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부사장 협회장 맡고 있는 철인3종경기협회 뒷짐만
진정서 접수하고도 나 몰라라 사태 키워

고 최숙현 선수의 동료 선수들과 이용 의원 등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고 최숙현 선수 사망사건과 관련해 피해실태를 밝히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고 최숙현 선수의 동료 선수들과 이용 의원 등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고 최숙현 선수 사망사건과 관련해 피해실태를 밝히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호일 기자】 팀 내 괴롭힘과 가혹행위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한 철인3종경기(트라이애슬론) 유망주 고 최숙현 선수 사건이 일파만파 확대되고 있다.

특히 문화체육관광부 여성가족부 대검찰청 등 관계당국이 선수 인권침해에 대한 신속한 수사에 나선 가운데 이번 사건은 트라이애슬론 협회를 이끌고 있는 두산그룹의 책임론으로까지 비화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7일 경주시청 소속 철인3종경기 고 최숙현 선수 사망을 두고 철저한 진상 조사를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다시는 이와 같은 불행한 사건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며 "철저한 조사로 합당한 처벌과 책임이 뒤따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 박양우 장관은 최 선수 가혹행위와 인권침해 사건에 대한 조치와 체육인 인권보호를 위한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여성가족부 장관, 대검찰청 형사 2과장, 경찰청 차장, 국가인권위원회 스포츠인권특별조사단 단장이 참석한 가운데 관계기관 회의를 개최했다.

또 경찰청도 사건 재발방지를 위해 전국 18개 지방경찰청에 '체육계 불법행위 특별수사단'을 운영키로 했다.

특히 대검찰청은 전담수사팀을 구성해 신속하고 엄정한 수사를 약속했고, 국가인권위원회도 지난해 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스포츠 인권 보호에 관해 문체부와 협조하기로 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확대되고 있는 이번 사건에 대해 범정부부처가 나선 모양새다.

이런 가운데 문화체육관광부, 경찰 등 관계당국은 최 선수가 지난 2월 폭행과 폭언에 시달리고 있다며 트라이애슬론협회에 가장 먼저 진정서를 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최 선수는 이후 4개월여 동안 6차례에 걸쳐 국가인권위원회·검찰·경주시청·대한체육회에 감독, 팀닥터 등의 문제점을 지난달 사망 전날까지 알렸지만 모두 허사였다.

결국 선수들의 문제를 가장 먼저 파악하고 해법을 제시해야 할 협회가 뒷짐만 진 채 관리부실로 사건을 키웠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철인3종경기협회장을 맡고 있는 박석원 두산 부사장. [사진=연합뉴스]
철인3종경기협회장을 맡고 있는 박석원 두산 부사장. [사진=연합뉴스]

현재 철인3종경기협회 회장은 두산그룹 박석원 부사장이 맡고 있다. 지난 2016년 8월 협회 회장직에 오른 후 아시아연맹 회장까지 맡고 있는 박 부사장은 박용성 전 두산 회장의 차남으로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과 사촌이다. 또 협회 사무국장 등 주요 보직은 두산측 인사들이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지 포장과 보신주의가 팽배한 대기업 인사들이 협회를 이끌다 보니 이번 사건의 대응과 처리에 미온적일 수 밖에 없었다. 특히 최 선수는 지난 2월에 이어 사고 일주일 전 협회에 진정서까지 냈지만 협회는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철인3종경기협회 박석원 회장은 "트라이애슬론 김 감독의 말을 믿었던 것이 결론적으로는 이 일을 막지 못한 잘못된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협회를 이끌고 있는 대기업 출신 인사들이 고 최숙현 선수의 절규에 좀 더 적극적으로 귀를 기울였다면 이번 사건은 사전에 충분히 막을 수 있었을 것이란 지적이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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