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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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퀘스트=김호일 기자】 빽빽 소리친 진상고객의 잘못인가, 매뉴얼 어긴 스타벅스의 실책인가?

얼마 전 울산 남구의 한 스타벅스 매장이 시끄러웠다. 고객과 직원간에 주문 잘못 여부를 놓고 한바탕 실랑이가 벌어졌기 때문이다.

이 사연은 스타벅스 매장 직원이라고 밝힌 A 씨가 직장인 익명 애플리케이션인 ‘블라인드’에 글을 올려 세상에 알려지게 된 것이다.

자초지종은 이렇다. 글에 따르면 A 씨는 지난 5월 매장에서 고객 B 씨로부터 주문을 받았다.

A 씨는 “(B 씨가) 라떼 2잔을 주문해 사이즈와 따뜻한 음료인지를 확인했다”면서 “고객이 ‘맞다’고 해 결제를 했으나, 음료가 나오자 대뜸 따뜻한 거 1잔과 아이스 1잔을 시켰다며 화를 냈다”고 주장했다.

이어 A 씨는 “(저는) ‘고객님이 따뜻한 것 2잔 시키셨어요’라고 대답했을 뿐인데, 그때부터 (B 씨로부터) 입에 담지도 못할 욕설을 들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다른 직원이 사과하며 음료를 새로 제공했는데도 (B 씨는) ‘매니저 나오라’며 소리를 질렀고, 계속 욕을 했다”고 썼다.

또 A 씨는 “‘계속 욕을 하면 녹음을 할 수밖에 없다’고 고지한 후 녹음을 시작하자, 고객이 휴대전화를 빼앗아 녹음된 부분을 지우고 부수려고 했다”며 “이를 말리는 과정에서 멱살을 잡혔다”고 주장했다.

여기까지 보면 직원 A씨의 잘못은 없어 보인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분위기가 어수선하게 전개되자 점장인 C씨가 나타났지만 그는 고객 응대 매뉴얼대로 하지 않은 것.

A 씨는 “점장은 고객과 갈등상황이 발생했을 때 응대자를 현장에서 배제해야 하는 매뉴얼이 있음에도 지키지 않았다”면서 “고객에게 사과하라고 강요했고, 나는 원하지 않는 사과를 강제로 해야 했다”고 썼다.

그는 직장 상사가 자신을 전혀 보호하지 않아 더 큰 좌절감을 느꼈다고 털어놨다.

스타벅스 측은 이처럼 매장에서 직원이 고객으로부터 갑질을 당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지난 7일 “내부적으로 사실관계를 파악 중”이라고 밝혔지만 이렇다할 후속조치를 내놓지 않고 있다.

사실 스타벅스 매장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은 처음이 아니다. 종종 일어나지만 그 때마다 ‘진상고객’ 대신‘ ’성실직원‘이 되레 욕을 먹거나 고개를 숙인다는 것이다.

그래서 울산 스타벅스 매장에서 갑질 고객을 폭로한 A씨는 “사건을 알게 된 부모님 손에 이끌려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며 “한 달이 넘은 지금도 수면제 없이는 잠을 잘 수 없고, 병원을 가는 것 외에는 집 밖에 나가는 것도 두렵다”고 했다. 

스타벅스 매뉴얼에는 '파트너(직원)의 정당한 응대는 회사와 법에 보호받는다'고 적혀있다. 직원들은 이를 철석같이 믿고 일하지만 현장에선 이게 잘 지켜지지 않는다.

1400개 매장을 보유한 국내 1위 커피전문점 스타벅스가 풀어야 할 숙제가 많아 보이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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