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상률 1.5%, 32년만에 최저 기록…노동계 '강력 반발' 극심한 진통 예상
문 대통령 ‘임기내 1만원’ 공약 사실상 물거품

14일 새벽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에서 열린 제9차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 결과 찬성 9표, 반대 7표로 내년도 최저임금은 시급 기준 8720원으로 최종 의결됐다. [사진=연합뉴스]
14일 새벽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에서 열린 제9차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 결과 찬성 9표, 반대 7표로 내년도 최저임금은 시급 기준 8720원으로 최종 의결됐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동호 기자】 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130원(1.5%) 오른 8720원으로 결정됐다.

최저임금위원회는 14일 새벽 정부세종청사에서 9차 전원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의결했다.

최저임금 인상률 1.5%는 지난 1988년 국내 최저임금제도를 처음 시행한 이후 최저기록이다. 이전까지 최저기록은 IMF 외환위기 때인 1998년으로 2.7%였다.

최저임금 인상률이 역대 최저를 기록하게 된 것은 올 초부터 계속되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중소기업와 영세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인상률을 최소화해 고용안정을 유지, 기업주와 근로자가 모두 윈윈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방안으로 보인다.

공익위원 간사인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는 "불확실한 상황에서 기업들이 가장 먼저 조정하는 비용이 노동력인데 최저임금이 기대 이상으로 올랐을 경우 초래될 수 있는 노동시장의 일자리 감축 효과, 그것이 노동자 생계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훨씬 크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근로자위원인 이동호 한국노총 사무총장(가운데)과 소속위원들이 14일 새벽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에서 열린 제9차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에서 공익위원들의 1.5% 인상안 제시에 집단 퇴장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근로자위원인 이동호 한국노총 사무총장(가운데)과 소속위원들이 14일 새벽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에서 열린 제9차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에서 공익위원들의 1.5% 인상안 제시에 집단 퇴장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노동계 "최저임금 사망선고" 강력 반발

다만 노동계가 요구했던 금액보다 현저한 차이를 보여 앞으로 극심한 진통이 예상된다.

실제로 이날 표결은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추천 근로자위원 5명과 소상공인연합회 소속 사용자위원 2명은 공익위원 안에 반발해 퇴장한 가운데 사용자위원 7명과 공익위원 9명만이 참여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소속 근로자위원 4명은 회의에 불참했다.

이날 한국노총 추천 근로자위원들은 "공익위원 스스로 대한민국 최저임금의 사망 선고를 내렸다"며 "사용자위원의 편을 들어 스스로 편파성을 만천하에 보여줬다"고 비판하며 회의장을 박차고 나갔다.

민주노총 측은 이번 심의에서 경영계가 마이너스 안을 주장한 것에 대해 반발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윤택근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전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공익위원들이 심의 촉진구간을 냈을 뿐 사용자 측에선 어떠한 입장 변화도 없다"며 "최저임금 취지에 벗어나는 마이너스 안을 주장하는 사용자 측과 대화할 수 없다고 생각해 불참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최저임금 1만원은 대통령이 약속한 것"이라며 "노동자 1인 가구 실태 생계비가 225만원인데 민주노총의 1만원 요구는 터무니 없는 얘기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제8차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가 열리고 있는 13일 오후 민주노총 관계자들이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앞에서 '최저임금 인상 쟁취, 사용자 삭감안 즉각 폐기'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님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8차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가 열리고 있는 13일 오후 민주노총 관계자들이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앞에서 '최저임금 인상 쟁취, 사용자 삭감안 즉각 폐기'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님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중기 소상공인 "아쉽지만 수용"

반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측은 이날 결정에 대해 "아쉽지만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이날 논평을 통해 "중소기업계는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에 대해 아쉬움을 표한다"면서도 "중소기업계는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최저임금법을 준수하고 고용유지 노력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번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영세중소기업 및 소상공인의 경영 부담 완화와 취약계층 일자리 보호를 위해 고용유지지원금 확대 등을 포함해 정부의 신속하고 적극적인 지원 및 역할 역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소상공인연합회도 통해 "이번 결정에 대해 아쉬운 감은 있으나 수용 입장을 밝힌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과 관련해 소상공인들의 어려운 현실이 극복될 수 있는 보완 대책을 범정부적으로 즉각 수립해줄 것을 촉구한다"며 "이번에도 이루지 못한 소상공인 업종 규모별 최저임금 차등화 방안을 향후에는 반드시 이뤄내기 위해 법령 개정을 국회에 지속해서 건의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 문 대통령 1만원 공약 사실상 물거품

이번 결정으로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을 내걸었던 문재인 정부는 역대 최저임금 인상률 기록을 갖게 됐다.

특히 문 대통령의 공약이었던 임기 내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은 사실상 공약(空約)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을 지키기 위해서는 내년 심의에서 인상률이 14.7%이상이어야만 하기 때문이다.

다만 현 정부들어 지난 2018년부터 올해까지 3년 동안 최저임금 인상률은 32.8%에 달한다.

이날 결정된 인상률을 적용한 월 노동시간 209시간 기준 내년도 최저 월급은 182만2480원으로, 올해보다 2만7170원 오르게 된다.

한편, 이날 전원회의에서는 공익위원들이 낸 최저임금안으로 표결을 실시해 찬성 9표, 반대 7표로 통과됐다.

공익위원들은 노사 양측으로부터 1차 수정안을 제출받은 데 이어 '심의 촉진 구간'으로 8620∼9110원을 제시하고 추가 수정안을 받았으나 입장 차이가 좁혀지지 않자 공익위원 안을 냈다.

이날 의결된 최저임금안은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제출하게 되며 장관은 다음달 5일까지 고시해야 한다.

단, 노사 양측은 최저임금안에 대해 이의 제기를 할 수 있고 노동부 장관은 이의 제기에 이유가 있다고 인정되면 최저임금위에 재심의를 요청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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