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기업 총수 상반기 주식재산 조사...셀트리온 서정진회장 3조원 이상 불어

올해 상반기 코로나19로 인해 기업 주가가 요동치면서 총수들의 주식재산도 큰폭으로 급등락 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일 서울 중구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한 직원이 컴퓨터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올해 상반기 코로나19로 인해 기업 주가가 요동치면서 총수들의 주식재산도 큰폭으로 급등락 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일 서울 중구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한 직원이 컴퓨터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최석영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영향력 아래에 있었던 올해 상반기 업종별로 기업들의 희비도 엇갈린 만큼 대기업 총수들의 굴곡도 컸던 것으로 조사됐다.

총수들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 가치가 조 단위 이상으로 늘고 줄어든 사례가 속출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바이오주의 급등으로 셀트리온 서정진 회장은 연초(1월 2일) 대비 6월 말(30일)에 주식재산이 3조원 넘게 불어난 반면, 삼성생명 주식을 다수 보유한 이건희 회장은 1조7000억 원 넘게 주식평가액이 줄었다.

그러나 기업의 사정과는 무관하게 보유주식 평가액이 크게 뛴 총수도 있었다. 조원태 한진급룹 회장과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은 회사는 위기를 맞았지만 개인이 보유한 주식가치는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50대그룹 총수 중 5명은 주식평가액이 50% 이상 늘었지만 10명은 30% 넘게 쪼그라들었다.

기업분석 전문 한국CXO연구소는 국내 50대그룹 총수의 2020년 상반기 주식평가액 변동 현황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9일 밝혔다.

조사 대상은 공정거래위원회가 자산 5조원 이상 대기업 집단(그룹)으로 지정한 64곳 중 총수가 있는 50대그룹이다. 공식적으로 총수에서 물러난 삼성 이건희 회장과 실질적 총수격 역할을 하는 현대차 정의선 수석부회장 2명도 포함했다.

[자료=CXO연구소]
[자료=CXO연구소]

◇ 셀트리온·카카오 기업 뜬 만큼 총수도 '대박'

조사 결과에 따르면 52명 가운데 상장사 주식을 보유한 총수는 39명이었다.

이들의 주식평가액은 연초 57조6150억원에서 지난 6월말 56조5123억원보다 1조1026억원(1.9%) 감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39명 가운데 13명은 주식재산이 늘고 26명은 줄었다.

연초 대비 6월 말에 주식평가액 증가율이 가장 높은 총수는 셀트리온 서정진 회장이다.

이 기간 서 회장은 2조7015억원에서 5조8458억원으로 6개월새 무려 3조1442억원(116.4%↑)의 주식재산을 늘렸다.

카카오 김범수 의장도 1조9067억원에서 3조3446억원으로 1조4300억원(75.4%↑) 넘게 상승했다. 이외 다우키움 김익래 회장 70.3%(1208억원→2058억원)도 2배 이상 주식재산이 증가했다.

왼쪽부터 두산 박정원 회장, 한진 조원태 회장, 셀트리온 서정진 회장. [사진=두산, 한진그룹 제공, 연합뉴스]
왼쪽부터 두산 박정원 회장, 한진 조원태 회장, 셀트리온 서정진 회장. [사진=두산, 한진그룹 제공, 연합뉴스]

◇ 두산·한진, 회사는 '백척간두'인데 총수 주식재산은 껑충

두산 박정원 회장과 한진 조원태 회장은 회사가 위기를 맞았지만 게인의 주식가치는 크게 뛴 것으로 조사됐다.

박 회장이 보유한 주식 가치는 반년새 1670억원에서 2561억원으로 53.3%나 상승했다.

박 회장의 주식재산이 이처럼 크게 많아진 것은 보유한 '두산퓨얼셀' 주가가 3배 이상 높아진 때문이다.

두산퓨얼셀 주가는 지난 1월 2일 8800원에서 6월 30일에는 3만2400원으로 268.2%나 올랐다.

한진 조원태 회장의 주식재산도 1542억원에서 3094억원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조 회장은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보유중인 한진칼의 주가가 100% 이상 오르며 주식재산이 불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 개인 주식가치 30%이상 감소한 총수는 10명

올 상반기에만 주식평가액이 30% 이상 쪼그라든 총수도 10명 나왔다.

이 가운데 한라 정몽원 회장과 OCI 이우현 부회장은 36% 넘게 주식가치가 줄었다.

한라 정 회장은 1360억원에서 867억원으로 493억원(36.3%) 감소했고, OCI 이 부회장은 755억원에서 481억원으로 273억원(36.2%) 하락했다.

한국투자금융 김남구 회장 35.8%(7991억원→5132억원), 현대백화점 정지선 회장 34.2%(4876억원→3208억원), 아모레퍼시픽 서경배 회장 33.1%(4조9975억원→3조3425억원)나 주식재산이 증발했다.

이에 올 6월 말 기준 주식재산이 1조 넘는 총수는 12명으로 연초 13명보다 한 명 줄었다. 신세계 이명희 회장은 올 초 1조1623억 원에서 6월 말 9315억원으로 1조 주식부자 클럽에서 이름을 지웠다.

[자료=CXO연구소]
[자료=CXO연구소]

◇ 삼성 父子, 주식가치 1·2위

상반기 말 기준 주식평가액 1위는 삼성 이건희 회장으로 15조6485억원으로 평가됐다.

이 회장의 주식재산은 연초 17조3800억원 보다 1조7315억원 떨어졌다.

반면 이 회장의 아들인 이재용 부회장은 2위를 지켰다. 이 부회장의 주식재산은 7조2760억 원에서 7조2581억원으로 178억원(0.2%) 감소에 그쳤다.

이 회장 부자(父子)의 주식 감소폭이 이첨럼 차이 나는 이유는 삼성전자 주식을 제외하고 이건희 회장은 삼성생명에서 주식재산이 크게 떨어진 반면,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에서 주식가치를 올렸기 때문으로 파악됐다.

그룹 총수 주식재산 넘버3는 셀트리온 서정진 회장이 꿰찼다.

서 회장은 올 초만 하더라도 그룹 총수 주식재산 순위 6위였는데 3위로 껑충 뛰었다. 4위는 SK 최태원 회장으로 1월 초 5위에서 한 계단 전진했다. 최 회장의 주식재산은 3조3482억원에서 6개월 새 4284억원(12.8%) 이상 증가했다.

카카오 김범수 의장은 톱 5에 이름을 올렸다. 김 의장은 올 초만 해도 그룹 총수 주식재산 순위 8위였는데 6월 말에는 다섯 손가락 안에 들었다.

아모레퍼시픽 서경배 회장은 3위→6위, 현대자동차 정몽구 회장은 4위→7위로 각각 세 계단 하락했다. 이 가운데 현대차 정 회장은 3조8629억원에서 2조9935억원으로 1조원 가까이 주식가치가 하락했다.

이번 조사를 주동한 오일선 CXO연구소 소장은 "코로나19 상황에서 그룹총수 보유주식 종목 중 상당수의 주가가 떨어지다 보니 하락하는 주식가치를 방어하고 보유 지분을 늘리는 기회로 삼은 경우도 생겼지만 일부는 주가 상승으로 보유 지분을 늘리기 어려운 상황도 함께 발생했다"며 "그룹 총수들의 주식평가액은 거래가 있기 전까지는 장부상 금액에 불과하지만 자녀 등에게 주식을 상속하거나 주식을 처분할 경우엔 상속세 문제와 현금을 확보하는 중요한 자산 중 하나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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