1000계단 뛴 기업 8곳이나...바이오업종 실적 못내면 '거품' 우려
자동차, 석유화학, 항공 등 곤두박질...언택트, 배터리, 식료품 관련 업종 급등

【뉴스퀘스트=최석영 기자】 올해 상반기 국내 주식시장이 '혼돈의 6개월'을 보낸 것으로 조사됐다.

연초 시가총액(시총) 100대 기업 중 97개 기업이 순위 바꿈을 했으며, 시총 순위가 무려 1000계단 이상 오른 종목이 8곳, 시총 증가율이 2배 이상 오른 곳도 66곳이나 나왔다.

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의 타격이 상상을 넘어선 때문으로 풀이된다.

업종별로는 자동차와 석유화학, 항공 등의 종목이 곤두박질친 반면 바이오와 언택트, 배터리, 식료품 관련 업종은 급등했다.

기업분석 전문 한국CXO연구소는 올해 상반기 국내 주식시장 특징을 분석해 이같은 결과를 도출됐다고 7일 밝혔다.

조사는 국내 상장사 주식종목을 대상으로 연초(1월 2일)와 상반기말(6월 30일) 시점의 시총 순위 및 시총 금액 및 등락률 등을 분석했다. 우선주 등은 순위에서 제외했다.

지난 2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한 직원이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2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한 직원이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상반기 총 시총 '보합'으로 마무리...종목별 등락폭은 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시총 상위 2000대 기업의 올 연초 대비 6월 말 시가총액 금액은 1649조 원에서 1637조원으로 마이너스(-)0.7%를 보여 '보합'으로 마무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실물 경제가 큰 타격을 받은 것과는 달리 국내 증시는 등락을 반복하다 6월 말에는 결국 올 초 수준으로 회복한 셈이다.

그러나 개별 종목별로 살펴보면 시총 순위가 크게 요동쳤다.

연초 시총 상위 100위 낸의 기업 중 단 세 곳을 제외한 나머지 97곳의 순위가 바뀐 것.

10곳은 아예 6월 말 시총 100대 기업 명단에서 사라졌다.

연초 상위 100곳 중 75곳은 상반기 말에 시총이 하락했다. 100대 기업 중 시가총액이 오른 곳보다 내린 곳이 3배 더 많았다.

코로나19가 상위권 기업들에게 더 타격을 입힌 셈이다.

◇ 66개사, 시총 2배 이상 올라

반면 올 상반기에 시총 증가율이 연초 대비 6월 말에 100% 이상 오른 곳은 66곳이나 등장했다.

이 가운데 6월 말 기준 시총 100위 업체 중에는 6곳도 포함됐다.

가장 먼저 손꼽히는 기업은 '알테오젠'이다. 이 종목의 연초 시총은 9699억원이었는데 상반기 말에는 3조7299억원으로 284.5%나 증가했다. 알테오젠은 지난 5월말께 김범수 카카오 의장의 처남인 형인우 스마트앤그로스 대표가 5% 넘는 지분을 보유하며 2대주주에 오른 곳이다.

이어 씨젠(264.5%), 셀트리온제약(235.8%), 에코프로비엠(131.9%), 셀트리온헬스케어(116.8%), 한진칼(100.8%)도 6개월새 시가총액이 100% 이상 상승한 시총 상위 기업군에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2차전지 관련 주식 종목인 에코프로비엠과 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는 한진칼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바이오 업체들이다.

6개월 새 시총이 1조원 이상으로 오른 곳도 23곳이나 됐다.

이 가운데 10조원 이상 시총이 증가한 곳은 5곳이었다. 대표적으로 삼성바이로직스는 연초 시총이 28조3517억원이었는데 6월 말에는 51조2778억 원으로 6개월새 22조9261억원(80.9%↑)이나 불었다. 셀트리온(18조1906억원↑), 네이버(13조7798억원↑), LG화학(12조4595억원↑), 카카오(10조3389억원↑)도 시가총액 10조원 상승 기업군에 이름을 올렸다.

반대로 시총이 1조원 넘게 줄어든 곳은 42곳으로 집계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연초 대비 각각 14조3000억원, 6조9000억원 내려 시가총액 감소폭이 가장 컸했다.

[자료=CXO연구소]
[자료=CXO연구소]

◇ 시총순위 1000계단 넘게 뛴 8개 종목은?

