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 16개 규모 잘못 손대면 부동산시장 대혼란...혜택 소급몰수 등 처리 고심
임대사업자들 "정부 정책 따랐을 뿐인데" 반발... 협회 창립 등 세규합 나서

【뉴스퀘스트=최석영 기자】 최근 집값 상승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는 '등록임대주택사업자 제도'의 처리를 놓고 정부가 깊은 고민에 빠졌다.

이 제도의 도입 당시와 현재의 상황이 거의 정반대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등록임대주택사업자 제도는 지금처럼 집값이 급등하지 않고 오히려 전월세난이 심각하던 지난 2014년 정부가 임대보증금을 연 5% 이내로 인상하고 10년 이상 보유한다는 조건으로 각종 세제와 대출 혜택을 주는 것으로 도입됐다.

당시엔 이들을 '착한 임대인'이라 불렀고 이후 현 정부 들어서도 임대주택 활성화를 위해 이 제도를 더욱 권장해 현재 등록임대주택사업자는 157만가구에 이르게 됐다.

그러나 오히려 집값이 크게 오르는 상황에서 이 제도로 인해 매물이 잠기는 등 부작용이 일자 이들이 투기 세력으로 몰리게 된 셈이다.

이에 임대사업자들은 정부가 나서 임대사업자 등록을 권장해 놓고 이제와서 혜택 몰수는 물론 투기꾼으로까지 몰고 있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게다가 국회에서 '임대차 3법'이 추진되고 있어 제도의 존폐 여부까지 거론되고 있다.

5일 오전 서울 시내의 아파트단지에 뿌연 안개가 끼어있다. [사진=연합뉴스]
5일 오전 서울 시내의 아파트단지에 뿌연 안개가 끼어있다. [사진=연합뉴스]

◇ '등록임대사업자 활성화'로 제 발등 찍은 정부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국토교통부는 최근 의원입법으로 국회에 상정된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제 추진에 나선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도 2017년 6월 취임사에서 이들 제도 도입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러나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제에 대한 시장의 반발에 국토부는 이와 비슷한 효과를 볼 수 있는 등록임대 활성화를 선택한다.

결국 이 때 정부가 제 발등을 찍은 셈이다.

정부는 지난 2017년 12월 13일 건강보험료 인하와 양도소득세 장기보유특별공제 비율 확대 등을 골자로 한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그러면서 "등록임대 활성화 정책이 효과가 없으면 2020년부터 등록임대를 의무화하고 전월세상한제 등을 단계적으로 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부 정책에 부응해 이후 등록임대사업자는 가파르게 늘었다.

어느 순간 다주택자 사이에서 '집을 등록임대로 돌리면 보유 주택에서 빠진 것처럼 돼 절세할 수 있다'는 얘기가 돌았다. 등록임대 활성화 정책이 다주택자가 규제를 피해 집을 사면서 절세하는 수단으로 악용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 정부는 2018년 9·13 대책을 통해 주택 보유자가 조정대상지역에서 주택을 사서 임대 등록을 하면 양도세를 중과하고 종부세 합산 과세를 하는 등 등록임대에 대한 세제 혜택을 줄였다. 정부는 이후 대책에서도 계속 등록임대에 대한 혜택을 축소했다.

하지만 등록임대 활성화 정책에 대한 비판은 계속됐다.

이 정책으로 오히려 주택 매물 잠김 현상을 초래해 집값 상승의 원인이 됐다는 얘기다.

실제 등록임대주택수가 156만9000가구임을 감안하면 분당신도시(약 10만채) 약 16개가 매물로 잠겨있는 셈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이 7일 서울시 정부서울청사에서 관계장관회의(녹실회의)를 개최, 부동산 시장 동향을 점검하고 대응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사진=기획재정부 제공/연합뉴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이 7일 서울시 정부서울청사에서 관계장관회의(녹실회의)를 개최, 부동산 시장 동향을 점검하고 대응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사진=기획재정부 제공/연합뉴스]

◇ '임대사업자 혜택' 소급해 몰수?

국토부는 올해 초까지만 해도 등록임대의 관리를 강화하는 데 주력했지만 최근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자 갑자기 등록임대의 근본적인 문제를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최근 집값 문제가 부각하자 더불어민주당이 전월세신고제와 전월세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 등 '임대차 3법' 도입 법안을 서둘러 발의하고 7월 임시국회 내 처리를 목표로 속도전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임대차 3법이 통과되면 임차인이 계약 갱신을 통해 최소 4년간 거주기간을 보장받을 수 있고 계약 갱신 때 임대료 증액이 5%로 제한된다.

사실상 등록임대의 존재 이유가 사라지는 셈이다.

특히 4년짜리 단기 등록임대는 아예 미등록 임대와 아무런 차이도 없어지게 된다.

이 때문에 국토부는 임대차 3법이 통과되면 4년 단기임대 자체를 없애야 하고 8년 장기임대는 혜택을 대폭 축소해야 하는 상황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임대차 3법이 통과된 이후 등록임대 제도를 어떻게 운용해야 할지 전반적으로 검토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게다가 민주당 강병원 의원은 최근 등록임대에 부여된 종부세와 양도세 등 각종 세제 혜택을 없애는 내용의 종부세법 등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모든 등록임대사업자에 대한 혜택이 사라질 것이라는 소급입법 논란이 일었고, 이에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소급입법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강 의원 측은 소급입법이라는 표현 자체가 정확하지 않지만, 임대사업자가 앞으로 낼 세금에 대해선 혜택을 주지 않는 내용의 법안이라고 설명한다.

강 의원실 관계자는 "임대사업자가 이미 세제 혜택을 받은 경우 이를 회수할 수는 없겠지만, 향후 받을 예정이었던 양도세나 종부세 등의 혜택은 취소돼야 한다"며 "정책을 쓰다가 문제가 있으면 당연히 바꿔야 한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서울 송파구의 부동산 중개업소 밀집 상가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울 송파구의 부동산 중개업소 밀집 상가 모습. [사진=연합뉴스]

◇ "정부 정책 따랐을 뿐인데" 임대사업자들 펄쩍

임대사업자들의 불만도 고조되고 있다.

정부가 임대 등록을 권고해 따랐을 뿐인데 이미 법으로 약속받은 세제 혜택도 거둬가 버린다면 앞으로 누가 정부의 말을 듣겠냐는 반발이다.

국토부가 연초에 임대사업자의 의무사항 이행에 대해 전수점검에 나선 데도 반감도 높다.

이에 이들은 임대사업자 협회를 창립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세력를 모아 목소리를 높여 권익을 지키겠다는 취지다.

특히 이들은 10일 감사원에 국토부의 등록임대 관리 실태에 대한 공익감사 청구를 추진하고 있다.

국토부는 최근 등록임대사업자들을 상대로 임대료 증액 5% 제한 등 의무를 이행했는지 전수 점검에 착수했다.

이에 대해 임대사업자들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과거 임대 등록을 안내하면서 임대료 5% 증액 의무 등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은데다, 그동안 이와 관련한 아무런 조사나 행정조치도 하지 않고 방치하다가 갑자기 일제 조사에 나서는 것은 부당하다고 항변한다.

이들은 언론에 보낸 이메일에서 감사 청구 계획을 알리며 "2012~2016년 전국 지자체가 교부한 임대등록 안내문을 확인한 결과 임대료 증액 제한에 대한 내용이 모두 빠져있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불완전한 정보를 받고 임대등록을 하게 하고는 인제 와서 갑자기 단속하고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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