올 상반기에 시총 순위가 무려 1000계단 이상 퀀텀점프 한 종목도 8곳 등장했다.

코스닥 업체 휴마시스가 가장 먼저 꼽힌다. 이 종목은 연초 시가총액이 398억원으로 순위도 2030위로 하위권을 맴돌았다. 그러나 반년 새 시총이 3240억원으로 불어나며 순위를 483위로 끌어 올렸다. 1547계단이나 수직 상승한 것이다.

시가총액 증가율은 713%나 됐고, 연초 대비 6월 30일 주가(종가 기준)도 6.7배 높아졌다. 연초 이 종목을 100만원 정도 보유했다 6월말 팔았다면 700만원 가까이 수익을 올렸다는 얘기다.

이외에 시총 순위가 1000계단 이상 수식 상승한 종목은 진매트릭스(1520계단↑), 멕아이씨에스(1392계단↑), 진원생명과학(1324계단↑), 랩지노믹스(1174계단↑), 수젠텍(1094계단↑), 이엔드디(1086계단↑), 비디아이(1062계단↑) 등이다.

비디아이를 제외한 7곳은 모두 바이오 업체다.

비디아이는 화력발전과 관련 특수목적용 기계 제조사이지만 최근 미국의 신약개발 업체를 인수 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지며 사실상 바이오 수혜주로 분류되는 종목이다.

전반적으로 올 상반기에는 상위 종목에서 중하위 기업에 이르기까지 바이오 종목들이 시가총액 증가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한 것으로 파악됐다.

올 6월 말 기준 시총 200위 안에 포함된 기업 중에서도 바이오 주식 종목은 39곳이나 이름을 올렸다. 시총 200대 기업 다섯 곳 중 한 곳 꼴로 바이오 기업인 셈이다.

[자료=CXO연구소]
[자료=CXO연구소]

◇ 시총 상위 10대기업 순위도 요동

시총 상위 10대 기업도 순위도 크게 달라졌다.

연초 톱10 기업 가운데 현대차(5위→11위), 현대모비스(6위→14위), 포스코(9위→17위)가 이름을 내렸으며, 반면 삼성SDI, 카카오, LG생활건강(12위→10위)은 시총 상위 10걸에 새롭게 이름을 올렸다.

시총 3위이던 네이버는 4위, 삼성바이오로직스는 4위에서 3위로 자리바꿈 했다.

네이버도 시가총액이 45.8% 증가하며 선전했으나,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더 크게 시가총액이 증가하면서 넘버3 자리를 꿰찼다.

업종별로도 희비가 갈렸다.

먼저 자동차, 석유화학, 항공, 유통 등 업종의 기업들은 대부분 시총 순위가 하락했다.

대표적으로 현대차·기아차·에쓰오일·KCC·대한항공·한국항공우주·롯데쇼핑·신세계 등의 시총이 크게 빠지면서 시총 순위도 크게 밀렸다.

이와 대조적으로 바이오, 배터리, 포털, 게임, 소프트웨어, 식료품 업종의 종목은 시총 순위가 크게 상승했다.

바이오 업체 중 시총 순위 증가 폭이 크게 오른 곳은 씨젠(1월초 220위→6월말 71위), 알테오젠(195위→58위), 셀트리온제약(148위→48위), 제넥신(142위→98위) 등이다.

2차 전지와 연관된 배터리 업체 중에서는 에코프로비엠(180위→83위), 포스코케미칼(78위→48위), SKC(114위→94위), 삼성SDI(18위→7위) 등이 선전했다.

비대면 언택트 관련 업체 중에서는 더존비즈온(93위→70위), 카카오(22위→8위), 엔씨소프트(26위→13위), 넷마블(35위→30위) 등의 선전이 눈에 띘다. 식료품 업체로는 농심(145위→99위), 하이트진로(104위→67위), CJ제일제당(63위→43위), 오리온(54위→42위) 등의 시총 순위가 크게 올랐다.

이번 조사를 주도한 CXO연구소 오일선 소장은 "코로나19로 국내 증시에서 바이오 업체들이 황금기를 맞이하며 바이오산업도 한 단계 성장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이들 기업이 미래에 대한 기대가치 상승 못지않게 연말까지 경영실적 등을 동반하지 못하면 자칫 '바이오 버블'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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